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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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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서장이 본 회식 문화와 성추행의 상관관계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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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4일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후 동부지검을 나오고 있다./ 조선DB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고백폭로를 시작으로 검찰 내 여검사의 성추행 고백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검찰뿐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 고위직 경찰로도 이런 폭로가 이어진다. 필자는 경찰과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회식 자리에서 적지않은 성희롱 혹은 성추행 모습을 보아왔다.
 
일반적으로 윗사람이 주관한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은 윗사람의 옆자리나 건너편 자리에 잘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비단 여직원뿐 아니라 직원들은 상사의 옆자리나 맞은 편 자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강제로 자리가 지정되기 일쑤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만찬을 주재한 윗사람의 비위에 맞춰 술을 따르거나 잔시중을 들어야 한다.
 
자리를 마련한 윗사람은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라고 하지만 회식은 오히려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윗선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자리라고 말하는 편이 솔직하다. 윗사람이 강제로 만들어 제조하는 속칭 폭탄주를 강제로 마셔야 하고 때로는 러브샷이란 이름으로 내키지 않은 스킨십도 하여야 한다. 윗사람은 친근감의 표시에서 하는 스킨십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충성주’라는 미명하에 술잔이 돌아가면서 용비어천가 식으로 윗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건배사를 하여야 했다. 건배사를 보고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서 윗사람은 직원들의 충성도를 가름하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강제로 술이 들어가고 그 와중에 정신을 잃거나 그 과정에서 폭행, 폭언 같은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격려와 회식이란 핑계로 벌어지는 자리는 술자리를 주재한 상관들의 직원 충성도를 평가하거나, 가슴에만 품고 있는 상사에 대한 생각을 강제라도 술을 먹여서 한번 들어보려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위압적인 회식 문화가 만연하다 보니 여직원들을 상사의 옆자리에 강제로 앉히거나 성희롱과 성추행이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막상 성추행, 성희롱을 당하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거부하면서 망신을 주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성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늘 가져보곤 했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회사와 조직의 회식 문화와 격려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검찰, 법관, 변호사 등 글이나 말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하는 법조인들은 늘 청빈한 생활을 하면서 매일 자성하고 반성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법전이나 법률 서적에서 알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의 삶과 그늘을 고민하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주말이나 휴가 때면 구치소, 교도소, 소년원 등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시설과 반 지하 단칸방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 장애인 노인 요양보호시설에 가는 검찰, 변호사, 법관은 보지 못했고, 대신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수없이 보았다.
 
그러면서 법과 규정을 내세우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아집)에 사로잡혀 사건 관계자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범죄자를 단죄한 것을 무슨 대단한 정의감이라도 세운 것처럼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을 볼 때마다 필자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곤 했다. 대법관으로 정년을 마친 후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높은 판사 자리에 있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사건 의뢰인과 마주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보았다는 법조인도 많이 보았다.
 
필자 역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그동안 고시공부를 하면서 공부하면서 구경도 하지 못했던 등심, 안심고기와 회, 그리고 양주를 갑자기 마시면서 달라진 회식문화에 상당히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우선 회의와 회식문화를 바꿔야 한다. 필자가 동두천, 평택서장 재직 시 바라본 미군들의 회식과 회의는 짧지만 내실 있게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회의, 회식을 준비하면서 말씀자료, 축사 등 회의 자료를 써주는 문화도 없을 뿐 아니라, 이런 요식적인 인사가 불필요하다고 하여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서서 하는 스탠딩 방식의 회의가 많았고, 즉석에서 바로 핵심으로 질문하고 답변하면서 논쟁까지 했다.
 
회식은 회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자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와서 나눠 먹는 그런 문화였다. 어려운 사람을 초청하여 음식도 나눠주기도 하였고 참여자가 즐겁게 대화도 나누었다. 가족도 참여하여 서로 즐기는 문화였다. 회식경비, 음식물, 말씀자료, 회의자료, 회의장 준비 같은 거추장스런 데 집착하지 않았고, 술잔 돌리기, 충성주, 폭탄주, 용비어천가식 건배사도 없었고, 2차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면서 서로 농담과 유머를 섞어가면서 즐기는 회의와 회식자리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왜 그런 문화를 만들 수 없을까? 회식 문화를 바꾸지 않고 성희롱, 성추행 신고센터를 만들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성추행예방교육을 자주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까? 윗사람부터 달라지지 않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성희롱, 성추행예방 교육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잠만 잤다는 회사원들이 부지기수다. 성희롱, 성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식문화와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성희롱, 성추행과 관련한 교육은 어린이집, 유치원부터 시작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여성들의 경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면 그 자리에서 소리치는 교육과 훈련을 하여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윗사람 중심의 회식, 회의, 단합대회 등 직장, 조직문화를 확 바꾸어야 한다. 참석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참여하는 그런 모임, 회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술이 없어도 각자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서서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는 그런 모임이 있어야 한다. 높은 사람들만을 위한 자화자찬식의 회의, 회식, 모임자리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소통을 강조하고 대화를 외치면서 실상 속칭 윗사람들은 권위적이고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는 의미에서 회식과 세미나, 워크숍을 강조하였다고 본다. 경찰, 검찰, 법관, 군대, 회사 조직은 늘 소통을 내세우면서도 막상 워크숍, 세미나에서는 경청보다는 윗사람들이 일방적인 지시가 장시간 이어지기 일쑤다. 이런 조직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정말 소통과 경청,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경찰, 검찰, 법관들이 자신들의 생각(선입견)에 사로잡혀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사건관계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과 배려의 힘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조직내 성희롱이 없어지려면 조직, 직장문화가 바뀌고 윗사람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희롱, 성추행 예방신고센터, 교육, 그리고 엄벌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만 성희롱, 성추행신고와 수사과정에서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려 본인은 물론 가정, 직장, 사회에서 퇴출당하여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아울러 성추행,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엄벌조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와 상담 등 회복이 이루어지도록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07 10:22   |  수정일 : 2018-02-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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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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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에서  ( 2018-02-08 )  답글보이기 찬성 : 3 반대 : 2
시력부터 검사해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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