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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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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을 죽이려던 소인배들...한국에서 완장질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도 윈스턴 처칠 같은 선견지명을 가진 인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글 |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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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 2014)' 스틸컷
   영국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독일군이 결코 뚫지 못하는 암호라고 자부했던 암호를 뚫은 영국인 1명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독일군이 군사 정보를 암호화하는 데 쓴 '에니그마' 해독에 관한 영화 '더 이미테이션 게임'의 내용이다. 실화에 근거한 이 영화를 10번도 넘게 봤다.

   주인공의 당시 나이는 27세. 23세에 수학계를 압도할 논문을 출간했고, 24세에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됐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 중 영국 블레츨리 정부 암호학교 면접에서 자신은 검증된 천재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 이유는 뉴턴은 22세에 이항정리를 발견했고, 아인슈타인은 26세에 세상을 바꾼 논문 4편을 출간했기 때문이란다.

  세상을 바꾼 뭔가를 자신보다 더 이른 나이에 해낸 그들과 비교하며, 골프로 치면 자기는 이제 겨우 '파' 정도를 했다고 말한다. 시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실제 그는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자기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했다. '괴물'이라 불렸던 앨런 튜링(Alan Turing) 이야기다.

  튜링은 인간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독일군 암호를 기계의 힘을 빌려 풀었다. 오늘날 '컴퓨터'라고 불리는 그 기계를 이용하여 제2차세계대전 때 약 1,200만 명의 목숨을 살렸다. 기존 방식이 익숙한 일부 주변 사람에게 그는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부 주변 사람은 그를 '오만하고 재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고 따돌렸다. 그를 스파이로 몰아 교수형을 시켜야 한다고까지 했다. 중간에 그가 모함을 당해 죽고, 독일군의 에니그마가 깨지지 않았다면 영국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에는 튜링 말고, 귀에 익숙한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다. 처칠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튜링이 에니그마를 깰 수 있는 책임자 자리에 앉힌다. 일부 주변 사람에게는 '오만하고 재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처칠은 튜링의 뭔가를 본 것일까? 처칠이 왜 처칠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튜링을 죽이려고까지 한 일부 소인배들 때문에 불편했다. 자기는 못하니 남도 못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내가 바보처럼 보인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은 억압하고 짓눌러야 한다. 못하게 해야 한다. 떼로 다니며 헐뜯어야 한다. '오만하고 재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일부 영국인만 그랬으랴? 일부 우리나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완장 채워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잠시 완장 채워주니 좋아라 완장질 했던 사람들이 있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점령한 마을에서 잠시 완장 채워주니 좋아라 완장질 했던 사람들이 있다. 굳이 역사를 언급할 필요 없다. 오늘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장이 완장 하나 채워주면 좋아라 완장질 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 그러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며.

  언제나 그래왔고, 시간이 흘러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윈스턴 처칠 같은 선견지명을 가진 인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You think that because you are sitting where you are and I am sitting where I am that you are in control of what is about to happen. You're mistaken. I am in control. Because I know things that you do not know."
 (당신은 당신이 그 자리에 있고, 내가 여기에 있다고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그건 당신 착각이다. 왜냐하면, 나는 앞으로 일어날 당신이 모르는 일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 '더 이미테이션 게임' 중에서]

7 January 2018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1-08 09:44   |  수정일 : 2018-01-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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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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