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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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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는 87체제의 총체적 파탄 징후

글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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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 조합원들이 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GM문제해결을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군산공장 폐쇄철회와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산업 관련 10년의 지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5~2001년까지 연구고민, 분투노력한 것을 총화하여 2001년 5월에 책(<대우자동차 하나 못살리는 나라>)을 내고, 2004년에 대우자동차를 떠나고,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문에 자동차산업을 다시금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이후 거의 8년 만이다.
 
최근 2주간 한국GM 관련 정부/산업은행의 언행, 언론의 보도와 칼럼,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얘기, SNS에서 쏟아져나오는 언설을 보다가, 2000년 전후하여 내가 절감한 이 나라 경제/산업정책 관련 ‘빈약한 지적 축적’을 다시 절감하기 때문이다. 시장과 기업 친화적이라고 자부하는 한국 1등 신문의 산업부장과 자동차 팀장의 칼럼을 보니, 2016년 한진해운 처리 과정에서 보인 헛짓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싹튼다.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피해가 천배 만배는 될 산업판 ‘세월호 참사’가 우려된다.
 
경제, 산업, 기업을 너무 모르는 헛소리와 괴담들이 홍수처럼 흐른다. 보고들은 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도 불법적 강점, 수탈(착취), 억압, 먹튀다 보니 세상을 그렇게 본다. 관심법 대잔치, 아무말 대잔치다.
 
‘GM 먹튀론’은 거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5% 고리대금업자론, 터무니없는 매출원가론(높은 이전가격), 연구개발비 명목 수탈론 등. 국제정치 관련 책 좀 본 사람들은 그 시각을 투영하여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라고) 소설을 써댄다. 2000년 전후한 시기에 풍미했던 반제민족해방투쟁 담론(부평공장 폐쇄와 해외매각 결사반대)도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한마디로 헛소리들이다. GM은 법 하나는 잘 지킨다. 너무 잘 지켜서 문제다. 공장을 아예 폐쇄를 할 지언정, 불법적, 변칙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일은 없다.
 
산업과 기업을 아는 사람들은 시한부 인생론(사형선고는 내려졌다)이나 계륵론(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깝다)을 편다. 이건 분명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 산업부장과 자동차 팀장 등이 얘기하는) 전기차 공장으로 변신 운운은 산업과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헛소리다.
 
GM군산공장 사태의 본질은 한국GM 위기의 발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GM의 위기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이자,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이자, 1987체제(철학, 가치, 정책, 정치 리더십)가 통할하는 한국경제와 사회의 총체적 파탄 징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또하나 한국GM의 위기는 세계 자동차산업과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존이었던 GM의 위기 내지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GM은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 GM은 제조업 외국자본의 상징이다. GM이 철수한다는 것은 외국자본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더 이상 사업(투자와 고용)을 할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현대기아차에게도 적용된다. 물론 현대기아차야 한국을 떠나지는 못하겠지만 투자와 고용 의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는 더더욱!
 
한국GM의 위기를 보려면, GM과 외국자본이 한국GM을 어떻게 보느냐(활용가치 등)를 먼저 따져야 한다. 또 향후 10년 내 자동차산업의 격변에 대해 GM이 어떻게 대처하며(중국 전략, 북중남미 전략,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량공유서비스 등), 이 전략에서 한국GM의 활용 가치를 따져야 한다. 이는 북핵/미사일/인권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어떻게 보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GM 수뇌부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들과 같이 일(구매, 생산, 판매, R&D 등)을 해 본 사람은 적지 않다. 또한 수많은 객관적 데이터가 있다.
 
그런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할 때 한국은 판매시장으로서 매력은 거의 없다. 생산기지로서 매력도 별로다. 완성차 공장의 생산성(차 한 대 당 맨아워는 별로 의미없는 통계다)은 최악이다. 경악할만큼 고비용에 유연성도 없다. 단지 부품회사들의 생산성 내지 가성비는 좋다. 완성차 회사(노사)들의 가혹한 지대추구와 갑질이 부품회사들을 군살 하나없는 근육질 몸매로 만들었다. 그래서 해외수출도 많이 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조응하는 R&D 능력은 키우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의 보쉬 등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세계적 부품 회사는 지금도 별로 없지만,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 오래된 기술 패러다임 하에서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자동차부품 산업은 생산 기술력이 관건이기에 경쟁력(가성비)이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이 (높은 할증율과 결합하면서) 경쟁력을 현격히 갉아먹고 있다. 게다가 중국 부품산업이 발전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차량개발 능력(가성비 등)은 인력의 질, 임금수준(삼성, LG, 포스코, 석유화학 등) 그 나라 연관산업의 발전수준, 정부 및 대학과의 연계협력, 생산공장과의 거리 등 수많은 요인의 총화이다. 자동차는 배터리-모터, 자율주행(센서 등), 안전 환경 기술 등 첨단 기술과 50년 100년 150년 전에 개발된 금속가공 기술 등의 결합체다.
 
한국GM연구소에는 (지리적 위치 등에 힘입어) 1970~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이 배출한 이공계(기계 금속)의 최상급 인력들이 많다. 물론 대우도 GM도 이들의 잠재력을 50%도 활용 못한 것 같지만… 한국은 고졸 중심의 완성차 생산 분야 인력들의 임금은 미국, 유럽에 비해 엄청 높지만, 엔지니어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첨단 기술 분야는 아니겠지만, 차량개발의 많은 영역에서 상당히 높은 가성비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GM에서 차량개발 능력이 있는 곳은 미국, 독일(OPEL), 한국, 중국(SGM), 브라질 정도인데, OPEL이 매각되었고, 브라질은 볼 게 없고, 중국은 아직은 멀었기 때문에, 결국 미국과 한국 정도다. 자동차 첨단기술이라는 것도 대체로 “많이 시도해보고, 에러 수정하고, 다시 시도해 보는” 루프(loop)를 빨리 돌면서 개선하고, 결합하고, 최적화하는 것이기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능력은 GM에 여전히 필요하다.
 
중국이 일취월장해 버리면 몰라도… 또 한국GM의 인력 관리운영 능력이 저열해서 이들을 무슨 공기업 직원들처럼 만들어 생산성을 낮게해버리면 몰라도… 또 (생산 인력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계속 올라) 엔지니어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미국보다 더 높아지면 몰라도….
 
내가 알기론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앞서나가는 업체 자체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북미 중심으로 R&D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차 관련해서는 빼어난 모터 업체는 없어도, 배터리 셀 하나는 잘 만드는 LG와 삼성도 있고, 또 현대기아차 관련 업체도 있기에 한국GM에서도 제법 하는 것으로 안다. 물론 전기차는 거대한 생산판매능력과 국가 차원의 지원을 쏟아붓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잘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여전히 샤시 관련 많은 기술들이 필요한데, 이는 전기차 관련 기술처럼 중국이 쉽게 앞지르지 못한다.
 
종합하면, 한국이 지난 30년 동안, 짧게는 지난 10여년 동안 해온대로 하면 GM은 반드시 철수한다. 첨단기술은 밀리고, 생산은 고비용에 엄청나게 경직적이고, 부품과 R&D마저 그 뒤를 따르면 답은 나와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현대기아차마저 같은 운명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GM이 지금 철수해도, 몇 년 있다가 철수해도 한국GM은 살아날 길이 없다. 중국 업체도 인도 업체도 인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기차 업체로 변신?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대우조선처럼 KDB 산하에 집어넣어 몇조 원의 혈세를 투입한다고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산업과 기술을 모르는 사람은 자동차 공장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줄 안다. 자동차 공장이 가지고 있는 것은 차체 용접 설비와 도장 설비다. 조립은 밭 매는 아지매를 불러서 몇 시간 혹은 며칠만 훈련하면 한다(엔진, 미션은 그래도 상당한 생산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별로 의미없는 기술이다).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은 R&D와 부품사에 있다. 공장은 껍데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GM의 운명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시한부 아니다. 하지만 계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계륵을 탈피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달려있다. 몇 년 후에 군산공장 사태가 창원과 부평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혁신을 하면 살 길이 왜 없겠는가? 윤장현의 광주형 일자리 모델도 무조건 백안시할 것도 아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전기차보다는 오히려 이게 더 빨리 올 듯 하다–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으로 되고, 따라서 자동차 생산판매 대수가 지금의 3분의 1 어쩌면 5분의 1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세계 자동차산업에 그야말로 쓰나미가 닥친다. 공룡 시대를 종식시켰다는 운석 충돌 같은 일이 생긴다. 그 경우에도 한국GM이 민첩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면 먼저 죽으라는 법은 없다.
 
한국GM의 전기차 공장으로 변신? 웃기는 소리다. 한국GM의 문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문제고, 한국 주력산업의 문제고, 제조업 외자기업의 문제다. 한국의 고용노동 체제와 정치/정부시스템은 후져도 너무 후졌다.
 
대한민국 잔치는 끝났다. 이젠 진짜 총체적 혁신하지 않으면 지옥이 펼쳐진다.
 
한국GM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하지만 한국GM의 운명은 정해진 것 아니다. 우리 하기에 달려있다. GM의 시각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 GM의 시각으로 한국GM과 세계 자동차 산업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1987체제가 통할하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깊은 중병에 걸렸는지를 보아야 한다.
 
※본 칼럼은 <제3의길>에 공동 기고된 것임.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3-14 11:21   |  수정일 : 2018-03-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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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길  ( 2018-03-14 )  답글보이기 찬성 : 9 반대 : 5
크게 보면 조선산업이 유럽-(화살표)-일본--한국--중국으로 건너가는 중이고,자동차 산업도 미국--일본--한국--중,인도로 건너가는 중이다. 중,인도가 우리만큼의 품질의 자동차를 만든다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은 디트로이트처럼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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