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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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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조연출 이한빛의 마지막 목소리

'즐거움의 끝'에서 만난 한 청년의 죽음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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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신입조연출이 죽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 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마지막 방송이 있던 1026일 밤, 이 프로그램의 조연출이던 고 이한빛이 남긴 마지막 서신이다.
 
마지막 촬영이 있던 날 이한빛 PD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가 괴로워한 것은 55일 동안 이틀을 쉬고, 평균 4.5 시간 수면했던 근무환경이 아니라, 자신과 다를 바 없는 같은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혼술남녀>는 촬영 도중 비정규직 스태프 절반을 갈아치웠다. 이를 통보하고 결산하는 것이 이한빛 조연출의 수많은 업무 중 하나였다.
 
<혼술남녀>는 고인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형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동생 이한솔씨는 드라마를 찍는 현장에는 숱한 착취와 멸시가 가득했다. 살아남는 방법은 구조에 편승하는 것이었다. 이를 거부하면 인사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했다. CJ 측의 입장은 달랐다. 제작진은 대책위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제작 환경이 타 프로그램 대비 나쁘지 않았으며 이 PD의 상급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PD의 근무태도가 불량해 오히려 사측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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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유작이 된 <혼술남녀>

<혼술남녀>는 노량진을 배경으로 공시족, 학원강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청년세대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를 만든 연출진이 이 애환의 당사자였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한빛 조연출은 지난해 1CJ E&M의 신입사원 공채로 채용됐다. 종합편성채널 기자직군에도 합격했지만, PD가 되고 싶어 CJ를 택했다. 평소 청년 사회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들을 위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의 나이 스물 여덟이었다. 그리고 4월에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그리고 9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이한솔 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유족들은 이한빛 PD의 죽음을 이틀이 지난 뒤에 알았다. 그리고 그 이틀 사이에 회사의 선임이 찾아와 이한빛 PD의 근무태도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한 시간 여에 걸쳐 말했다고 한다. 두 달이 지나 CJ로부터 받은 서면 조사 결과서에는 학대나 모욕행위는 없었고, 고인의 근태가 불량했다고 적혀 있었다.
 
죽음으로 말해야 했던, 청년 사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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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이한솔씨의 페이스북

유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들의 죽음은 가장 약하고 말단인 사람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시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혼술남녀'에서 해고된 계약직 스태프의 돈을 돌려 받는 역할을 맡았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임금으로 5천만원을 선지급 했는데, 촬영 도중 해고돼 25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받은 돈으로 빚을 갚거나 전세금으로 사용하는 등 이미 써버린 경우가 많았다. 아들이 돈을 달라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듯 싶다. 회사가 한빛이의 그런 점을 '일 못한다'고 치부한 듯 싶다"고 말했다.
 
CJ E&M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이한빛님에 대해 큰 슬픔을 표합니다. 또한 어떠한 말도 닿을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유가족의 증언과 회사의 입장은 엇갈린다. 고인은 말이 없다. 생전 콘텐츠를 통해 청년 사회의 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던 그는 죽음으로 자신의 말을 전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4-19 13:49   |  수정일 : 2017-04-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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