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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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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노조와의 동침은 지속 가능할까? (2)

문재인 대통령은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석을 재차 요구하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오히려 ‘7대 청구서’를 제시하고, 문 대통령의 재차 요구를 걷어찼다. 이제 문 대통령과 민노총 간의 기싸움이 시작될 것이고, 한국은 1930년대의 뉴질랜드처럼 노조천국이 되어 갈 것이다.

글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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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 휴게시간 대체제도 도입 촉구 결의대회 사진_조선일보DB

나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3개월쯤 지나 “문 대통령, 노조와의 동침은 지속 가능할까?”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2017.7.24.). 그 칼럼은 이렇게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조와의 동침을 선택했겠지만 정권이 끝날 때까지 노조와의 동침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래도 문재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니까!”
 
나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다시 자문(自問)한다. “문 대통령, 노조와의 동침은 지속 가능할까?” 자답(自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 노조와의 동침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왜? 문재인 대통령은 민노총의 청구서를 모두 들어줄 수 없을 테니까.”
 
민노총, ‘7가지 청구서’를 제시하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 기구'로 명명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대의원대회를 사흘 앞둔 1월 25일 청와대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석을 재차 요구하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정부 정책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화 참여가 어렵다”며 오히려 ‘7가지 청구서’를 내밀었다. 뒤이어 3일 후인 28일에 열린 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노총은 문 대통령의 재차 요구를 걷어찼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 역시 문 대통령의 재차 요구를 걷어찬 바 있다. 다음은 민노총의 ‘7가지 청구서’다. 
 
∙ 고(故)김용균씨 문제 해결
∙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반대
∙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반대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각주1)
∙ 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
∙ 전교조 합법화 및 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
∙ 광주형 일자리 반대

문 대통령은 민노총이 제시한 ‘7가지 청구서’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경제가 무너지고, 1930년대의 뉴질랜드처럼 노조천국이 되고 말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민노총이 제시한 ‘7가지 청구서’를 모두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광화문 길거리에 앉아 민노총 파업에 박수를 쳤고, 그 대가로 노동계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한 문 대통령은 결국 협상안을 제시하겠지만 협상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민노총의 특성 때문이다.
 
민노총은 한국이 1997년 12월 3일에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직후 1998년 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승인함으로써 그 실체가 드러났다. 민노총은 김대중 대통령이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 도입한 노사정위원회 1998년 2월 회의에 꼭 한 번 참여했을 뿐 사실상 20년 넘게 외곽만 감돌며 파업을 주도해 왔다. 그러한 민노총을 향해 문 대통령이 경사노위 참석을 재차 요구했지만 민노총은 ‘7가지 청구서’만 내밀었을 뿐이다.
 
문 대통령, 민노총과 일전을 벌일 수밖에!
 
문 대통령이 민노총에 빚진 결과 한국은 지금 민노총의 지배권에 들어가 있다. 문 대통령이 민노총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노총과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판단력과 결단력이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는 문 대통령이, 석탄을 몰래 수입해 놓고 363일 동안 석탄노조와 혈전을 벌여 승리한 마거릿 대처처럼 끈질기게 노조와 일전을 벌이리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또 정권을 잃어가면서까지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한 게르하르트 슈뢰더처럼 끈질기게 정책을 밀어붙이리라고도 기대되지 않는다.
 
이제 문 대통령과 민노총 또는 노동계 간의 기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대국민 첫 TV 회견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강조한 결과 민노총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한 달 후인 2003년 3월부터 대한민국을 파업공화국으로 몰고 가다가 2006년 중반기에 이르러서야 멈칫했다. 민노총이 문 대통령에게 제시한 ‘7대 청구서’는 대부분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어서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노무현 정부 때의 민노총 주도 파업공화국이 되어갈 것 같다.
 
문 대통령, 슈뢰더의 명언을 교훈 삼아야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명언을 교훈 삼아야 한다. 슈뢰더는 노동시장 개혁을 놓고 처음에는 노조와 일자리창출연대(일종의 경사노위)를 끌어들였다가 집단 이기주의에 막혀 실패했다. 그러자 슈뢰더는 정부 단독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에 관해 슈뢰더는 2015년 5월 21일 전경련에서 가진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결정권을 줘서는 안 됩니다.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노조, 사측이 한 테이블에 모여 의논을 했지만 노사가 모두 적대적인 위치에서 정부에 요구만 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 충분했기 때문에 ‘하르츠위원회’라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안을 만들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정부 수반이 개혁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밑에서 위로 갈 수 없습니다. 개혁은 위에서 아래로 가야합니다.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국, 노조천국 1930년대의 뉴질랜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려 하지도 않고, 추진한다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본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한민국은 1930년대의 뉴질랜드가 될 것 같아 우려된다.
 
뉴질랜드는 1880년대 중반부터 영국인들이 ‘신이 내린 천국’을 건설하겠다며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으로 건설해 갔다. 뉴질랜드는 1894년에 세계 최초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최저임금제 도입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공장 노동자들의 혹사를 방지하려는 데 있었다. 그 후 최저임금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뉴질랜드는 또 1894년에 ‘산업 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항만노조의 격렬한 파업을 막고 산업 평화와 중재를 실현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 천국’의 기반을 다지는 법으로 악용되었다. 이 법에 힘입어 뉴질랜드는 100여 년 동안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유지하여 강성노조가 탄생했다.
 
강성노조는 파업을 강행하다가 1916년에 노동당을 창당했고, 1935년에 집권에도 성공했다. 정권을 잡은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각종 사회입법과 사회보장제도를 무차별적으로 도입했다. 모든 노동자는 고용계약 체결 후 14일 이내에 노조에 가입해야 했고, 정부에 설립신고를 마친 노조는 해당 직종의 모든 노동자에 대해 독점권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뉴질랜드는 완벽한 노조천국이 되었다. 그 후 뉴질랜드 경제는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유가파동을 겪고 나서 그만 활력을 잃고 말았다. 이런 여건에서 강성노조는 1980년대 중반에 뉴질랜드를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가장 경직된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뉴질랜드는 1990년대 초에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하여 지금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로 바뀌어 있다.)
 
문 대통령과 노조와의 동침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민노총 간의 기 싸움에서 민노총이 승리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1930년대의 뉴질랜드를 향해 질주하게 될 것이다. 걱정이다.
 
 
각주 1 : 2019년 1월 현재 대한민국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89개 중 29개만 비준하고 있다. 또 ILO 8대 핵심 협약 가운데 4개 협약만 비준하고 있다. ILO 핵심 협약의 4대 원칙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다. 4대 원칙을 바탕으로 한 ILO 8대 핵심 협약은 다음과 같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하여 ‘단결권 보호 협약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강제노동 금지’와 관련하여 ‘강제노동 협약과 강제노동 폐지 협약’, ‘차별 금지’와 관련하여 ‘동일가치·동일노동 협약과 (고용 및 직업상) 차별금지 협약’, ‘아동노동 금지’와 관련하여 ‘취업 최저연령 협약과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폐지 협약’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과 ‘강제노동 금지’ 관련 2개 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겠다”고 공약했었는데, 민노총의 청구서에 포함된 것이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4가지 협약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9-01-29 09:54   |  수정일 : 2019-01-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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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1941년 광주 출생, 광주제일고‧전남대 문리대 영문학과 졸업. 美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 받음.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미국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1979)를 읽고 ‘시장경제’에 빠져들었고, ‘시장경제’ 강의를 대학에서 처음 개설한 교수로 인정받고 있다.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적잖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는데, 그 가운데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는 마거릿 대처의 삶과 정치를 연구·정리한 중요한 저작물로 인정받고 있다. 그 외에도 ‘자유시장경제가 우리를 잘살게 해준다’는 확신을 갖고,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 『노동시장 개혁은 슈뢰더처럼, 대처처럼』 등 자유시장경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책들을 30여 권 집필했으며, 지금도 어느 작업실에서 다음 책 집필에 혼신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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