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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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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고은, 조민기..성폭력 사건에 빠짐없이 등장 '격려'공식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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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기 해명 인터뷰_뉴스 캡처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 그게 어떻게 추행이냐, ‘격려
-안태근 전 검찰국장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던 임은정 검사에게, 모 검사장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거 같다. 격려차원에서 한 행동인데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미안하다
-30 여년간 지속된 성폭력이 드러나자, 고은 시인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가슴을 친 거고....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주고 저는 격려
-최근 불거진 제자 성폭력 사실은 루머이자 음해라고 주장하며, 배우 조민기
 
 
가해자들의 격려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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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이미지

 
온통 격려다. 최근 하도 격려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알고 있는 그 뜻이 아닌가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국어사전에는 격려: 용기나 힘 따위를 북돋아 주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백과사전의 정의는 개인들이 삶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증진시켜 행동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행위. 이들이 한 격려를 받고, 용기가 힘이 북돋아 지거나 삶에 긍정적인 태도가 생긴 이들이 있는가. 피해자들은 이들은 격려 때문에, 이후로 절망과 낙심 가운데 살아왔고 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환멸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그런 일이 밝혀진 후에도, 가해자들은 말한다. ‘격려한 것이라고.
 
그러고보니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 인턴 여학생을 추행한 윤창중 대변인도 '격려차원에서 엉덩이를 툭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한 이들이 동어를 반복하는 걸 보자니, '청문회=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공식이라도 생긴건가 싶다.
 
이들이 격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행동이 부적절했을지 몰라도 의도는 순수했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불쾌했다고 하나요? 저는 정말 몰랐네요!”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본인들의 추행이 드러난 뒤에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환각이나 집단최면에 걸린 건 아닐까라고 혼란스러워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당시 가해자와 주변인들은 본인의 추행은 후배에 대한 격려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일종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이런 분위기에서 피해자가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라고 묻기는 어려워진다. 이미 조직이 형성해 놓은 분위기를 조직에 입문한 하급자가 깨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피해자는 내가 이상한가’, ‘당연한 일인가’, 혹은 지금 환각을 보고 있나식으로 자기문제로 돌리고 만다.
 
부당한 격려에 침묵하지 않는 법
 
최근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책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다. <대학내일>에서 디지털 미디어 팀장으로 근무하는 정문정 작가의 책으로 출간 1달만에 20쇄를 찍었다. 20대나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독자들은 이 제목 만으로 이미 소구력을 느낀다. 저자 인터뷰에 따르면 실제로 독자군에 40~50대 여성이 많았다고 한다.
 
성폭력의 범주는 일상의 언어폭력부터 극단적인 성폭행까지 넓다. 회식 자리에서 몸을 더듬는 상사, 노래방에서 껴안는 교수, 자기 방에 불러 안마를 시키는 스승처럼 심각한 사례 뿐 아니라 머리 끝부터 발끝을 훑으며 오늘 좋은 일 있나봐”, “애인이랑 결혼은 언제 해?”, “아이는 언제 낳아?”, “여자는 그래서 뽑으면 안 돼등 일상적 무례에 노출된다.
 
혹은 동성의 상사가 다들 겪는 일인데 왜 너만 예민하게 굴어”, “그래서 사회생활 하겠니”, “이래서 여자들이 욕먹는 거야라고 충고를 남기기도 한다. 이 때 당사자는 몸이 굳고, 피가 발 밑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창백한 상황에서 무기력해지지 않는 법은 이미 겪은 자들이나, 아직 겪지 않은 자들이나 #지금 #모두에게 #필요하다.
 
최근 잇따라 발각되는 사회, 문화, 예술계에 범람하는 성폭력의 사례들을 보며 남 일 같지 않게느끼는 이들 역시 많다. 그저 혀를 차는 것으로 끝날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서 를 보기 때문이다. 대학 신입생, 사회 초년생, 극단 신입..처럼 누구나 겪었을 막내의 기억과 유사하게 반복된 격려’와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 격려를 받고 불쾌한 얼굴을 할 수 없었던 이들은 10년이 흐른 뒤에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격려가 아니라 폭력이었다는 걸 지금은 말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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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상황에 웃으며 대처하는 법>, 본문 이미지

이게 바로 격려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방송프로그램<라디오 스타>에 나온 김숙의 사례를 든다. 그는 여느 예능에서 그러하듯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무례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 예능인은 웃으며 넘긴다. 그 때 정색해봐야 분위기만 이상해지고, 속좁은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 김숙은 웃음을 멈추고, “? 상처 주네라고 말했다. 지적한 당사자는 머쓱해졌다. 상황은 '일시정지'됐다. 그는 즉시 사과했고, 그제서야 김숙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때로는 깨져야 할 분위기도 있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10년 혹은 23년이 걸린 이들과 잠재적 피해자들은 서로 연대하고 있다. 이제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을 일어나지 않게 하는 법을 배우자고 말이다. ‘#미투는 '너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거기에 ‘#위드 유‘#미 퍼스트로 응답하는 이들이 있다. 용기를 내고 힘을 내라, #우리가 곁에 있다,#나부터 가만있지 않겠다, 이게 바로 격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21 11:05   |  수정일 : 2018-02-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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