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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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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 출신 변호사가 말하는 ‘미투 사건’ 조사의 문제점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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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성폭력 이야기를 털어놓자 이를 듣던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선DB

서지현 검사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MeToo·나도당했다)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왜 그런 피해자의 고백이나 폭로가 없었던가?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경찰재직 시 겪었던 성폭력신고수사 관행을 살펴보면 성폭력을 당했을 때 피해자가 막상 신고를 하는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성폭력신고가 들어오면 어디서 수사를 하는지부터가 문제로 떠오른다. 경찰의 경우 예전에는 형사, 강력팀에서 하던 것을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생기면서 여성청소년수사팀으로 인계된다. 성폭력피해자가 여성이라 여경수사관이 피해자 조사를 담당한다. 
 
문제는 성폭력사건이 주로 야간에 발생하는데 피해자 조사를 담당할 여경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육아문제, 거주지와의 거리문제, 수사경력자 확보문제 등으로 여경수사관을 곧바로 불러 조사를 맡기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굳이 성폭력피해자 조사를 여자경찰관이 해야만 한다는 지침도 이해하기 어렵다. 피해자 배려를 잘하면서 조사를 잘 받는 사람이 중요하지, 수사관의 성별에 따라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피해 여성들은 바로 성폭력상담소를 방문하여 상담원으로부터 문답식 조서형식으로 조사를 받고, 다시 병원에 설치된 성폭력치료지원 원스톱센터를 방문하여 증거물 채취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후 다시 성폭력치료센터에 근무 중인 여성수사관으로부터 문답식 조사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근무 중인 경찰관으로부터 다시 문답식 피해조서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길게는 피해신고와 관련하여 세 번씩 피해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상담소나 센터의 조사관 역시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해 또다시 재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 미성년의 경우 경찰서가 아닌 지방청에서 직접 조사를 한다고 하여 피해자 조사가 지연되는 등 사건처리 자체가 지연되기도 한다. 피해자가 가장 가까운 경찰관서에서 찾아가 조사를 받으면 되고 굳이 문답식(질문 대답)으로 길게 조사를 받지 않아도 자술서나 수사보고서로 조사를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피해자 조사는 신속하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자가 미성년, 장애인, 노약자의 경우 문답식 조사보다는 자술서나 출장조사 또는 진술대리인 지정조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자가 아동 등 청소년인 경우 심리전문가를 참여시키게 되어 있으나, 중소도시인 경우에는 심리전문가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경우 피해자의 안정적 치료를 위해 아동청소년과 전문의사에게 상담과 치료를 통해 전문의의 소견서를 통해 피해조서를 대체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본청의 방침에 어긋난다고 하여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강간 등 성폭력, 성추행사건의 경우 진단서 발급에 의한 신체적 상처 못지 않게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학생들이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 지속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받도록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검찰, 경찰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관련 피해자보호기금이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피해발생 초기인 경찰단계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다. 실체 초등학생이 성폭력 피해 사실이 자신의 부모에게 알려지자 그 부모의 폭력으로 이어졌고, 피해자가 가출하여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보았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치료와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울러 성폭력 사건의 경우 50% 이상이 불구속된다는 것도 문제다. 초범이고, 우발적이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고, 반성하고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기각되거나 영장신청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성폭력 가해자들은 수사와 재판과정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보복이나 협박하기도 하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적어도 수사와 재판을 받는 동안에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 등을 이유로 보복이나 협박을 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조치 등 피해자 신변보호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신고할 수 있다. 각 부처, 기관, 시민단체, 변호사협회별로 피해자 지원센터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그리고 요청을 해도 인력, 자금을 이유로 제대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주한미군부대관할 경찰서장으로 재직 시 미군이 성폭행을 한 경우 미군부대 지휘관은 신속히 피해자와 가족을 방문한 후 일시금으로 거액의 위로금을 주고 병 치료 등 제반 모든 치료비를 부담하였다. 나아가 가족 등 보호자가 간병을 이유로 직장을 휴직한 경우 간병비용과 휴직비용까지 책임지고 부담하는 것도 보았다. 우리의 경우는 피해자보호와 인권을 내세우지만 정작 일부 피해자의 실명공개는 물론 피해자의 주거지까지 언론과 현장검증이라는 이유로 공개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오히려 2차, 3차 피해를 당해 본인은 물론 가족 등 관련자들도 오랫동안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가해자가 구치소,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관련자들을 통해 피해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출소 후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보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수감 중, 출소 전후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나 제한 등의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출소 후 재범 여부 감시는 법무부 보호관찰업무라고 하면서 떠넘기고, 법무부 보호관찰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감찰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보복 우려에 노출되어 평생을 불안해 떨며 지내야 한다. 경찰청, 검찰청,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의 기관은 말로는 피해자보호를 외치지만 부처 간 제대로 된 공조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선량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수사실무상 어려운 점은 과연 동의에 의한 성관계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된다. 특히 연인 사이인 경우에 특히 그렇다. 일부 수사관의 선입견도 작용한다. 연인, 부부, 직업여성들의 경우 상호 묵인, 동의하에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해여성의 입장에서는 묵인, 동의하지 않는 강요에 의한 성관계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유죄 입증은 수사관의 책임인데 피해자에게 돌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강간죄의 경우 피해 여성이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기도 한다.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동의에 의한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다지만 사실상 13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성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산술적 나이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제자와 교수, 직장 동료, 상사와의 성관계의 경우 위계, 위력이 있는 지 여부도 자세히 살펴보고 수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그런데 때로는 그러한 입증을 수사기관이 아닌 피해자에게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신고를 하면 오히려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고 하면서 오히려 겁박을 주어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기도 한다. 고소장과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성폭력 상해의 경우 신체적인 진단서보다는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의한 진단이 큰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과 진단서는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고소나 신고를 왜 못할 수밖에 없는지,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부담하여야 하는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때로는 가해자라고 지목된 사람 중 억울하게 성폭력사범으로 몰려 수사초기 가족, 직장, 사회로부터 퇴출당하기도 한다.
 
성폭력당사자는 가해자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가해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을 가해자로 같이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재판과정에서 늘 관련자들의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성범죄자 재범을 막기 위해 신상정보등록과 공개, 전자발찌, 약물주사투여와 교육 등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밤거리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나라가 치안지수의 지표가 된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30% 이상으로 높다는 현실은 지금의 성범죄수사와 처벌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언론도 흥미위주식 미투사건 보도에서 벗어나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고민할 때라고 본다. 시청률 올리기의 흥미위주식 보도가 자칫 관련이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투사 건에 대한 흥미위주의 보도가 아니라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고민을 할 때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3-06 15:15   |  수정일 : 2018-03-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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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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