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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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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벼락부자가 되는가?

‘주신 것도 하나님이고 가져가시는 것도 하나님이시니.’

글 |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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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인 변호사가 어느 날 흥분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찾아와 내게 말했다. 수천억대의 부동산 소송을 맡았는데 승소를 하면 성공보수를 받아 자기는 벼락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일생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행운을 그는 잡은 것이다. 그는 부자가 되면 변호사를 그만두고 여생을 즐기면서 편히 살겠다고 했다. 그가 부러웠다.
  
  어떻게 그에게 그런 복(福)이 들어올 수 있었을까. 그 친구는 제주도에 있는 절을 찾아가서 삼천 배를 했다고 종종 내게 자랑했다. 그는 마음이 넉넉한 것 같았다. 직원들이 건방지거나 사고를 내도 해고하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덕을 쌓아야 복이 오는 것 같았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됐다.
  
  어느 날 그가 내게 도시의 개발도를 보여주면서 자기가 받기로 한 땅들을 보여주었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 안의 스포츠센터와 상가들이 들어설 노른자 땅들을 변호사 보수로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흥부가 열린 커다란 박 속에서 엄청난 보물들이 나오는 장면이 연상됐다. 그 친구는 대학 시절 변두리의 조그만 카페의 카운터를 지키면서 법을 공부했었다.
  
  부자가 된 그는 그동안 데리고 있던 사람에게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인생의 제 2막을 열었다. 그는 금융회사인 캐피털을 인수해서 회장이 되었다. 그는 여의도와 명동에 빌딩을 사서 기업인수와 합병 업무를 시작했다. 한 번은 대학동기 모임에서 만난 그가 방송국을 인수해야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를 사서 개선을 한 후 적절한 대상을 잡아 되팔면 큰 이익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몇십억 원씩을 번다며 좋아했다. 법률문서나 써 주고 법원에 나가 판사에게 주눅 드는 변호사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로 간 것 같았다. 가난이 대물림하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영원한 것 같지는 않은 경우였다.
  
  갑자기 부자가 된 또다른 친구의 모습도 보았다. 고교 동기인 그는 회계사로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퇴근시간이 막 지난 무렵 미국인 한 명이 그가 근무하는 로펌을 찾아왔다. 변호사들이 퇴근하고 그날따라 그만 남아 있었다. 그는 성실하게 미국인이 묻는 것에 답변해 주었다. 미국인은 지나가는 말 같이 자기네가 생산하는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회계사에게 경영은 당치도 않다며 그는 거절했다.
  
  일년 후 뉴욕으로 출장을 간 그는 우연히 자문을 해 주었던 미국인을 다시 만났다. 그 미국인은 자기네가 생산하는 밸브는 휴대폰부터 시작해서 우주인의 우주복에까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고 하면서 독점판매권을 줄 테니 회사를 만들어보라고 다시 권했다. 이번에는 생각이 흔들렸다. 회계사에서 사업가로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인생궤도를 바꾸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가 사무실을 얻어 회사를 차리고 미국의 생산회사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밸브 제품을 들여왔다. 그는 부품을 팔기 위해 대형 전자회사의 임원을 찾아가 무릎을 꿇을 각오를 이미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예상치 못한 외환위기가 닥쳤다. 그는 예상과 달리 갑자기 찾아온 세상에 매일 놀랐다.
  
  대형 전자회사의 임원들이 거꾸로 그를 찾아와 술을 사고 밥을 사면서 납품해 줄 것을 간청했다. 원가의 몇백 배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창고에 들어있는 물품들의 가격이 잠만 자면 치솟았다. 경쟁자도 없었다. 가지고 있는 달러도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거액의 판매대금들이 엄청난 이자가 붙어 저절로 부풀어 올랐다. 그는 내게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을 사면서 어떻게 그렇게 돈이 폭포같이 쏟아져 들어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흥부같이 지극히 평범하던 두 사람이 제비의 박씨를 선물 받고 부자가 된 현실의 장면들이었다. 영화나 소설보다 더 다이나믹한 현실의 광경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결코 평등하지 않다. 좋은 부모냐 나쁜 부모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반(半) 이상 결정된다. 타고난 지능이나 예술적 재능은 돈하고 비교할 수 없는 천부적인 금수저다. 살아가면서 들어오는 복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아무도 모른다. 그 비밀에 대해 부처는 이렇게 설명한다.
  
  ‘부모도 재능도 돈도 사람마다 처해 있는 현재의 상태는 우연이 아니라 전생에서 자기가 행한 것들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 결과다. 설사 불행한 처지라도 결코 원망하지 말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인 성경은 뭐라고 말을 하고 있을까. 성경 속에서 욥은 이렇게 말한다.
  
  ‘주신 것도 하나님이고 가져가시는 것도 하나님이시니.’
  
  변호사를 하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어깨 넘어 들여다보았다. 돈을 벌면 자유 하겠다는 사람들이 거꾸로 돈에 꽁꽁 묶이기도 했다. 아이러니다. 그런 여러 가지 모습들이 또 나타났다. 미국인에게 독점판매권을 받아 큰 회사의 회장이 된 친구와 저녁을 먹는데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임원회의를 하는 장면을 녹화하게 했어. 나중에 집에서 그걸 한번 다시 틀어봤지. 그런데 회장인 내 모습이 말이야, 의자에 몸을 뒤로 제끼고 앉아있는데 세상에 싸가지 없고 건방진 모습이야. 난 내 모습이 그런 줄 정말 몰랐어.”
  
  금융회사의 회장이 된 대학동기 변호사도 바람결에 다시 가방을 들고 법정을 드나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거액의 도박판 같은 사업의 전쟁터가 그에게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대로 또다른 복을 받은 것 같다. 샘이 나고 부러워야 할 텐데 하나님은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마음을 주신 것 같다. 진짜 부자는 내가 아닐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0-10 10:10   |  수정일 : 2017-10-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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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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