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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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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변호사의 격정 토로··· 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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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활동이 이루어지는 국회 본회의장 모습./ 조선DB

필자는 경찰에 몸담았었고, 현재는 변호사로서 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경찰청 법제계장 재직 시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도로교통법 등 경찰관련 법개정 업무를 했었고, 일선 경찰서장 재직 시에는 법집행업무를 다루었다.
 
변호사로 재직 중인 현재는 의뢰인(피의자, 피고인, 피해자)을 위해 법해석을 통한 구제변론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문(自問)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법의 지배와 규율을 받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만들기 전에 관행과 사실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사실조사 없이 정부나 국회가 임의로 자의적으로 법을 만들게 되면 법의 규율을 받아야 할 사람, 즉 법을 통해 구제와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몰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법의 허점을 연구,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은 오히려 법이 사람을 괴롭히는 도구가 되는 악법이 되는 것이다. 악법에 의해 법을 몰라도 살아갈 수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처벌되기도 한다. 경찰 재직 중 현재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도 이런 것을 숱하게 보고 겪고 있다. 
 
법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실효성이 없는 법 넘쳐
 
입법자들은 법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여당과 야당, 정부와 국회가 밀실에서 자신들의 편익(정치적 이해관계) 추구를 위해 법제정과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실효성이 없는 법을 만드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법의 제정과 개정취지에 대한 설명도 정부는 관보(官報) 게재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법으로부터 보호와 규율을 받아야 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무슨 법이, 무엇 때문에, 왜, 어떻게 만들어졌고, 시행되었는지를 잘 모른다.
 
아니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별 관심도 없다. 국회는 본회의 통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정부 또한 관보게재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여긴다. 해당 법이 무엇 때문에,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법에 대한 폐단은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검증절차도 없다. 언론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문제는 그러한 법률들이 한결같이 법위반 시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위반 시 징역과 벌금형과 영업정지, 취소, 과징금부과 등 행정적인 제재수단도 동원된다. 법을 몰라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법집행과 단속이라는 이유로 형벌과 제재를 당하는 것이다. 
 
법내용 또한 법으로부터 규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할 정도로 용어와 내용도 어렵다. 단속과 수사하는 경찰, 검찰과 행정기관들도 왜 단속과 처벌 대상이 되는지 설명하기보다는 법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만 말한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법과 규정이 만들어져야
 
재판도 법의 기계적인 적용에 그치고 판결문 또한 내용도 용어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위반자는 자신이 왜 처벌받는지 왜 패소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형편이다. 변호사들은 이런 제도적인 법령과 판결문, 그리고 경찰과 검찰의 결정문의 애매모호함을 이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법을 만든 사람들은 법을 만들고 나서 법률 속에 지배를 받는 사람들인 국민, 특히 이해관계자들에게 내용과 취지에 대해 설명과 홍보를 충분히 해야 한다. 법을 만들기 이전에 실태 조사를 하여야 하고, 굳이 법을 만들지 않아도 관행과 도덕, 자율적으로 규율된다면 굳이 법을 만들어 규제할 필요가 없다.
 
법제정 과정에 국민과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시켜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회와 정부 입법과정(차관, 국무회의)에서 청문회를 개최하여 실효성 있는 법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법제정 과정에서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법과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만들어지는 법은 이러한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부입법 과정에서도 차관회의, 국무회의에서 관련된 주무부처 장·차관들의 이해 관계인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정부입법을 총괄하는 법제처 역시 자구 수정 정도에 머무른다. 대한민국의 많은 법률이 일본의 법 규정들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법 이전에 사람이 있다는 걸 염두해 둬야
 
필자는 경찰청 법제계장 재직 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이 일본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규정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독립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독자적인 직무관련 법률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입법기능이 핵심인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각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서 법제정개정관련심의를 하면서 제대로 충실히 심의를 했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 몇 사람의 입법심의관과 전문위원의 검토의견과 여론, 각 당의 당론에 의한 타협 등으로 졸속으로 처리했는지 자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만든 법으로 규율과 제재를 받게 될 선량한 국민이 억울하게 처벌받고 제재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기득권자들이 대형로펌과 로비스트를 통해 입법로비를 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률제정과 개정을 저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법을 잘 몰라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도 직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 법원이 억울한 서민들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임에도 일부 법관들은 법률에 그렇게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의에 반하여 판결하지 않았으면 한다. 법 이전에 사람이 있고 사람을 위해 법이 만들기 때문이다.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만들어진 법률이 과연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설명을 했는지 좀 더 고민을 하여야 한다. 특히 법률 용어도 어렵고, 내용도 어려워  경찰·검찰조사 과정에서 법률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러한 일을 했는지요 라고 물을 때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실제 법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선량한 다수의 국민들은 법 없이도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살아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법이라는 잣대로 규율을 하고 형식론적인 규정대로 해석하여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국가기관의 폭력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필자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해석할 때 늘 법 이전에 사람이 있고, 사람들의 생활 속에는 애환이 있고, 고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고심에 고심하면서 법을 만들고, 개정하고, 집행하고, 선고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3-08 11:46   |  수정일 : 2018-03-1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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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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