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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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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황제’들 때문에 감정노동자가 되어가는 교사들

글 |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 사진은 아래 내용과는 관계 없음. / photo by 조선DB
형제가 서너 명 이상이던 50~60대 어른 세대와는 달리 요즘은 아이들이 아예 없거나 한둘인 가정이 대세다.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귀하다 보니 학교에서의 학생들 ‘위상’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다니던 옛날 학교 문화를 생각하면서 버릇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혀를 차고, 아이들은 그런 교사나 어른들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하소연한다. 중국의 어린 소황제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이 되다 보니 매일 소황제와 그 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교사들은 감정노동자가 되어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학교에서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는 남학생 하나가 교무실에 급하게 들어왔다. 그 학생은 선생님이 나눠주신 학습지를 잃어버렸으니 친구 것을 복사해 달라고 떼를 썼다. 시험문제 출제와 학생 생활지도로 바쁜 선생님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그 학생은 부장 선생님께 가서 복사물 민원을 처리해 달라고 했다. 그 선생님이 “학교 프린터기는 공적인 일에 쓰는 것이니 학교 앞 문구점에 가라”면서 돌려보냈다. 그 학생은 자신의 부탁이 거절당하자 교무실을 나가면서 문을 세차게 걷어차고는 가버렸다. 그 학생을 평소 알고 있던 선생님이 나중에 불러서 왜 잘못된 행동이었는지 타일렀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들은 교사들을 자신들의 보모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자기 앞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에게 책상 앞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달라고도 하고, 어떤 아이는 자신은 바쁘니 교실에 있는 수업용 재료를 미술실로 갖다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교실 열쇠가 달린 출석부의 행방을 찾느라고 아침부터 교무실이 시끌벅적했다. 출석부를 각 반에 나눠주려고 들고 가던 선생님이 복도에서 만난 한 학생에게 그중 몇 개를 갖다주라고 했는데 이 학생이 선생님의 지시를 무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학생은 자신의 교실에 들어가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어떤 선생님이 이거 각 반에 갖다주라고 했는데 저는 지금 힘드니 담임샘이 갖다주세요” 하고는 교탁에 휙 던져놓더란다.
   
   학생들의 버릇없음과 이기심이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가 가정에서의 과보호일 수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다니면서 어른들의 보살핌과 배려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선생님들 역시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겨주고, 먹여주고, 낮잠을 재워주던’ 익숙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요즘은 학교에서 웬만한 학습 준비물은 다 나눠주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간단한 준비물도 잊어버리기 일쑤이며, 선생님이 정성껏 만든 학습 프린트들도 받자마자 바닥에 버리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의 권위도, 학교 선생님의 권위도 ‘고리타분한 것’이 된 지 오래다. 아이들을 탓할 수만 없는 것이 그동안 제대로 된 어른 역할을 기성세대들이 못 했기 때문이다. 공부는 알아서 시킬 것이니 지각하든 화장하든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학부모, 선생님들을 온갖 행정업무와 쓸데없는 절차에 가둬놓고 학원 강사보다 못 가르치게 만드는 교육기관, 인성에는 무관심하고 조직의 부품만을 요구하는 사회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소황제들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7-13 09:10   |  수정일 : 2017-07-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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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 2017-07-14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7
그런 못된 녀석들과 부모들의 잘못들을 고쳐주는것이 귀하의 첫번째 의무와 책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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