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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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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보급 가수가 故 이수현씨 본가를 찾은 까닭은?

글 | 신상목 전 외교관/일식당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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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수현씨의 본가를 방문한 다마키 코지. / 유튜브 NHK 방송 캡쳐

안전지대의 보컬 다마키 코지는 일본의 국보,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 일본 가수 국가대표라고 불리는 일본의 살아있는 레전드이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초유명인사 다마키 코지가 2013년 봄 부인과 함께 부산을 찾는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버켓 리스트 하나를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그의 희망은 지난 2001년 도쿄 신주쿠의 JR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의 부모를 만나는 것이었다.
 
다마키는 어렸을 때 같이 물놀이를 하던 친구가 물에 빠졌는데 그를 구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수현이 앞뒤 가리지 않고 선로에 뛰어든 것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자기의 인생도 있고, 소중한 사람도 있을텐데... 위대하다, 훌륭하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남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고 생각해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다마키는 말을 잇지 못한다.
 
이수현의 본가를 방문한 다마키는 이수현의 흔적을 돌아보며 무념의 표정이 된다. 그리고, 이수현의 부모에게 진심어린 한 마디를 건넨다.
 
“(수현씨는) 제 마음 속에 살아있어요. 아주 크게 살아있어요.”
 
이수현의 부모는 1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나도 아들을 잊지 않고 찾아준 이국인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부모는 입을 모아 화답한다. 이제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금쪽같은 아들이지만, 이렇게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이들이 있어 아들은 자신들의 곁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다마키는 신보에 이수현에게 바치는 노래를 담았다. 곡의 제목은 “스텝(step)”. 앨범 가사카드 표지에는 “그는 우리의 진정한 영웅이다. 고마워 이수현!”이라는 메세지가 일본어와 한글로 적혀있다. 다마키는 이수현이 자신들의 마음에 살아있다는 메세지를, 그의 흔적을 노래로 전하고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된 이수현을 아직도 기억하고 기린다. 물론 죽음을 불사한 희생정신이 발휘된 선행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은 왜 여기까지 이수현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수현이 현대 일본사회가 점차 잃어가는 무언가를 일깨워준 존재이기 때문이다. 꽉 짜여진 사회, 자신의 할 일을 빈틈없이 해내야 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세련된 선진사회 일본.. 하지만 그 속에는 이유를 따지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계산적 마음이 앞서고, 타인의 시선이라는 굴레를 스스로 씌우며 비겁을 이성이라 핑계대고 무관심을 합리로 포장하는 어두운 자화상이 공존한다. 일본 사회가 원초적인 사람 내음을 점차 잃어가는 것에 대해 느끼는 일본인들 스스로의 갈증이 있다.
 
이수현은 그러한 일본인들의 마음의 호수에 돌을 던진 것이다. 잔잔할 줄만 알았던 그 마음의 호수가 크게 출렁인다. 앞뒤 재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남 의식하지 말고 자신이 의롭다고 생각하는 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힘껏 부딪히는 것. 그것이 다마키상을 포함하여 많은 일본인들이 이수현의 죽음에서 받은 감동의 정체이다.
 
한일 역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는 이수현의 죽음이 남긴 것을 생각한다. 실연의 아픔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으로 비로소 극복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일간의 감정의 응어리도 과거에서 비롯된 증오를 언제까지나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이기에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인간애와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는 것으로 더 잘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한국에게 줄 것이 있고, 한국도 일본에게 줄 것이 있다. 사실 세상 어느 나라보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많다.
 
다마키가 이수현에게 바치는 노래 "STEP"은 다마키의 이러한 외침으로 끝을 맺는다.
 
“PEACE & LOVE, 이수현!”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8-11 11:10   |  수정일 : 2017-08-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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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전 외교관/일식당 운영

1996년 제 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 근무하며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2012년 일식 우동에 반해 외무부를 퇴직하고 현재 기리야마 우동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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