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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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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위험한 3가지 특징...7가지 개선방안

글 | 신장섭 싱가폴 국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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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조선DB

정부가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에 도입하겠다고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자율규제’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적극 도입하는 이율배반을 안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정부의 ‘2018년 경제운용방향’에서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어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에서부터 금융위원회 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에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고 있다.
 
둘째, 기관투자자가 돈을 맡긴 고객의 ‘집사(steward)’로서 그 돈을 잘 관리하도록 한다는 원래 말뜻보다, 1000조원이 넘는 연기금 고객이 맡긴 돈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기업개혁’을 하는 수단으로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2018년 경제운용방향’에 스튜어드십 코드는 복지정책 항목에 있지 않고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공정경제’를 실현한다는 항목에 들어가 있다.
 
세째, 국내 대기업의 단일 최대주주가 되어 있는 국민연금이 여기에 앞장서도록 ‘5% 룰’과 같은 자본시장질서 규제를 예외적으로 면제해주고, 자산운용자들에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 위탁자산을 배분할 때에 ‘가산점’을 주겠다며 다른 금융기관들까지 국민연금의 지휘에 맞춰 ‘줄서기’를 시키겠다는 방침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밝히고 있다.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하는 논리적∙실증적 기반은 취약하기 그지 없다. 선진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제 어떤 맥락에서 도입했는지, 그 성과가 어떤지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 추진 주체들의 홍보성 자료만 선택적으로 인용하면서 그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실상을 살펴보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될 때부터 크게 왜곡됐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전범(戰犯)은 기업이 아니라 금융기관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민간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금융인들에게 대책 마련을 맡겼다. 
 
모건스탠리 전 회장었던 워커(Davd Walker)경이 주도해서 불과 9개월 만에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대한 ‘관여(engagement)’를 높여 잘못되는 것을 막고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기관투자자 행동주의적 스튜어드십 코드을 급조했다. 이 과정에서 코드의 원천적 한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표된 지 7년 가량 흘렀지만 영국에서 기업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 주주활동의 관여 범위, 양 및 질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거나, 관여의 결과 회사의 ‘반응성’이 좋아졌다는 등의 얘기만 할 뿐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용역 보고서도 마찬가지 ‘성과’만 인용한다.
 
미국에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을 위한 ‘도드-프랭크 법’이 2010년 통과된 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관투자자 행동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이사선임 관련 규제(Rule 14a-11)를 직접 개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공회의소와 경총이 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승소해서 규제개정은 무효화됐다. 직접 규제가 무산됐으니 ‘자율규제’라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논의될 여지가 없었다. 2017년 1월 뚱딴지같이 스튜어드십 그룹(ISG)이 출범한 이유는 노동부가 추진하던 ‘수탁자 규제’ 때문이었다.
 
노동부는 2015년부터 연금가입자들이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에 금융사가 ‘고객최우선계약’에 서명하는 것을 의무화해 숨겨진 수수료를 완전히 공개하는 규제를 추진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2017년 4월부터 부분시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2017년 2월 재검토를 지시했고 노동부는 부분시행을2019년 1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자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기를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볼 때에 올해초 ISG의 급작스런 출범은 수탁자 규제 무산에 따르는 후폭풍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한 청지기 임무를 다하고 있다는 ‘립 서비스’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의 정책 당국은 이러한 국제금융시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바보’이기 때문에 비현실적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가? 진짜 그렇다면 무능력자들에게 국가를 맡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현실을 잘 알면서도 비현실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목적의 이면에 어떻게든 달성하려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의도는 ‘5% 룰’ 개정 움직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예외규정의 적용대상은 국민연금 뿐이다. 국민연금은 주요 대기업의 지분을 평균 9% 가까이 가량 갖고 있다. 국민연금의 ‘관여(engagement)’를 통해 대기업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사외이사도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대기업 적폐청산위원’을 파견했다거나 ‘관선이사’를 파견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정권의 뜻에 맞게 행동주의적 개입을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11월20일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었다.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가장 먼저 벌어졌던 미국에서 이것이 실현되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캘리포니아연금펀드(CalPERS) 등 행동주의에 앞장선 일부 연금들의 비효율성과 권한 남용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미국에서 공공연금이 주 단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주에 따라 연금이 보다 행동주의적 경향을 보인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또 1990년대에 뮤추얼펀드가 연금을 젖히고 초대형 펀드로 올라서면서 연금 사회주의 논란은 더 이상 나올 여지가 없어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운용자금은 2016년말 102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로 세계 주요 공적 연기금 중 가운데 단연 1위이다. 30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말 8.85%로 더 압도적이다. 현재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의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는 민간운용사에게 위탁해서 주식투자를 하고 이 때에 투표권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투표권을 직접 행사하게 되어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투표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 중 연금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폐기해야 한다. 인덱스펀드와 같이 투표 무관심∙무능력 펀드가 국제금융시장의 대세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에 허상을 좇는 일일 뿐이다. ‘자율규제’는 ‘규제’라는 말만 붙였을 뿐 해당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 쓰이는 적이 많다.
 
국내에서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해 ‘자율규제’를 하겠다면서 공정거래법을 없애 달라고 주장하면 그 진의를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자율규제라는 것의 ‘구호(rhetoric)’와 ‘실제(reality)’를 분별해야 한다. 대신 균형잡히고 포괄적인 ‘기관-기업 관계 규준’을 민관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필자의 제안은 아래와 같다.
첫째, ‘주주 제안’을 내놓을 때에 그것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합리화하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자와 경영진이 공동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건설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공생의 과제를 정부 규제로 부과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장기투자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투표권 행사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정치투표에서도 단기체류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해당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대해 애착을 갖고 노력할 수 있는 기관이나 개인에게 주인 대우를 제대로 해줘야 한다. 네덜란드나 프랑스에서처럼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기관이나 개인에게 투표권을 더 많이 준다.
 
셋째, 기관투자자가 기업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거나 관여한 내용에 관해서는 해당 기관투자자와 기업이 공동으로 그 내용을 공표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공개를 통해 주식 투자자 간에 정보취득의 공평성을 맞추는 원칙은 최대한 지켜야 한다.
 
네째, 기관투자자 투표의무화는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 민주주의에서도 대부분 나라에서 투표는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인덱스 펀드 등 투표 무능력∙무관심 펀드가 국제금융시장의 대세가 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에 투표 의무화를 통한 편익은 별로 없고 기업투표를 복마전으로 만드는 부작용만 더 커져 있는 상태이다.
 
다섯째, 연금가입자들이 맡긴 돈이 잘못 쓰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것처럼 수수료를 공개하는 ‘수탁자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마찬가지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위탁운용을 맡길 때에도 헤지펀드 등 자산운용사에게도 수수료 공개등 수탁자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여섯째, ‘5%룰’은 오히려 전반적으로 낮춰야 한다. 헤지펀드들이 ‘이리떼 공격’을 통해 실질적으로 담합해서 기업을 공격해 ‘약탈적 가치착출;’을 실현하는 중요한 창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등은 ‘2% 룰’ 정도로 만들어 담합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일곱째, 국민연금의 투표는 투자결정기구에서 투표관장해야 한다. 해외 대형 뮤추얼펀드, 해외 대형 연기금이 투표와 매매를 분리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행태이다. 수탁자 책임에서 가장 큰 것은 포트폴리오 선택과 조정을 통해 안정적∙장기적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투표를 통한 경영관여, 사회적 책임투자 등은 안정적∙장기적 수익률 확보라는 최고로 중요한 책임에 부차적으로 따르는 책임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중간용역 보고서에서 ‘수탁자책임위원회’에 투자 및 투표의 최종 권한 집중시키는 안은 국민연금이 실제로 해야할 책무를 본말전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에서도 ‘연금사회주의’ 도입의 예후를 느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직성과 전문성이 모두 결여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규제’라는 가면을 벗고 정직하게 정식 규제로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숨겨진 목표’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잘못될 경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책이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편익비용 분석도 전문적∙종합적으로 다시해야 한다. ‘안정적 장기 수익성’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꾸준히 달성해야 하는 연기금 운용에 ‘정답’이라고 내세울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나 운용 담당자들의 정직한 전문성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1-17 09:09   |  수정일 : 2018-02-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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