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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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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무관심하면 한반도는 섬으로 전락 할 것

글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거젠슝 상하이 푸단대 교수
중국은 서북쪽 4분의 3이 넘는 땅이 해발 2000m에서 4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다. 그래서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의 해군 군사력이 1840년 중국 남쪽을 돌아 홍콩에 와서 아편전쟁을 벌이기까지 중국은 유럽과 분리되어 살아왔다. 분리된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유일한 길이 바로 실크로드였다. 실크로드는 항저우(杭州)를 중심으로 한 중국 동해안 장강(長江) 하류의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생산된 비단이 유럽으로 운반되는 통로였다. 장강 하류에서 시안(西安)을 거쳐 란저우(蘭州)에서 장예(張掖·옛 甘州), 시닝(西寧), 둔황(燉煌)이 차례로 연결되는 하서회랑(河西回廊)을 통과해서 지금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사막지대를 넘어 터키·로마에 까지 가닿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로가 바로 실크로드였다. 이 실크로드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013년부터 주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전략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일대일로는 과거와의 연속인가, 새로운 창의인가.… 실크로드에서 일대일로까지.”
   
   지난 7월 31일 하서회랑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 장예시에서 열린 일대일로 심포지엄에서 중국 상하이 푸단(復丹)대학의 역사지리학 원로 거젠슝(葛劍雄) 교수는 과거 2000년 이상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형성과 시진핑의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주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발표를 했다.
   
   “2000년 넘게 동서양을 연결한 실크로드는 중국이나 유럽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 것이 아니다. 서로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열린 길이며, 그 길을 통해 중국과 유럽의 문화와 문명의 상호 교류가 이뤄졌다. 서로 간에 윈윈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실크로드가 2000년 넘게 이어져온 것이며, 그 길을 통해 중국과 유럽은 운명공동체로 연결됐다.”
   
   푸단대의 원로교수 거젠슝 교수의 발표를 듣는 동안 이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상하이(上海)를 경유해 시닝으로 가면서 중국동방항공의 기내 잡지에 실린 ‘언어가 세계를 연결한다: 일대일로와 언어’라는 글이 생각났다. 기내 잡지에 실리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 듯한 이 글은 과거 2000년 동안 중국과 유럽을 연결한 실크로드를 통해서 이뤄진 활발한 문화와 문명 교류의 내용을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언어 분석을 통해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동아시아 여인들이 상의 저고리 장식으로 귀하게 여기던 보석 ‘호박’은 페르시아어 카르파이(karupai)를 음역한 것이다. 유리는 산스크리트어 벨루리아(veluria)를 음역한 것이고 포도, 석류, 연지곤지, 재스민, 수박 등도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으로 전래된 것들이다. 고추와 후추, 참깨 등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으로 전래된 불교는 산스크리트어를 통해 중국어가 표현할 수 있는 어휘의 의미 영역을 크게 넓혀놓았다.
   
   “찰나, 참회, 지옥, 번뇌, 방편, 평등, 세계 등의 용어는 산스크리트어가 표현하던 불교 세계의 관념이 중국으로 전파된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일대일로가 연결하는 곳에는 모두 64개 국가에 2400여종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진행되면 이 언어들이 일대일로를 타고 서로 뒤섞이면서 새로운 세상을 얽어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중국은 일대일로를 타고 전파될 물류와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금융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이들 언어의 변화를 연구할 기구를 필요로 한다.”
   
   중국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 발표자로 나선 학자가 당과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젠슝 교수는 푸단대의 원로교수로서 그만한 명성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과거 실크로드가 일방적으로 중국 쪽에서 연 길이 아니라 유럽과 중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문화와 문명 교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2000년 넘게 유지돼온 것처럼, 시진핑의 중국공산당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중국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해온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이 혼자 부르는 독창이 아니라 아시아가 함께 운명공동체가 되어야 할 프로젝트”라는 인식을 중국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당나라 때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진 실크로드를 통해 아라비아인들이 한반도에 와서 장(張)씨 성을 달고 살기도 했고, 호박이나 유리병이 페르시아 쪽에서 전래되어 한반도 사람들의 애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일대일로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진핑의 중국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미국 견제용 국제 정치 프로젝트쯤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그래선지 중국 학자들은 “한국이나 북한이 지금처럼 일대일로 사업을 무관심하게 대하면 나중에 한반도는 ‘두 개의 외로운 섬(Lonely Island)’이 되고 말 것”이라는 말을 충고처럼 들려준다.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홍기택이라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기여를 바라는 뜻으로 부총재 자리를 배려해주었는데도 부인과 유럽 여행 중에 잠적한 뒤 사표를 제출한 어이없는 행동을 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세계 70여개국과 각종 계약을 맺어가면서 진행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앞으로 우리의 국가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의 와중에서 한반도에 사드(THAAD)라는 방어무기를 배치하는 데 대해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면서 반대하는 것도 잘못된 처사이지만, 사드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우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등한시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결과 이루어질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 사이의 문화 교류에 대비할 언어 교육은 실시하고 있는가 한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발 2000m에서 4000m에 이르는 칭짱(靑藏) 고원지대에서 이미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 문명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8-10 09:40   |  수정일 : 2017-08-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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