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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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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수활동비 사태...특수활동비로부터 자유로운 기관은 없다

잘못된 관행은 제도를 개선하여 근원을 제거해야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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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3일 오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소위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조선DB

국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직 당시 특수활동비의 일부를 지급(상납?)했다는 혐의와 관련하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수활동비를 받은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구속 수감되고, 전 국정원장 등이 연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호기 지침상 ‘정보 및 사건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기재되어 있다. 즉 정보와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정보수집과 수사목적으로 사용하라는 예산이다.
 
한 해 예산만도 약 8000억원에 달하고 이중 국정원에서 예산의 절반인 49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등에서도 사용한다. 정보와 수사목적으로 사용하라고 편성한 예산이다 보니 집행 과정에서 영수증을 제대로 받지 않는(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수집과 수사목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속칭 망원(공작원, 정보원)에게 현금을 주어야 할 경우가 많은데 불가피하게 카드지급도 안 되고, 영수증도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 망원의 경우 신분 비밀을 유지하여야 하니 수령자도 기밀에 붙여진다. 이처럼 특수활동비의 편성과 집행 내역이 기밀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특수활동비가 본래 목적대로 집행되었는지 감사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매년 특수활동비는 늘어나고 있다.
 
국정원, 경찰청 등 수사정보기관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특수활동비가 배정·지급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내대표, 상임위원장에게도 매월 거액이 지급된다. 일부 국회의원이 이 돈을 쌈짓돈처럼 개인의 생활비, 자녀유학비 등으로 사용하다 발각된 경우도 있다. 특수활동비가 매년 늘어나고 있고, 이처럼 부정하게 사용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예산 편성, 집행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었는지에 대한 법적, 제도적 개선의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필자는 만일 특수활동비의 편성·집행단계를 투명화하여 세세한 배정항목, 집행내역을 제출하고 검증한다면 쌈짓돈처럼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돈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수활동비의 편성·집행·검증과정을 투명화하고 엄격하게 하면 기밀을 요하는 국가의 정보수집과 수사활동이 위축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일부 사람(의원, 기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편성·집행과정을 투명화하고 엄격화한다고 해서 국가의 정보수집·수사활동이 위축될까? 반대로 과연 한해 약 8000여억원이 들어가는 정보·수사활동으로 대한민국의 정보수집·분석·수사활동이 나아졌다는 증거가 있는가?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국정원의 대통령에 대한 특수활동비지급(상납) 수사는 사용처에 대하여 엄정하게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도 국가통치권자로서 정보 및 수사 등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을 위해 지급받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이 그러한 내역으로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를 지급받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였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지급내역 공개를 거부한다면 전직 국가통치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특수활동비가 정보수집·수사목적이 아닌 측근들과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차원으로 집행되었거나, 대통령 개인적인 용도로 집행되었다면 이에 대한 엄정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다만 형법상 뇌물죄로서의 대가 관계보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국고 등 손실죄를 적용해야 법리에 맞다고 본다. 한편으로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특수활동비의 지원을 강요(지시)하였는지에 대한 측면에서도 조사를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상납한 국정원장에 대한 형사책임보다는 이를 강요(지시)할 수도 있는 대통령에게 형사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지원(상납)이 이번 박근혜 정부 시절에만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전 정권에서도 청와대에서 속칭 통치권자(대통령)가 정보·수사기관의 장을 총괄하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당연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받는다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당연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식적인 의구심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수사는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그 이 전 대통령들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지원(상납)이 어떻게 되었는지 실태에 대한 추적수사를 병행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만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지원)이 이루어졌다고만 발표했을 경우 이를 신뢰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울러 이번 기회에 특수활동비의 예산항목 자체에 대한 폐지·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수활동비는 편성 목적에 맞게 집행되고 집행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특수활동(정보·수사업무종사)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시기에 따라 적정한 금액이 지급되어야 하고, 그 지급받은 금액이 지급 목적대로 집행되었는지 철저히 감사를 하여야 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불법집행을 수사하는 검찰도 특수활동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 역시 과연 자신들의 특수활동비가 정보수집과 분석, 수사목적으로 집행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용도에 벗어나 식사 값이나 직원격려비 등의 성격으로 집행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실례로 검사장으로 재직했던 이가 검사장 재직 중 특수활동비에서 격려비·식사비로 검사에게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조사를 받았던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부처별로 총액만으로 편성되고, 영수증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집행되고 집행내역에 대해 제대로 감사도 받지 않는 특수활동비 항목은 개선되어야 한다. 특수활동비 예산항목을 보유한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청와대 등은 속칭 힘(권력)이 있는 기관이다. 그러한 기관에서 국민의 피땀이 섞인 세금으로 편성된 막대한 예산을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집행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감시하여야 할 감사원, 국회에서조차 특수활동비의 편성·집행과 관련하여 제대로 감사와 결산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검찰수사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번 수사 역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기소와 당시 국가정보원장들의 비리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특수활동비 예산이 엄격하고 투명하게 편성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정보와 수사목적의 예산이라면 굳이 특수활동비라는 명칭을 달기보다는 기존의 사건수사비, 정보수집분석비 등으로 지급목적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사와 정보를 담당하는 일선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집행주체와 절차가 개선되어야 한다. 속칭 판공비성격의 업무추진비, 관서운영비도 투명하고 엄격히 집행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경찰, 검찰의 사건수사비, 수사활동비, 출장비 등의 항목도 제대로 수사와 출장목적에 사용되는지 이중으로 편성되고 집행되는지에 대한 자체감사와 집행과정의 투명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특수활동비집행과 관련 영수증 첨부를 의무화하여 첨부된 영수증의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 사람(수사,정보관)은 지급받은 것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수사와 정보수집 분석에 전력을 기울이고 성과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단지 이번 수사가 검찰의 국정원 한 기관에 대한 불법집행에 치우쳐 단발성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차원에서 청문회를 통한 국정원뿐 아니라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국회 등 전기관에 대한 특수활동비 집행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소득)을 세금으로 징수하여 공무원의 개인 치부를 불리는 그러한 불법과 일탈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이전의 정부에서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지원(상납)되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추적조사도 이루어져 이번 검찰의 수사가 자칫 박근혜 정부 표적수사와 현 정부의 소위 적폐청산에 부응하는 듯한 검찰의 모습으로 비치지 않도록 추상과 같은 공정한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1-15 09:27   |  수정일 : 2017-11-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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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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