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칼럼 | 사회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30년 전 퇴폐 이발소 원조였던 동네 이발사 노인의 참회(懺悔)

"사람이 다 바르게 살아야 복(福)도 오는 거라요."

글 | 엄상익 변호사

  조용한 초봄날 토요일 오후였다. 동네에 있는 건물 지하의 작은 목욕탕을 갔다. 구석에서 칠십 대의 늙은 이발사 혼자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머리를 깎아 달라고 하면서 이발의자에 앉았다. 손님이 반가왔는지 영감 이발사의 눈이 반짝였다.
  
  “요즈음 손님이 많습니까?”​
  
  내가 물었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되고 경기가 나쁜데 목욕탕이라고 손님이 있겠습니까? 오늘 토요일인데도 목욕손님이 정말 없네요. 이발하려는 사람도 없구요.”​
  
  그가 바리캉으로 잔디를 고르듯 나의 옆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문득 어린 시절 가방 속에 간단한 이발기구를 넣고 다니면서 이발을 해 주던 이발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이발 기술 하나 가지고 계시면 평생 먹고사는 건 보장되는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내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 노인 이발사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말을 건넸다. ​
  
  “손님, 30년 전쯤 제가 퇴폐이발소를 만든 원조 흉악범입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서 그랬죠. 그때 처음에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푸대자루에 쓸어 담을 정도로 벌었어요. 그 돈으로 사업을 한답시고 투자했다가 쫄딱 망했죠. 
 
   ​그때 시내 땅값이 아직 쌀 때 부동산을 사 두었더라면 지금쯤 빌딩 주인이지 이렇게 공동탕 구석에서 나이 먹고 하루에 몇 사람 오지도 않는 머리를 깎고 있겠습니까? 사람이 다 바르게 살아야 복(福)도 오는 거라요. 독버섯같이 피어나는 퇴폐이발소만 해도 그렇습니다. 협회에서 스스로 단속해서 자정해 나가야 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전체가 다 망했다 아입니꺼?”
  
  ​그는 담백하고 솔직한 성격 같았다. 자신의 잘못을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힘든 법이었다. 오랜 시간 변호사를 하다보면 마음의 창을 열어놓고 범죄인의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
  
  사십대의 공갈범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이 범죄에는 천재라고 자랑을 했다. 제약회사에서 생산해서 유통시키는 링거액에 독극물을 투입했다고 협박을 해서 돈을 뜯는데 성공을 하기도 했다. ​​
  
  그는 재벌회장 조상들의 묘를 파헤쳐 시내 빌딩 꼭대기에서 유골을 뿌리겠다고 협박방법을 개발한 원조쯤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조폭들을 데리고 고속도로 휴게소 이권을 장악하기 위해 그들의 전쟁터를 누비기도 했다. 그는 내게 어려서부터 접대부가 낳은 사생아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하면서 막 살아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빈 방에서 목을 매고 죽어있더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게는 옆에 가족도 친구도 눈물을 흘려주는 그 누구도 없었다. 메마른 인생을 살다가 절망하며 저승길로 간 사람이었다. ​
  
  ​그 비슷한 환경의 다른 사람이 있었다. 어려서는 미도파 백화점 부근에서 깡통을 들고 거지생활을 했다. 거지에서 도둑으로 변신을 했고 그의 범죄행각은 나이 들고 노년에 접어들어도 계속됐다. 그를 불러 집에서 재워 준 적도 있었다. 그는 서먹서먹해 하면서 보통사람들과 교류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역시 노숙자 보호시설 빈 방에서 고독하게 죽어갔다.​
  
  죽을 때 그는 엄청 울면서 저 세상으로 건너갔다고 옆에서 지켜본 목사가 내게 말을 전했다. 어둠에서 나서 사회의 그늘에서 살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인생들을 종종 봤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빛 속으로 들어오기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의문을 가진다. 참회를 하고 마음만 바꾸면 될 것 같았다. 십자가에 매달린 좌도처럼 순간 말 한 마디 마음 한 번만 바꾸어 먹으면 어둠의 자식도 성자(聖者)가 될 수 있다.​
  
  모든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내남없이 관 속에 있는 자기의 죽은 모습을 한 번쯤 생각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착하게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름답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출처 | 조갑제닷컴
등록일 : 2017-03-17 13:50   |  수정일 : 2017-03-17 14:10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건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 2017-03-19 )  답글보이기 찬성 : 4 반대 : 1
보수후보 단일화만이 만병통치 처방이 되는거고, 단일화에 반대하는 보수후보는 사지를 XXXX 찢어야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안태호  ( 2017-03-19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0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을 바라는 세력에게 부역한 나쁜 사람들이 참회하기를 희망하는 글인 것 같읍니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