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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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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모녀 자살 사건을 보고,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다시 생각하다

세 모녀 자살 사건과 나라가 해야 할 일

2014년 2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에 이어, 꼭 4년 만에 충북 증평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린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복지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2014년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당시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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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자살 사건과 나라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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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세 모녀의 이야기가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은 정부의 복지체계의 사각지대를 질타하며, 적어도 복지체계를 몰라서 극빈(極貧)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막을 수 있도록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자살한 세 모녀의 경우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지만, 성인 세 명이 한집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신청한다고 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 모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식당이나 일당이 낮은 아르바이트 일밖에 없었을 텐데 이런 일로 우리나라에서 한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복지체계 점검도 시급하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밤낮없이 일을 하는데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두들 죽겠다고 아우성 치는지 그 근원을 직시할 때다.  
 
한 사회의 최저임금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주 40시간 일을 했을 경우 기본적으로 생존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우리나라처럼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라면 그에 맡는 최소한의 문화생활 정도는 누릴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동법은 이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합법적 노동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노동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임의로 적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2012년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사장에게 성폭행당해 자살로 젊은 생을 마감한 대학생은 하루 9시간을 일하고 월 60~70만원을 받았다. 당시 언론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나라 아르바이트직의 문제점을 쏟아냈지만, 그때뿐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알바’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대학생이나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노동법은 먼 나라 이야기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엄격한 노동법 적용
 
1984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우리 누나는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술집과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재작년 미국 누나 집에 1년 가까이 머물면서 누나가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누나 가게의 식당 종업원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나름대로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일단 일을 하는 이상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미국에 머물면서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혼을 한 후 혼자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어느 지인의 삶과 너무나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혼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그 지인을 통해서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 
 
지인은 "식당일을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월수입이 80~100만원을 넘기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푸념한 적이 있었다. 더 이상의 월급을 받을 받는 일자리는 자신의 몸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일 뿐이라고 했다. 여자 혼자 버는 10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아이들 학원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어떻게 다 같은 노동을 하는 직군(식당 서비스업)의 사람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죽지 못해 하는 일이 되었으며, 미국에서는 삶의 여유까지 즐길 수 있다는 말인가?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내가 미국에서 얻은 해답은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바로 미국의 강력한 노동법 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일하는 종업원들이 어린 학생이든, 나이 든 할머니든 나이로 인해 임금 차별을 받지 않았다. 종업원의 임금은 사장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에 따라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또한 한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투잡(two job)’, ‘쓰리잡(three job)’도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현재 미국의 시급은 평균 7.25달러 정도 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10달러까지 올리려고 하고 있다.
 
우리누나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또 하나 미국과 우리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미국의 독특한 ‘팁 문화’에 있다. 미국은 팁 제도를 통해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법에 정한 시간당 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조카는 엄마인 누나 가게에서 금요일 하룻저녁만 일해서 정해진 시간당 임금을 제외하고 순수 팁만 약 300달러를 가져간다. 그것도 시골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그 정도였다.
 
미국은 이처럼 노동법과 팁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상대적 임금 약자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팁을 고려하면 우리의 서비스업종 임금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그나마 우리나라 최저 임금은 작년에 약 7% 정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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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견한 두 번째 해답은 바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통해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내가 오늘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누나는 20년 가까이 술집과 식당을 하면서 단 한명의 불법체류자도 고용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멕시칸 불법체류자는 미국 현지인 임금의 3분의 1 정도에 고용이 가능하지만, 누나는 이런 달콤한 유혹을 20년간 거부해 온 것이다.
 
이는 누나가 미국의 엄청난 애국 시민권자여서 아니라,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다 적발되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누적 적발 되면 곧바로 식당 문을 닫아야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식당 서비스업종은 거의 제한 없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당국의 단속은 거의 미치지 않는다.
 
불법체류자들의 무제한 고용은 비단 식당 서비스업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중소제조업, 공사장 등 육체노동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고용이 만연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범법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상황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값싼 외국인 인력을 언제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더 비싼 임금을 주고 내국인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12명의 종업원이 죄다 불법체류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 서비스업이나 기타 제조업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종업원 100%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는 중소기업
 
정부와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일자리 부족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가 차고 넘치는 국가다. 현재 150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지구상에는 하루 1달러짜리 일자리가 없어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하늘만 처다보며 하루를 보내는 국민을 가진 나라가 부지기수다.
 
외국인이 150만명이나 들어와서 일을 할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나는 데도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상 국가에서 한 나라의 노동정책의 기본은 일자리 확보를 통해 자국민의 고용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일자리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이런 소중한 일자리가 더 이상 내국인용 일자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순부터 3D업종 기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에서 인력 난에 시달렸고, 외국인 노동자 수입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 왔다.
 
당시 공교롭게도 한두 자녀 세대의 증가로 자녀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으려는 풍토가 겹쳤고, 또한 대학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는 사람보다 대학 진학자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일단 대학 간판이라도 걸친 사람들은 힘든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산업현장에 인력이 더욱 모자라자, 더욱 많은 인력을 수입했고 숫제 나중에는 한국인 고용 의무 노력은 그냥 형식에 불과했고 모든 생산직 직원이 100%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업활동이 자국민 고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증가로 60년대 가발산업까지 굴러갈판
 
우리나라에 한번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발적인 출국을 하지 않고,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가 하다못해 한번 나갔다오는 시늉만 해도 우선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조차도 따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의 없었다. 이 지구상에 불과 3~5년 남짓 일해서 본국에 집을 사고,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국에 남아 있으려고 한다.
 
어쨌든 중소기업은 계속해서 산업인력을 요청하고, 합법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불법체류자가 되는 악순환이 15년간 반복되면서, 우리나라는 한번 들어오면 나갈 필요가 없는 불법체류자 천국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농촌과 어촌, 동네 분식집, 철공소에서도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만날 수가 있다. 외부의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더 싼 인건비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경제이론상 불법체류자 고용 현상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불법체류자 천국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는 만 가지 경제정책을 펴도 소용없다는 데 있다. 당장 불편하다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끝없는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을 100만개를 만들어봐야 내국인의 고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그만큼의 외국인 노동자나 불법체류자만 늘이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값싼 인력을 끝없이 공급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산업은 저임금 바탕 위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저임금 경제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많은 우리 대기업이 인근 공단의 하도급업체가 값싼 외국인 인력 고용해 만든 값싼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제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불법체류자를 무제한 방치하다보니 이젠 우리나라에서 60년대 한물간 가발공장을 차려도 굴러갈 판이다.
 
실제로 몇천원짜리 물건을 주로 파는 생필품 점에서 ‘Made in Korea’가 찍힌 물건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물건들을 우리나라에서 만든 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싼 인력으로 공장을 돌리기에 우리나라에서 1000원짜리 잡화를 생산해서 이익을 남길 정도란 말인가?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생산현장과 공사장 인부 전체가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 인도에서 온 인력으로 충당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아프리카 노동자를 데려와 값싼 노동을 시키다가 적발되어 문제가 된 사업체도 있었다. 
 
경제발전의 성과가 내국인에게 먼저 돌아가도록 해야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창출과 실질 소득수준 향상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언제나 방법이 문제다.
 
없는 양질의 일자리를 어거지로 만드는 것이 쉽겠는가? 아니면 기존의 일자리를 양질화 하여 사람들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 쉽겠는가? 이는 경제원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실질 소득확대정책이 성공하려면,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자리도 모두 소중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사소해 보이는 일자리를 통해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형성되며, 사회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나는 수년 전 이탈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밀라노라는 유서 깊은 도시에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이 탄 관광버스가 진입하자, 현지의 관광 가이드가 한명 동승 했다. 알고 보니 도시에 진입하는 모든 외국인 관광버스에는 현지인 가이드를 동승시켜야 한다는 시의 규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 관광 가이드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이드로서 아무 쓸모가 없었지만, 이런식으로 해서라도 이탈리아 당국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혼모, 이혼자, 노인, 일용직근로자 등 일차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회 취약계층을 100만원짜리 일자리를 놓고 불법체류자들과 경쟁으로 내모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육체노동을 해서도 충분히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도록 정부가 앞장서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문제를 외면한다고 있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편법으로 둘러가려고 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날이 올 것이다. 
 
수출증가나 경제발전의 효과가 내국인에게 먼저 돌아갈 수 있게 모든 경제정책을 펴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내수도 일어나고, 경제도 돌아가고, 저축도 하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낳아 기를 수가 있다.
 
한 달 내내 일년 열두달 정직하게 일하고도 빈곤에서 탈출하기는커녕, 당장 눈앞의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면 그건 사람이 못나서가 아니라 나라가 잘못된 것이다.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보며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4-03-04 오전 9:24:00   |  수정일 : 2018-04-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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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va  ( 2014-03-04 )  답글보이기 찬성 : 19 반대 : 6
우리사회의 열악한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을 한탄,비난, 더러는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며 물질만능에 매몰된 자본주의 체제의 어쩔수 없는 한계... 참으로 안타까웠던 기사였던것 같습니다.
정부는 사회구조적인 문제해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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