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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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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익명 댓글을 거부하는가?

글 | 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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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2002년 11월부터 영국 통신원으로 월간조선 통신원칼럼에 「정채관의 영국이야기」 기명 칼럼을 썼다. 귀국 후에는 월간조선 전문가칼럼에 「정채관의 영어 & 영국이야기」 기명 칼럼을 썼다. 2013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월간조선과 주간조선이 하나가 되며 출범한 시사 미디어 그룹인 조선뉴스프레스에서 「정채관 박사의 영어 & 영국이야기」 기명 칼럼을 계속 쓰고 있다. 통신원칼럼으로 시작하여 전문가칼럼까지 근 16년가량 내 이름을 걸고 수백 편에 달하는 칼럼을 써왔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2002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베이라는 온라인 경매 기업이 있다. 담배, 술, 무기류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종류의 물건이 거래되는 곳으로, 지금도 가끔 특이한 물건이 경매에 올라와 해외 토픽을 장식하는 경우가 있다. 2002년에는 영국에 있는 한 대학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요즘에는 실제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당시 대학을 온라인 경매로 매각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 일은 나중에 어떤 사람의 장난으로 드러났다.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부흥기였다. 더 많은 네티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내 각종 언론사에서는 익명 댓글 기능을 도입하였다. 당시 월간조선도 익명 댓글 기능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나는 위 이야기에 대한 칼럼을 쓰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내 칼럼에서 익명 댓글 기능을 빼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이유는 이렇다.

  '당신이 학교 이름을 잘 못 써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등록금 받을 면목이 없다'
  '당신 때문에 창피해서 고향가기는 글렀다'
  '학교 이름이 이상해서 장가는 다갔다'

  위 댓글은 그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단 것이다. 영국 웨일스는 웨일스 언어인 '웰시'를 사용한다. 웨일스에 가면 도로 이름이나 도시 이름이 웰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 온라인 경매에 올라온 영국 대학은 영국 웨일스에 있는 대학으로, 국립국어원 외국어표기법에 따라 해당 웰시 이름의 대학을 표기하였다. 하지만 한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익명 댓글자는 유학 생활이 힘든 것인지 댓글 다는 곳을 '점령'하고 자기의 신세 한탄 '도배질'을 시작하였다.

  10년 전인 2006년에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익명의 댓글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며 영국 BBC 뉴스 웹 페이지의 댓글 규칙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나 10년이 지난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도 나쁜 댓글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악의성 추측 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을 잡고 보면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다.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댓글을 달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 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반응을 보인다.

  조그만 컴퓨터 모니터 뒤에 숨어 익명으로 댓글을 달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 착각한다. 아무런 죄의식이나 심지어는 죄가 되는지도 모르고 특정인에 대한 명예와 인격을 훼손을 한다. 악성루머와 비방, 허위사실 등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나쁜 댓글이 판을 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터넷이 우리 곁에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불량댓글은 우리 곁에 더더욱 가까이 올 것이다. 다 큰 성인이라면 익명이라는 탈을 쓰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애쓰는 짓은 그만둬야 한다.

  스스로 부끄러운 짓이라고 생각되는 부끄러운 짓은 스스로 안 하면 된다. 자기합리화를 하며 부끄러운 짓을 한두 번 하다가 계속하게 되면, 어느 순간 그런 짓을 하다가 모인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그 전으로 돌아가기에 너무 늦었다.

5 May 2017
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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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버스기사와 지도자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5-05 09:02   |  수정일 : 2017-05-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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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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