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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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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버스 안내양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술개발과 일자리의 상관관계

⊙ 버스 안내양 등 없어지는 일자리 많지만 1980년 50% 초반이던 한국의 고용률은 2017년 67%
⊙ 기술개발 진척되면 고부가가치 일자리와 함께 장기적으로 저학력저기능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 공산주의자 ‘피카소’의 이름 위대해진 것은 소득이 증가해 예술이라는 사치재에 관심 커졌기 때문

글 | 박진우 The Liberal Economist 편집인

▲ 사진은 1961년 버스안내양. / photo by 조선DB
기술 개발이 진척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얼핏 그럴 듯하다. 버스에 자동문과 하차 안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버스 안내양은 일자리를 잃었다. 매일 주판으로 은행의 출납금을 계산하던 여상 출신의 은행원들도 컴퓨터가 도입되며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릴 수 있다. “기술 개발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 경제의 고용률은 건국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에 50% 초반 대에 불과하던 한국의 고용률은 2017년 현재 67%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4%p 가량 증가했다. 단순히 고용률의 증가만 볼 것이 아니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가 폭증했기에, 절대적인 ‘고용량’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기술 발전 수준이 훨씬 높은 OECD 선진국들의 고용률은 한국보다 더 높다. 사실 한국의 고용률은 그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일반인(凡人)들은 보이는 것을 보지만,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 진실은 이렇다. 버스 안내양이 사라지며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엔지니어, 생산직, 장비 수리 기사를 떠올릴 수 있다. 버스카드가 등장하면서부터는 한국스마트카드라는 회사에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회계, 재무, 마케팅, 인사 관리 등 운영 조직의 일자리도 생겼을 것이다. 은행원을 대체한 컴퓨터 부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쯤에서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반박은 결국 고부가가치 부문의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나열한 일자리들은 모두 대졸이거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만이 고용될 수 있는 일자리다. 맞다. 저학력, 저기능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실업이라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한 번 더 볼 필요가 있다.
 
한국스마트카드 본사의 경비와 청소는 누가 할까. 생산 공장에도 경비와 청소가 필요할 것이다. 생산직 중에도 전문 생산직 뿐만 아니라, 단순 조립 노동자가 있을 것이다. 장비를 운반할 화물차는 누가 움직이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부가가치 노동자들은 삶에 여유가 생기며 더 수준 높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 본인은 독서와 자동차 튜닝을 취미로 삼고, 다방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부인은 집에서 자녀들을 직접 가르치다 사교육을 시키고, 시간제 가정부를 고용해 집안 일을 맡긴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 직원, 카페 알바, 학원 데스크 실장, 가정부 등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일자리들은 다시 같은 과정을 추동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지금 한국의 문제는 정부가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는 것을 규제로 틀어막아, 일자리와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경로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실업난이 해소되길 기대하는 게 한국 정치인들의 저능함이다. 산업 발전이 정체된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실업은 줄일지언정 실질소득은 늘리지 못한다. 국제 경쟁으로 기존 산업마저 퇴보하면 실질소득 자체가 줄어든다.
 
피카소는 공산주의자였다. 그는 산업혁명 시대를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가 만연한 시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던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산업혁명으로 물감을 비롯한 그림 도구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결과였다. 그리고 대중들의 소득이 증가하며 예술이라는 사치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이 오늘날 ‘피카소’라는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경제 발전이 없었다면 피카소는 평생 집시로나 살았을지 모른다.
 
최저임금이 기술 발전을 촉진하여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에 대해 첨언하고 글을 마친다. 최저임금이 촉발하는 기술 발전과 시장에서의 생산 경쟁이 촉발하는 기술 발전은 결이 다르다. 전자는 시장 균형 상태에서 노동의 가격이 비싸지 않음에도, ‘굳이’ 노동의 가격을 끌어올려 실업(노동력의 잉여)을 촉발하는 것이다. 반면 후자는 시장 균형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노동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자본을 키우는 것이다. 후자는 일자리를 늘리지만 전자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줄인다.
 
※해당 칼럼은 제3의 길에 공동기고된 것임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4-25 11:15   |  수정일 : 2018-04-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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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 2018-04-26 )  답글보이기 찬성 : 5 반대 : 2
차장이 있던 그시절이 사람 살기에 좋은 때 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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