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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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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 출신 변호사가 말하는 공무원들의 요지경 같은 예산 낭비 백태

과연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쓸까?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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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예산 낭비의 한 사례. 한 때 지자체마다 친환경 도시조성이라는 명목 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전거 도로건설이 남발되었다. /뉴시스

내년도 예산 심사가 한창이다. 여야 대표 간 최종담판에서 사실상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예산 심사는 당리당략에 의해 시간에 쫓기어 밀실에서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어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이 계수조정위원회와 여야대표 간 최종 담판에서 증감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힘있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등 쪽지예산 식으로 재편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예산안 편성과 집행과정을 국민들이 제대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언론도 구체적으로 정부의 예산안, 상임위원회심의안, 계수조정위원회안, 최종 원내대표 간 합의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과정, 심의과정에 대하여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세입은 국민의 피와 땀이 어린 세금으로 충당되는데도 불구하고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참 말이 많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속칭 힘있는 기관의 특수활동비가 구체적인 편성항목과 집행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항목비 내용도 아주 추상적으로 편성된다. 
 
국회의원들은 이 와중에서 8급 비서관 추가채용과 의원세비인상 등 자신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내년도 예산편성심사 못지않게 올 한해의 각 부처(사법부, 국회 포함)의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결산 심사도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부실하게 넘어간다.
 
예산집행 과정에 불용, 이월, 전용된 예산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심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단지 각 부처와 국회 전문위원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제출한 결산보고서에 의존, 대충 넘어가곤 했다. 
 
멀쩡한 컴퓨터 바꾸고, 사무실 이전하고
 
필자도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의 예산이 제대로 타당성과 적합성 심사를 거치지도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편성·낭비되고,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예컨대 부처별로 중복 편성되었거나 구체적인 사업의 효율성을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못한 채 예산이 편성되고, 이렇게 편성된 예산이 졸속으로 집행되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예산의 조기집행을 추진하고 그 실적을 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라도 내려오면 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된 타당성과 효율성도 검증하지 못한 채 더욱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에 대한 죄의식도 없었다.
 
IT관련 연구개발사업 예산은 더더욱 눈먼 돈이었다.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명목에 묶여 제대로 사업내용도 알지도 않고, 몇몇 기업체의 제안서에 맞춰서 한정된 예산을 짧은 사업기간 내에 추진하다 보니 기술성과 사업성도 떨어져서 예산만 날리는 일이 흔하게 벌어졌다.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결재권자들은 실무자들이 제대로 편성·집행했는지 심사도 하지 않은 채 결재만 하고, 나중에 문제(감사)가 되면 나는 모른다고 발뺌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무실 자동화를 추진한다고 멀쩡한 컴퓨터와 가구 등을 새것으로 바꾸고, 조직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사무실을 이전하기도 하였다.
 
필자도 경찰 재직 시 쓸데없이 조직을 확대·개편한다면서 사무실을 자주 옮기고, 상관이 바뀌면 멀쩡한 가구와 집기를 교체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내 돈이라면 저렇게 사용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필요한 곳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현장을 수없이 목격했다.
 
부처마다 연말이 되면 남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그동안 가지 못한 외국 출장을 가기도 하고, 부족한 수당과 출장여비도 예산을 전용해서 충당하기도 했다. 예산편성 과정도 수요처인 일선 현장 직원들의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조사도 없었다. 그저 기획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높은 사람의 한마디에 사업성, 기술성, 경제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예산이 편성되고 사업이 추진되었다. 
 
예산을 아끼면 인센티브가 아니라, 다음 해 예산 삭감
 
실제 일선에서 별 필요가 없는 장비구입 항목이 예산으로 편성되어 현장에 배치되다 보니 한 번도 못쓰고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장비와 IT 전산프로그램 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유지보수예산이 뒤따르지 못해 멀쩡한 장비를 못 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의 경우는 외국수사 현실에는 맞지만, 우리나라 수사현실에는 부적합한 장비가 수입되어 제대로 사용도 못 하고 폐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관공서 신축·증설 예산은 더 심하다. 일선 파출소, 조사계, 형사계 사무실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지방청 등 상급기관의 증설이 우선시 되곤 했다. 거기에 더해 기관장의 집무실, 접견실, 부속실, 회의실 등의 명목으로 업무와 무관한 공간증설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세종시에 가보면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이 너무 호화스럽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예산사업의 편성과 집행과정에 대한 적합성, 타당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감사원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되고, 각 기관의 감사부서와 국회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검찰, 법원, 국정원, 국회 등 속칭 힘있는 기관들에 대한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은 기재부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연말이면 국민이 낸 피 같은 돈을 ‘남은 예산은 반납하여야 한다’며 무조건 쓰라고 일선에 알리는가 하면 갑자기 없었던 회의를 개최하고 지방이나 해외 출장도 가는 것이다.
 
예산을 다 소진하여야 다음 년도 예산을 깎이지 않는다는 참으로 대한민국에만 있는 공무원다운 발상이자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부처별로 예산절감을 독려하고, 절감된 예산만큼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상식인데 정반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낭비 관련자 문책·처벌해야
 
지자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산을 감시하여야 할 의회부터 외유성 출장과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확보에 급급하다.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사무실운영비 등에 대한 예산편성집행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여야 하는데 비공개 대상이 너무나 많다. 
 
공동구매 등을 통해 예산절감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책임이 두려워서 부처별 기관별로 구매하라고 한다. 생색 내기식 축제, 선심성 예산, 지역이기주의에 기반을 둔 지역편중예산,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등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낭비되는 돈이 전부 국민이 피땀 흘려 번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소청심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 국민의 생활과 가까운 부처와 부서는 굳이 먼 곳(세종시 같은 데)에 둘 필요가 없게 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경찰서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교통편과 거리가 먼 산 중턱에 건립되거나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건설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것도 공무원들이 현장에는 안가고 사무실에 앉아 법과 규정만 고집하면서 소극적인 행정을 하는 원인이 된다.
 
전자정부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보조금관리집행 등 복지예산 집행을 허위로 전산 입력하는 등의 허점도 많이 노출된다.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데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국회결산예산 심사의 내실화를 사원을 국회소속으로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예산낭비 관련자 문책·처벌과 함께 변상회수 노력도 추진되어야 한다. 문득 이몽룡이 변학도 생일날 읊은 노래가 생각난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天人血)
황금술잔의 좋은 술은 천인의 피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
옥소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
 
촉루낙시(燭漏落時) 민루낙(民淚落)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아가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2-06 10:06   |  수정일 : 2017-12-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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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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