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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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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하라굽쇼?

영국에선 조부모에게도 유급 육아휴직

글 | 정채관 박사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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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by 조선DB
  영국에서 유학할 때 실제 있었던 일이다. 연구실에서 새로 포닥(박사후 과정) 연구원을 새로 한 명 뽑기로 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워낙 전도유망한 분야였던 터라 쟁쟁한 사람들이 지원했다. 최종적으로 연구 성과도 출중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여성 연구원이 뽑혔다. 교수는 그 여성 연구원과 함께 연구실에 내려와서 연구실원들에게 인사시키고 서로 잘 지내라고 했다. 그 날 저녁에는 간단한 회식도 했다.

  일주일이 겨우 지났을 무렵 그 여성 연구원이 갑자기 육아휴직을 냈다. 이제부터 한참 열심히 연구해야 하는 데 웬 육아휴직? 그것도 취직한 지 일주일 만에? 육아휴직을 하려고 취직했나? 그런데 영국인 동료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번은 같이 밥을 먹다가, 그 사람 좀 이상한 거 아니냐고 얘기를 꺼냈더니, 영국인 동료들은 육아휴직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를 더 이상하게 쳐다봤다.

  영국 정부는 2016년에 조부모가 손녀나 손자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부모에게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52주)을 활용해서 조부모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직을 하고 한 달에 약 100만 원 정도의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영국이 왜 선진국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어떤가? 자기가 마시는 우물에 침 뱉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만일 내가 마시는 우물이 점점 더러워지고 혼탁해지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모두 들어내고 다시 맑은 우물로 만들지 않으면, 그 우물은 더 더러워진다. 다음은 내가 직접 겪은 육아휴직 경험담이다.

  나는 2017년 8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육아휴직을 했다. 둘째가 4월 말에 태어났고, 갑자기 아기가 둘이 되니 집사람이 힘들어했다. 독박육아가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둘째 때 제왕절개 한 후 몸이 약해졌다. 하지만 외벌이에 애가 둘이나 되는 내가 감히 육아휴직을 어떻게 하나? 육아휴직을 하는 순간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 육아휴직급여가 나온다지만 갑자기 네 식구가 100만원 남짓으로 살아야 한다.

  집사람이 쓰러지고, 둘째가 아파했다. 나중에는 요로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상황에서는 대출을 받아 생활하더라도 육아휴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육아휴직을 하자, 회사에서 일 때문에 자꾸 연락이 왔다.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일정 기간 근로 제공의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므로, 육아휴직 기간 중 회사에서 근로 제공을 요청하는 것은 육아휴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500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우리나라 회사는 그런 거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육아휴직이 정착되지 못하는 단적인 예를 내가 직접 겪은 것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연말에 성과평가가 이루어진다.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복직을 하니 육아휴직하고 온 것을 마치 어디 휴가 다녀온 사람 취급했다. 월급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고, 대출로 생활했다고 하면 그제야 몰랐다고 한다.

  복직하고 나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총무부에 육아휴직확인서 한 통을 받는 데 2주 가량 걸렸다. 육아휴직은 근속기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복직하고 나니 육아휴직을 했다며 '맞춤형복지비', '개인역량개발비' 등과 같은 직원 복지 관련 지원금을 만근 월 수에 따라 깍여서 차별 지급 받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3항, 제4항에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근로자의 경제, 정신, 생활상 불이익을 주는 것)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동법 제37조(벌칙)제2항제3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사장에게 호소하고, 원내 게시판을 통해서도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정 조치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사장께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2017년 12월 공공기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성기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지난 2월 대선후보였을 때,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외쳤고, 8월 25일에는 "등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을 말했고, 바로 어제인 12월 26일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 실패"를 부르짖으며 일과 삶의 균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조차 육아휴직을 하면 이렇게 현행법을 어겨가며 육아휴직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데, 민간기업에서는 어떨까?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
  “등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
 
  저 말을 믿은 내가 바보다.

27 December 2017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2-28 09:18   |  수정일 : 2018-02-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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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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