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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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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 퇴직 변호사가 생각하는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가야 할 길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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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종합청사.

경찰청 재직 시 일본 동경출장 때의 일이다. 동경시청에 은발의 노신사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동행했던 분에게 누구냐고 물어보았더니 동경시청에 국장으로 퇴직하신 분이라는 것이다. 매일 시청에 출근, 직원들의 얼굴을 보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주신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면 과연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공서의 엘리베이터도 직원용과 고위관리용(경찰의 경우 실·국장 이상)으로 구분되어 있다.. 심지어 식당, 목욕탕도 계급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는 기관도 있다.
 
경찰의 경우 경무관 이상이 되면 부속실에 일반 직원도 배치되고 내실까지 있다. 지방청장 이상 치안감급이 되면 내실(개인휴게실), 집무실, 접견실, 부속실까지 딸려 나온다. 일반 직원들은 사무실이 비좁아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창문도 없는 숙직실이나 그마저도 없어 의자에 기대어 날밤을 새우거나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윗분들은 직원들보다 일도 적으면서 크고 넓은 방에서 근무(회의와 결재)를 한다.
 
수사과 민원인 조사실은 비좁아서 한꺼번에 여러 명을 조사하다 보면  말소리도 제대로 안 들린다. 그에 비해 서장등 윗사람들은  아침 회의를 마치면 특별한 일도 없이 사무실, 접견실 등 업무에 비해 큰 공간을 비워두게 된다..지방기관장들이 숙식을 취하는 공관은 직급에 따라 더더욱 크고 화려하다. 가족 없이 혼자 내려가 근무하는데 방이 여러 개이고 시설도 좋다. 거기와 비교하면 과장, 계장, 팀장, 일반직원들의 경우 숙소도 없고, 있어도 비좁고 편의시설도 없거나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퇴직 후까지 이어지는 혜택과 대우
 
국회도 역시 마찬가지다. 의원님 전용 전용엘리베이터가 있고, 국회 본관에는 의장, 각 당 대표 등의 전용주차장 표지석도 마련돼 있는 경우도 목격되곤 했다. 어느 기관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의 경우 골프를 치는 날도 계급에 따라 일정을 나누기도 한다. 
 
현직에서 이러한 특혜를 받으니 서로 승진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실력과 인품, 경륜에 존중하여 승진을 시켜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승진하여야 할 사람이 안 되고 승진해서는 안 될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고만 하니 한직에 있으면서 제대로 일도 안 하고 승진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줄(빽)만 찾으려고 한다.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실질적인 일보다는 생색내기 보여주기식 쓸데없는 일만 만들어 소위 얼굴도장찍기식 보고, 지시용 결재만 하려고 한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부서인 현장근무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업무도 적고 여유시간이 많아 자기개발도 하고 승진할 수 있는 부서만 찾아다닌다. 그런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된 후 퇴직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퇴직 후에도 그러한 혜택과 대우를 누리려고 한다. 산하단체 이사장, 이사, 감사와 고문자리를 차지하면서 부속실, 비서, 운전기사와 고액의 연봉을 받으려고 한다. 대형로펌의 전문위원,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
 
재직 중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과 식사와 골프 등 사교 모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청탁에 개입한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산하단체가 적자이고 운영과 관련한 전문성이 적음에도 이사장, 이사, 본부장 등은 현직에 있을 때의 윗사람들이 대부분 독차지한다.
그리고 그러한 보직은 계속 돌려막기 식으로 퇴직을 앞둔 고위공직자들이 퇴임 후 차지한다. 업무의 전문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어도 개선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직에 있을 때의 계급(직급)에 따른 프리미엄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한편으로는 석·박사학위 취득에 여념이 없다. 퇴직 후 정부의 기금을 받아 석좌교수로 취직, 대학에서 강의를 하려면 석·박사학위 취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석·박사학위 논문이 특별한 내용도 없을 뿐 아니라, 일부는 재직 중 직원들이 대신 작성해주는 경우도 있다.
 
목숨까지 내놓은 조선시대 고위 공직자
 
조선시대의 관리들은 왕에게 목숨을 걸고 직언도 하면서 높은 벼슬을 마다하고 낙향하기도 했다. 직언을 하다가 왕으로부터 노여움을 사서 귀양(유배)도 가고 심지어 사약도 받기도 했다. 직위에서 물러나 낙향을 하면서 서원을 세워 후학도 가르치고 후학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많은 책을 저술, 후대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낙향과 유배생활을 통해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보면서 책도 저술하고 왕에게 상소도 하고 유배가 풀려나 관리로 재등용되면 당시의 생활모습을 경험 삼아 국가정책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오늘날에도 존경받는 선비들이 많지 않았을까 한다. 
 
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공직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대들이 생각하는 존경할 만한 공직자가 누구인지 말이다. 경찰청 회의실에 가보면 역대 경찰청장 사진이 붙어 있다. 과연 그중에 직원들이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경찰청장이 몇이나 있을까?
 
현직에 있을 때 미사여구를 통해 회식·회의(간담회) 때마다 떠받들었던 존경하는 경찰청장님의 모습이 그 자리를 떠난 후에는 언제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 회의실에는 역대 경찰청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아니 경찰청 회의실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시대처럼 현직을 떠나서도 대내외적으로 존경받는 기관장, 고위공직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필자가 동두천, 평택서장 재직 시 미군부대를 가보면 미군의 경우 전쟁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한 병사들의 사진이 걸려 있고 병사들의 실명이름을 딴 부대 이름도 있었다. 대신 지휘관의 사진과 이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희생과 봉사, 충성심의 표상을 지휘관의 이름과 계급보다는 그 사람이 현직에서 어떠한 일을 했는가에 초점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공직자 면접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공직자가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 나오면 응시생들은 선뜻 답변을 못한다. 이는 법관, 검사, 경찰,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청빈하면서도 인간적이고 배려심 많은 정의로운 법관, 검사, 경찰, 변호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퇴임 후 변호사로 재취업, 사건도 많이 수임, 돈을 많이 벌어 고소득 랭킹에 들어가는 변호사보다는 퇴임 후 현직 재직 시 미처 살피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배려하고 봉사하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퇴직 후에도 현직에 있을 때와 같은 전관예우를 앞세우면서 돈벌이에 급급하지 않고, 계급장 다 벗어던지고 민초들과 더불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고위공직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것 내려갈 때 보인다는 이야기처럼 내려가는 연습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위직 재직 시 대우받는 특권(기득권)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아울러 제도적으로 고위직에 부여해준 특권과 기득권도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존경심은 계급과 직위가 아닌 인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21 08:59   |  수정일 : 2018-02-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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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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