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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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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변호사가 구치소 수감자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 모습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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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정문./ 조선DB


변호사로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수감된 사람들과 접견을 할 기회가 많다. 입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플래카드가 수없이 걸려 있고,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시국 사범으로 수감된 수감자들의 처우개선과 인권을 요구하는 시위도 많은 편이다.
구치소를 담당하는 의왕경찰서는 24시간 경찰버스를 대기하면서 별도의 경비를 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는 살인, 절도, 강도, 사기범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직 국정원장, 안봉근 등 박근혜 정부의 속칭 ‘문고리 3인방’,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정·재계를 주름잡았던 사람들도 다수 수용돼 있다.
 
변호사들은 별도의 접견실에서 수감자들과 편안하게 시간의 구애 없이 교도소 업무시간 중에는 접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가족이나 친구, 지인 같은 면회객들은 아무리 먼 곳에서도 왔다고 해도 단 10분 내외의 면회 시간밖에 주지 않는다. 면회 시간도 하루 단 한 번에 불과하고, 손도 잡아보지 못한 채 마이크를 통해 안부만 전달할 뿐이다.
 
그나마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공휴일과 야간에는 면회가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검사가 가족면회금지(제한) 조치를 해놓아서, 가족들이 면회를 왔다가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돌아가는 일도 있다. 평일에는 생계 때문에 면회가 어려운 사람은 일요일 외에는 시간이 없는데 일요일 가족 면회가 안 되고, 평일에도 일과 시간 이후에 도착하면 면회가 안 된다. 가족면회 횟수도 하루 한 번밖에 안 되는 규정을 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가족 등 지인과 면회 시 면회 내용이 기록되고 기록된 내용이 나중에 검찰에 보고되기도 한다고 하여 제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못 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변호사와 접견보다는 가족과의 충분한 면회 시간의 보장이 필요한데도 실상은 정반대이다. 변호사들도 업무시간 외인 야간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접견이 허락되지 않는다. 
 
변호사 자격으로 수감자들을 접견하면서 많은 하소연을 들었다. 어떤 수감자들은 변호사보다 법률에도 능통하고 심지어 판사·검사의 스타일도 잘 파악하고 있다. 수감자들은 “어떤 판사는 강성이라 그 재판부에 배당받으면 항소가 기각되거나 심지어 검사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한다”고 말하곤 한다.  
 
형을 낮춰 받기 위해 장기기증 서약도 하고(수감자들 간에는 장기기증 서약서를 제출하면 판사가 형을 깎아준다고 알고 있다), 거의 매일 재판부에 탄원서도 작성, 제출하는 이들도 보았다. 또한 어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면 그 변호사가 판사·검사와 친해 형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며, 법률 지식과 법조계 사정에 훤한 수감자들은 구치소 내에서 속칭 사건소개 알선브로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감된 방도 독방부터 4인실, 5인실, 7인실 등 다양하다. 고위직 공무원과 관리들은 다른 수감자들과 어울리기를 꺼려 독방수감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입감할 때는 독방에 수감되길 원하다가 나중에는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독방 수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독방의 경우 누워 있기도 비좁은데, 책상을 놓고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운동도 하루 30분밖에 허용되지 않아 운동할 때 못 만났던 사람끼리 만나 잠시 안부를 묻곤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비록 같은 시설에 수감되어 있지만 구치소 내에서 다른 이들이 보지는 못한다고 한다. 
 
일단 구치소에 수감되면 수감자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형사소송절차, 형선고결과예측, 검사와 판사 성향에 대해 거의 박사 수준이 된다. 수감자끼리 나누는 화제는 대부분 어떻게 하면 형량을 적게 받을 수 있는지와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같이 수감된 사람 중 변호사와 검사, 판사 출신이나 유사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받아본 수감자들이 있으면 수사와 재판에서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자문)도 받는다고 한다.  
 
수감자는 변호사보다 의견서, 증인신문조서, 변론 요지서를 더 잘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구치소는 로스쿨의 형법·형사소송법을 가르치는 저명한 교수보다 실무적으로 많은 내용을 알고 토론도 하는 학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재력이 많거나 권력을 가졌던 명사들은 날마다 온종일 변호사들이 교대로 접견하여 수감방보다는 접견실에서 변호사와 생활하는 시간이 많을 때도 있다. 이에 비해 돈이 없거나 권력이 없는 일반 속칭 ‘잡범’들은 변호사 접견은커녕 가족이나 지인 면회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력가나 권력자와 같이 수감되어 그들에게 잘 보이는 행동을 함으로써 사식제공 등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고, 구치소 내에서도 유전(권)호강, 무전(권)빈곤도 있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요즘은 독방이 꽉 차서 독방 수감대상자가 다인실로 밀려, 좁은 방에 속칭 ‘칼잠’을 자기도 한다. 무죄, 집행유예, 보석을 받아 석방될 줄 알았는데 석방되지 않아 실망하여 좌절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 수감자 대부분은 자신을 수감시킨 검사와 판사가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고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필자도 많은 수감자로부터 “요즘에는 몸을 때리는 고문이 아니라, 마음을 때리는 말에 의한 강압이나 회유 식의 추궁에 의하여 수사관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조서를 작성하고, 그러한 조서를 판사에게 제출하니 판사는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재판을 하게 되고, 무죄나 억울함을 밝히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듣곤 한다.
 
일부 수감자들은 밤샘 장시간 조사에 지치고, 그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는 추궁에 시달려 자괴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변호사에게 이야기해보았자 조사과정에서 느낀 심적인 고통은 조서에 기재하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한 수감자도 있었다.
 
실례로 중국에서 마약을 운반한 혐의로 구속된 어느 시골 부녀자는 “자신은 그것이 마약인 줄 모르고 단지 보석운반 심부름만 해주면 심부름값을 주겠다는 꼬임에 속아 운반한 죄밖에 없는데 마치 자신이 마약인 줄 알면서 운반한 것처럼 뒤집어 씌워 7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정말 한스럽다”며 자신을 수사한 검찰 수사관과 기소한 검사, 중형을 선고한 판사를 원망하였다. 
 
몸과 마음이 아파도 구치소에는 분야별 당직 전문의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구치소 수감 후 형이 확정되면 교도소로 이감하는데 어느 교도소로 보내질지에 대한 걱정도 많다. 가족 면회가 잘되고, 시설이 좋은 교도소로 이감되어 수용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사람이나 창구를 모르니 답답해한다. 간혹 종교 시설에서 위문을 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큰 위안이 된다고 한다. 운동이 그나마 유일한 낙인데 운동시간도 부족하고 공간도 협소하다. 책 반입도 서신전달도 오래 걸리고 절차도 복잡하다.  
 
구치소에서 수감자를 관리하는 교도관의 얼굴을 보면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여자 수감자들의 변호인 접견실은 남자 수감자들보다 더 협소하다. 사람이 많을 때는 접견실이 아닌 의자에서 접견하기도 한다. 인터넷 화상 면회와 접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절차도 까다롭고 화상 면회 시설을 갖춘 가까운 구치소에 가서 미리 예약을 하여야 한다. 왜 미국 등 선진국의 구치소처럼 구치소 안에서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못 하는 것일까?
 
검찰의 급작스런 구속영장 청구와 구속 후 연이은 조사에 일부 수감자들은 변호사로부터 충분한 조력도 받지 못한 채 재판에 임하게 된다. 헌법, 형사소송법에서 배웠던 평등의 원칙, 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원칙, 충분한 방어권보장을 위한 형사소송절차상의 당사자(검사와 피고인과 변호인)주의, 무기대등의 원칙은 구치소에서 볼 때는 딴 세상의 원칙이다.
 
구치소에 수감자들이 넘쳐나고 억울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이 땅의 경찰, 검사, 법관들이 반드시 한 번쯤 보아야 한다. 휴가 때 골프를 치고, 외유를 하기보다 자신들이 수사하고 단죄를 했던 구치소, 교도소를 찾아가서 수감자들의 목소리를 한번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찰, 검사, 법관도 자신들도 잘못하면 단죄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는 로스쿨 학생들도 한 번쯤 구치소 시설을 방문하여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위원들 나아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도 구치소를 방문하여 억울한 사람들은 없는지, 법집행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해 수감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경청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1-20 16:32   |  수정일 : 2017-11-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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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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