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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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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인신 구속...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에 집착하는 이유는?

시민배심제로 무분별한 경찰·검찰·법원 영장청구발부 제동 필요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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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8일 소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소환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조선DB

국정원 댓글관련 외곽팀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일부 임원의 영장청구도 기각되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수사를 제일 잘한다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과 검찰이 해당 판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법원은 “검찰이 부적절한 의견 표명을 하고 있는 것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구속영장은 어떤 경우에 청구하는가? 형사소송법에는 ‘도주와 증거인멸우려가 있는 경우에 청구한다’고 되어 있다. 즉, 구속하지 않으면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청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구속하는 것이 법의 취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검찰이 청구하는 구속영장을 분석해보면 도주할 우려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거나, 극히 적은 피의자에게도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국내 최대 기업 수장으로 도주할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되었다. 더구나 그의 구속영장은 검찰의 영장 재청구 끝에 발부되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청구 행태를 보면 주거가 일정한 사람도 이미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유죄의 증거를 확보해 놓고서도 도주와 증거인멸할 우려가 있다면서 영장청구를 하고 있다. 심지어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를 추가로 들어 영장청구를 하기도 한다. 있지도 않은 가상의 이유를 들어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에 집착하는 이유
 
검찰이 이처럼 구속영장을 청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속을 한 상태에서 수사를 하면 수시로 피의자를 검찰청에 불러들여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시간도 검찰의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구속된 피의자나 변호인은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이 수시로 검사실에 불러들여 조사하는 경우 접견교통권을 제대로 행사할 기회마저 차단된다. 변호인은 그저 검사실의 수사과정에 입회하여 참여만 할 뿐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와 변호사, 피의자(피고인)은 무기평등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구속된 상태에서는 검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피의자나 변호인은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속영장이 발부 자체가 사실상 유죄판결을 받은 것과 같이 취급된다.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직장도 잃게 되고, 심지어 가정도 파탄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된 무죄추정원칙이 너무나 쉽게 사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근 벌어진 부산여중생사건의 경우도 피의자들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불구속 수사를 했겠지만, 검찰과 법원이 여론을 의식해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구속 후 재판과정에서 무죄판결이 나도 구속으로 인해 받은 정신적·물질적 고통과 피해는 제대로 보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검찰에서 제출한 서류심사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변호사는 단지 구속영장사본, 그것도 심지어 당일 법정에서 주어진 영장사본을 받고 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속영장 사본에는 검찰의 일방적인 생각에 따라 피의자가 죄질도 좋지 않고, 도주와 증거인멸우려가 있고, 심지어 재범의 위험성까지 높다고 기재되어 있다. 변호인이 선임되기 전까지 수사과정에 제대로 변호인 조력도 받아보지 못한 피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실질심사에 응하게 된다.
 
심지어 검찰의 영장청구범죄 사실에 대해 부인하였다는 이유로 증거인멸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영장이 발부되기도 한다. 부인하는 것은 피의자의 권리임에도 단지 부인하였다는 이유로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영장이 발부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속의 의미가 유죄판결과 같은 의미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속영장의 발부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의 경우 바로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가 많다. 구속영장이 피의자에 대한 강력한 응징수단이 되는 것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처럼 영장청구사실을 알고 자살선택한 사람도 있다. 영장청구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판단은 치열한 증거조사와 법리판단을 거쳐 공판정에서 이루어짐에 비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을 제외하고는 단지 몇 시간, 몇분 내에 종결이 된다. 그것도 변호사와 피의자가 제대로 방어권과 변론권도 행사해 보지도 못하고 종결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수사를 잘한 것으로 평가받고 불구속되면 수사를 제대로 못 한 것으로 평가를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일단 체포된 상태에서 바로 재판정에서 판사에게 보석보증금만 내면 불구속상태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는다. 따라서 불구속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으면서 방어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구속의 의미가 마치 유죄판결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구속영장의 발부가 유죄판결선고를 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사검사, 영장발부담당판사와 친한 변호사 선임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 틈을 소위 전관예우가 파고들어 변호사의 고액선임료로 이어지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실제 정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배심제로 검찰·법원의 무분별한 구속영장 통제 필요
 
법의 정신과 정의를 훼손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불식시키려면 현행 구속영장 발부시스템을 불구속수사원칙이 준수되도록 ‘필요적보석보증금납부제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발부 과정이 언론에 노출됨으로써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범죄인 취급되는 피해를 없애야 한다.
 
검찰 또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판사로 하여금 유죄의 예단을 갖도록 하는 불필요한 말들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구속을 위해 도주와 증거인멸우려가 없는 피의자를 있는 것처럼 만들거나,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미래의 판단기준을 영장에 적시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실질심사 과정에서도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변호인의 심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법원 역시 구속영장발부 단계에서 마치 유죄판결의 심증을 요하는 정도의 증거와 소명자료를 요구하는 관행도 개선되어야 한다. 구속영장발부 단계에서 필요하면 증인 심문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도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
 
1심에서 증거와 법리공방이 치열한 사건의 경우 유죄실형 선고를 하면서 법정구속을 하는것은 피고인의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는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음으로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법정구속은 예외적으로 선고하여야한다.
 
정의로운 사법시스템 하에서는 검찰의 역할과 법원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하고 서로 기능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정의라는 핑계로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거나 충분한 발부와 기각사유에 대한 설명 없이 형식적으로 구속의 필요성이 있거나 없다는 식으로 영장을 발부 혹은 기각하는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일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중요한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청구와 발부단계에서  시민배심제도를 도입하여 경찰 검찰 법원의 자의적인 영장청구와 발부를 통제할 필요도 있다. 또한 동일한 범죄혐의 사실에 대한 영장재청구 역시 시민배심제 운영을 통해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한 사람에게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한 개인이 쌓아올린 명성과 인격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심지어 한 가정이 파괴되고 직장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검사와 판사들은 항상 머릿속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총·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구속영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수사편의주의 압수수색 관행도 고쳐야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제한조치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 회사장부 등을 압수하고도 잘 돌려주지 않거나 범죄혐의와 무관한 내용까지 수사기관에서 보는 일이 없도록 제한하여야 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단서를 찾기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로 범죄혐의와 관련되는 필요한 내용만 압수하여야 하고 신속하게 반환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압수수색은 자료협조를 받을 수 없는 최후의 단계에서 행해져야 한다. 압수수색으로 인하여 회사의 재산과 신용이 실추되어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워져서는 안 된다.
 
형사사법의 선진국, 국민을 위한 검찰, 경찰, 법원은 영장청구와 발부를 신중히 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9-13 15:20   |  수정일 : 2017-09-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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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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