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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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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서장이 경찰 발전을 위해 쓴 참회록 ...현장 근무와 인사권자의 기득권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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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부종합청사./ 조선DB

필자는 총경(경찰서장직) 바로 밑에 계급인 경정으로 경찰에 들어왔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경정 계급부터 시작한 것이다. 순경 출신이 대부분인 경찰조직에서 경정부터 시작한 후 9년째 총경으로 승진, 11년 동안 재직한 후 계급 정년으로 50대 초반 나이에 강제로 경찰을 떠나야 했다. 경찰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조직의 발전을 위해 참회록을 쓰는 심정으로 본 칼럼을 쓴다.
 
일부 직원들은 젊은 나이에 고시에 합격해 벼락출세를 했다며 시기질투를 하기도 했다. 당시 경정(경찰서 과장)이면서도 자동차와 별도 사무실을 제공받는 등 많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 총경이 된 후 파출소 순찰업무, 형사외근, 수사조사업무 등 현장실무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경찰서장 업무를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승진하려고 일선 경찰서 현장업무보다는 본청 등 기획부서로 일찍 들어가서 인사권자인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한 적도 많았다. 경찰재직 20년 중 10년을 본청 수사기획부서에서 근무를 했을 뿐 실제 수사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거나, 조사한 적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본청에 일찍 들어가야 일선 현장근무자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본청에 일찍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경찰본연의 업무가 지구대, 파출소, 경찰서 외근 등 순찰과 수사업무가 주된 업무임에도 승진을 위해 일찌감치 본청, 지방청 기획부서를 선호한 것이다. 필자뿐 만 아니라 젊고 유능하다는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사람들 거의 전부가 경쟁적으로 본청, 서울청 등 기획부서에 입성하려고 했다. 일선 지구대, 파출소, 경찰서에 있으면 악성민원과 사건처리에 시달리고, 자칫하면 징계도 받아 위험부담이 많기 때문에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아니 본청, 지방청에 올라가면 보고와 지시만 내리면 되고, 일선의 보고서를 취합, 보기 좋게 만들어 윗사람에게 보고하면 윗사람이 고생했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곧 승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감찰도 거의 받지 않고 포상, 국내외 유학, 주재관 파견 등 자기계발기회도 본청, 지방청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본청근무자들은 자연스럽게 보고서 작성과 편집, 신속한 전파에 목을 매게 되고 현장의 어려운 고충은 등한시하게 된다. 현장의 목소리 전달보다는 인사권자인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현장업무와 동떨어진 지시, 보고서 작성에 매진하게 된다. 본청의 업무도 기획회의, 간담회, 워크숍 등 회의업무에 매달리게 된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모적인 노력
 
본격적인 인사고과 평정이 이루어지는 하반기에는 국회업무 등으로 인해 윗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혈안이 된다. 쓸데없는 보고서작성, 업무지시하달, 혁신사업보고와 추진을 하면서 열심히 일한다는 모습을 윗사람에게 문서를 만들어 대면결재를 하는 등 잘 보이려고 한다.
 
별로 할 일이 없는데도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사무실에 대기하고 공휴일에도 사무실에 나온다. 윗사람의 전화를 잘 받고 언론보도에 나오기 전에 예상보도 등을 하면 윗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는다. 나아가 윗사람의 식사도 챙기면 금상첨화다. 회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지시이고 별 지시내용이 없어도 수첩에 쓰는 척을 하여야 한다. 별 내용도 없는 회의가 길게는 3시간 이상 진행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승진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일과 승진은 별개이면서 일도 별로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는 사람들이 지역 안배, 출신 안배(경찰대, 간부후보생, 고시 등)에 의해 승진하기도 한다. 경찰 본연의 업무가 현장에서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것이고,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현장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근무자들은 윗사람에게 눈에 띄지 않아 승진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이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욱 심했다. 그것도 순경에서 경찰을 시작한 사람들이 경찰서장, 경무관, 지방청장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현장에서 근무하면 승진은커녕 격무(윗선의 보고와 지시문서처리)에 시달려 건강도 해치고 때로는 억울하게 징계까지 당하기도 한다. 어렵게 승진을 해도 한곳에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생활 근거지와 거리가 먼 경찰서에 가서 근무하기도 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 가까운 지역은 본청에서 승진한 속칭 힘 있는 사람들이 와서 1~2년 만에 다시 본청으로 가는 경유지에 불과했다.
 
지휘관은 참모형과 야전형이 있다. 경찰청장, 지방청장, 경찰청 실, 국장 등의 이력을 보면 야전형 보다는 기획참모형이 많다. 일선에서 수사실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경찰청 수사국장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경찰에 들어와서 지구대, 파출소, 경찰서 근무는 거의 해보지도 않고 교육기관, 해외유학, 주재관근무, 본청 기획부서만 근무하다가 고위직으로 승진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현장근무 중시하는 공직문화 시급
 
현장의 어려움을 피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부서만 골라 근무하면서 승진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히려 자격증, 토익점수, 해외주재관 경력이 있어야 승진 가점을 받을 수 있어 현장근무는 하지 않고 본청, 주재관파견을 가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지휘관이 되면 업무도 현장경력도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지휘가 될 리가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법과 규정, 매뉴얼만 내세우면서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현장과 동떨어진 지시와 업무만 내렸다. 실적평가도 기획부서에 유리한 평가항목만 선정,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언론보도실적, 친절도 실적, 징계민원제기건수, 절도범 검거실적, 교육실적 등으로 실적을 부풀리기도 있었다.
 
산술적으로 수치상 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항목도 무리하게 항목으로 선정해서 만들어서 평가했다. 평가항목의 문제점과 부당성에 대해 과감하게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도 적었다. 아니 이의를 제기해도 잘 반영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기득권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휘관 주도의 격려 회식과 직원간담회에서는 애로사항 청취보다는 자화자찬식 지시일변도의 주입식 교육과 용비어천가식 건배사가 이어졌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고위직으로 살아남으려면 윗사람의 비위를 건드리지 말고 칭찬일변도의 언행이 필요한 것 같았다. 사업과 지시가 비현실적이고 예산낭비적 요소가 많아도 반대를 하면 속칭 찍힐까 봐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출세하려면 필자가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현장근무부터 하여야 한다. 경찰의 경우 순경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승진보다 일 자체의 보람, 경험, 경륜, 나아가 봉사와 배려에서 직장생활의 보람을 느끼도록 하여야 한다.
 
본청, 지방청 기획부서의 조직과 인력을 확 줄이고 지구대, 파출소 등 민생현장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출발도 현장에서 하여야 하고 승진하면 반드시 일정기간 현장부서 근무를 반드시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인사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한 일
 
현장과 기획이 일치되도록 인사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쓸데없는 전시성 회의도 줄이고 간담회도 청취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본청, 지방청의 지휘부서의 근무자들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 외국연수도 어학중심에서 현장중심의 근무자들로 채워져야 하고 그들이 외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봉사와 배려를 가지고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우받고 승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회의와 교육도 현장에서 토론과 대화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연륜과 경륜과 인품을 갖춘 사람이 지휘관이 될 수 있도록 인사보직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현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오로지 자기 개발에 조직을 이용, 승진, 유학 등 특혜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외국비유학 이전에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즉시하고 봉사체험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국비유학을 다녀온 후 교육기관에 근무하고 경찰을 퇴직하고 일반대학교수로 가는 경우도 보았다. 어찌 보면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계발에 치중하고 봉사는 등한시한 것이다. 계급과 승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본청, 지방청의 건물치장보다는 지구대, 파출소 등 현장근무부서의 건물과 사무실을 개선하여야 한다. 
 
윗선으로 올라가면 넓은 집무실, 접견실, 거기에 더해 내실까지 있는 데 비해 민원인들과 씨름하는 일선 경찰서 조사실, 지구대 파출소에는 직원 개개인의 사무공간이 비좁고 협소하다는 것을 자성하여야 한다. 결재와 보고, 지시에 치중한 일하는 방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시하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
 
보고와 결재 때문에 현장처리업무가 등한시되지 않도록 선조지 후보고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현장근무자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윗사람들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모두 인사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공직사회의 미래가 밝아진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14 13:31   |  수정일 : 2018-02-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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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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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  ( 2018-02-23 )  답글보이기 찬성 : 5 반대 : 4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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