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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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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은 황천길로 이어질 수 있다

한문철의 교통법 why?

⊙ 내비게이션 입력 수정하다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말리지 않은 승객에게 10% 책임 물어
⊙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DMB 시청과 마찬가지로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도 금지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예전엔 모르는 길 찾아갈 때 지도 펼치고 이정표나 건물 간판을 살폈지만 지금은 작고 똑똑한 기계가 안내하는 대로만 가면 된다. 내비게이션(navigation)이다. 웬만한 자동차엔 거의 달려 있고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간다. ‘Navig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Navig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배, 항해라는 뜻이다. 망망대해에서 길을 찾아가는 배에서 유래해 지금은 자동차 운전 시 길 도우미가 된 것이다.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라는 안내멘트가 지금인지 아니면 다음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현대를 살아가는 운전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때문에 커다란 교통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는 걸 많은 이는 모르는 듯하다.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가 중앙선을 넘어가 맞은편 차들과 부딪치기도 하고, 골목길에서 천천히 나오는 차를 못 보고 들이받기도 하고, 커브길에서 가로수나 전봇대를 들이받아 사망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4년 9월 19일 오전 11시30분경 전북 장수군 편도 1차로 도로에서 박모씨가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가 승용차가 도로를 이탈해 사과농장 옹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유모씨가 목을 다쳐 사지마비가 되었다. 유씨는 자동차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은 유모씨에게도 10% 잘못이 있다면서 90%만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보험사는 처음에 유씨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잘못 입력한 바람에 운전자 박씨가 운전 중 다시 입력하다가 사고난 것이기에 처음 입력을 잘못한 유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처음에 입력을 잘못한 것만으로는 동승자의 잘못은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택시 승객이 목적지를 잘못 얘기해서 중간에 방향을 틀어 가다가 사고났을 때 목적지를 잘못 얘기한 것이 사고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운전자가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걸 봤으면 못하게 말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동승자에게 10% 과실을 인정했다. 그 이유는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면 앞을 제대로 못 봐 위험해지는데도 그냥 방치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안전이행촉구 불이행
 
  운전할 때는 앞을 잘 살피며 운전해야 한다. 한눈팔거나 딴짓하면 안 된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안 되고 DMB를 시청해도 안 된다. 다만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잠깐잠깐 보는 건 허용된다.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것은 운전 중에 문자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거나 오히려 더 위험하다. 문자 보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안 보고도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큰 문자판을 더듬더듬 하나씩 눌러야 하고 잘못 입력하면 지우고 다시 눌러야 하고 단어를 여러개 누르거나 아니면 짧은 단어에 여러 목적지가 검색되면 그중에 맞는 걸 찾을 때까지 계속 검색하느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비게이션을 쳐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사람이 살짝살짝 졸음운전하면 옆에 탄 사람은 졸지 말라고 경고하든지 아니면 차를 세우고 쉬었다 가자고 해야 한다. 옆에서 졸음운전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다가 사고당하면 위험한 상황을 방치한 점에 대해 본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 이런 걸 안전운전촉구 불이행이라고 한다. 버스나 택시의 승객으로 탑승하여 잠자면서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는 사람 차를 같이 타고 갈 때 서로 교대운전하는 게 아니라면) 운전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동승자도 도와야 한다.
 
  계속 “조심해~ 조심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혹시라도 졸거나 딴짓하면 위험을 경고해야 한다. 엄청나게 빨리 달리면 천천히 가자고 해야 하고 자꾸 신호위반하면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가만있다가 사고 나면 동승자에게도 10~20%가량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내비게이션을 조작한 건 아니고 짧은 시간이었던 거 같다. 오랫동안 앞을 안 보고 내비게이션을 조작했다면 동승자 과실이 20%까지 인정될 수도 있었을 듯하다. 시속 60km로 달릴 때 자동차는 1초에 16.7m를 움직인다. 내비게이션을 잠시 조작하느라 2초 동안 앞을 못 보면 33m, 3초면 50m를 눈감고 운전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 커브길이 나타난다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벌점 15점, 범칙금 6만~7만원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나 DMB 시청이 단속대상이라는 건 다 알 것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을 보는 건 단속대상이 아니기에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도 허용되는 걸로 잘못 알고 있는 운전자가 많다. 운전 중 DMB를 통해 스포츠 중계나 드라마를 볼 땐 시선이 계속 DMB 화면으로 가게 되므로 매우 위험하다. 이에 비해 내비게이션은 계속 보는 게 아니라 음성으로 먼저 듣고 화면으로 화살표 방향을 얼른 살피면 되기에 운전 중 내비게이션 보는 건 허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내비게이션 조작은 잠깐 보는 게 아니고 계속 봐야 한다. 따라서 운전 중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거나 더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은 엄격히 금지된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DMB 시청이 금지된 것과 똑같이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은 금지되어 있고, 사고가 안 나더라도 단속대상이다.
 
  위 세 가지 모두 운전면허 벌점 15점이고(그래서 하루에 세 번 단속되면 벌점 45점이 되어 45일간 면허정지된다. 벌점 합계 40점 이상이면 면허정지, 1년간 벌점 합계 121점 이상이면 면허취소다), 그와 별도로 승용차에는 6만원, 승합차에는 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사고만 안 나면 달리는 차에서 내비게이션 조작하는 게 경찰의 눈에 뜨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실제로 단속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벌점과 범칙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은 순식간에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순간적으로 음주만취 상태에서 정신줄 놓고 운전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출발하기 전에 정확하게 입력해야 하고 중간에 행선지를 바꾸려면 동승자에게 부탁하거나 동승자가 잘 못하면 신호대기 중일 때, 또는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조작해야 한다. 차 세우고 새로 입력한 후 출발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까? 1분? 2분? 그 시간 아끼려다 몇 십년 먼저 갈 수 있다.⊙
 
[월간조선 2017년 3월호 / 글=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3-10 09:49   |  수정일 : 2017-03-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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