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칼럼 | 경제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보건복지부 장관님, 문중 잔디장(葬)이 장사문화 개선의 대안입니다

장사문화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내는 제안

글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 / photo by 조선DB
                                                                
저의 ‘문중 잔디장(葬) 묘원(墓園)’을 소개합니다
 
저는 약 25년 전부터 14여 년 동안 배낭을 메고 이산저산을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볼썽사나운 분묘(墳墓)를 정리하여 아름다운 산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떤 산은 분묘 한 기(基)가 200여 평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고, 어떤 분묘는 천년만년 가도 모서리 하나 부서질 것 같지 않은 화강석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또 어떤 산은 자손을 잃은 듯한 분묘 옆에 3미터가 넘는 비석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의 산들이 무연고묘(無緣故墓)와 버려진 돌들로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무연고묘는 현재 900만 기를 훨씬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중에 장사문화(葬事文化)를 개선할 수 있는 잔디장 조성을 제안했고, 문중이 이를 받아들여 ‘문중 잔디장 묘원’이 조성되었습니다.
 
죽으면 모두 흙으로 돌아갑니다
 
부모님 분묘를 잔디장(葬)으로 바꾸려고 파헤쳐보니 남아있는 뼈가 한 줌도 되지 않았습니다.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창세기3:19).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조상의 육신을 경조사상(敬祖思想)을 내세워 분묘로 장식하고, 수백 년 동안 정성껏 모시는 우리의 관습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생각 자체가 불효라는 것쯤은 저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인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분묘를 고수해야 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주은래의 유언으로 중국은 화장법을 도입했습니다
 
이산저산을 오르내리는 동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톈진에 있는 ‘주은래기념박물관’을 관람하고, 등소평 이야기를 쓸 기회가 생겼습니다. 중국 톈진에 가면 ‘주은래기념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1층 기념관 관람이 끝나면 복도는 2층으로 이어집니다. 2층은 주은래와 그의 부인 등영초의 유물 전시장인데, 2층 중앙 전시실에는 약 30㎝×20㎝×20㎝ 크기의 유골함(遺骨函)이 테이블 위에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 유골함에는 주은래 부부의 유골이 들어 있습니다. 주은래는 죽기 전 자신의 시신(屍身)을 화장하도록 유언했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은 땅이 좁아 묘지가 부족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화장을 유언했다고 합니다.
 
등소평의 유해는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등소평의 유언은 감동적입니다. 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죽으면 ‘각막과 장기는 기증하고, 유체는 중국 최고 병원인 301병원에 해부 연구용으로 내놓고, 나머지는 화장하라’고 유언했습니다. 그는 유언에 따라 화장되었고, 유해는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등소평 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2천㎡의 선산 잔디장지(葬地)가 1천여 년 동안 사용될 장지(葬地)로 바뀌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잦은 개정' 흔적을 통해 역대 정부가 장사문화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8년에 ‘자연장(수목장, 화목장, 잔디장)’을 도입했습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화장을 원하지만 화장 후 장사 방법은 아직도 마땅치 않습니다. 서울 근교에서 수목장은 2천만 원을 호가하고, 정부가 지정한 수목장 지역은 혐오 대상이 되고, 화목장은 장소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장의 하나인 잔디장이 대안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문중에 선산(先山)을 잔디장지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우리 문중 선산은 조상이 서기 1500년에 정착한 후로 지금까지 잘 유지되어 왔습니다. 우리 문중은 선산에 2천㎡(약 600여 평)의 잔디장지를 조성한 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조상 분묘 300여기를 이장했습니다. 남은 잔디장지는 살아있는 후손들의 묘지로 배정했습니다. 대충 계산해보니, 이는 우리 문중 후손이 앞으로 500여 년 동안 안치(安置) 될 수 있는 장지입니다. ‘600여 평의 잔디장이 천 년 동안의 장지(葬地)’로 사용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잔디장의 이점은 땅 이용의 높은 효율성과 저렴한 장사 비용입니다
 
잔디장의 이점입니다.
 
첫째, 잔디장은 땅 이용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분묘 한 기의 평균 면적이 5평이라고 합시다. 우리 문중의 잔디장은 부부합장을 '1기'로 보고 한 평에 2.3기 안치했습니다. 부부합장을 '2기'로 본다면 1평에 4.6기를 안치한 셈입니다. 따라서 5평 1기의 분묘에 비해 잔디장은 1평에 4.6기를 안치했으므로 땅 이용의 효율성이 무려 23배나 높습니다.
 
둘째, 장사 비용이 적게 듭니다. 우리 문중은 표지석 비용을 포함해 관리비 100만 원만 내면 자손은 누구나 부부합장으로 잔디장에 안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치 비용은 관리비 100만 원에 화장 비용만 추가하면 됩니다. 화장 비용은 지자체 화장시설의 경우 9만 원 정도이니 장사 비용은 부부 합장의 경우 120만 원이 채 안 듭니다. 서울 인근의 수목장 비용 2,000만 원에 비하면 문중 잔디장은 얼마나 쌉니까! 또 안치가 사실상 영구적이지 않습니까! 
   
셋째, 지금 시골에서는 돈을 주고도 벌초(伐草)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잔디장의 경우에는 벌초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 얼마나 큰 이점입니까!
 
문중 잔디장은 ‘문중이라는 혈연공동체’ 존속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문중 선산에 잔디장지를 조성하자고 제안한 데는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저는 ‘문중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문중 재산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우리만이 갖고 있는 ‘문중’이라는 소중한 ‘혈연공동체’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문중 재산은 몇몇 사람의 불순한 생각 때문에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많은 문중이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문중 재산을 재단에 묶어 두면 문중 재산은 사라질 위험이 없습니다. 따라서 문중 재산은 후진 양성에 보람 있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문중 묘원은 문중이 단합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에서 한국만이 갖고 있는 ‘문중이라는 혈연공동체’는 존속할 수 있습니다.
 
‘규제 완화, 인센티브 제공, 가족묘 석재 장식 금지’를 정부에 제안합니다
 
<장사문화> 개선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을 제안합니다.
 
첫째, 규제 완화입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11개 이상의 규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되어야 합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여 규제를 해석할 방법이 없자 저는 2016년 9월 청와대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한 달 후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회신이 왔습니다. 자연장 조성에서는 거리 제한이 없고, (상수원 관련) 수도법, (침수 관련) 하천법, (절대농지 관련) 농지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자연장 조성은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회신이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알아보기 쉽게 정리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문중 선산을 잔디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에 납골당 중심의 새로운 장묘문화 확산을 위해 ‘장례식장·사설납골시설 설치 지원’을 위해 재정특별회계자금 60억 원을 확보하여 그 중 25억 원을 사설납골 시설자금으로 지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시행 1년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당시는 봉안당(납골당은 봉안당으로 바뀌었음)이 대안이었기 때문에 이런 제도가 도입되었다가 봉안당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폐기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든 자연장의 하나인 잔디장이 장사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면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도입은 바람직합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정부가 허용하는 잔디장 최대 면적인 2천㎡(약 600평) 조성에 드는 비용은 약 1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 경우 정부가 문중 선산 잔디장 조성을 권장한다면 30%인 3,000만 원 정도를 보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천㎡(약 600평) 조성이 아니어도 조성비의 30%를 지원한다면 많은 문중이 참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조 대상은 반드시 가족 잔디장이 아닌 종중·문중 잔디장이어야 합니다.
 
셋째, 한국은 지금 장례업자들이 천년만년 가도 부서지지 않을 석재로 장식한 가족묘, 공동묘 등을 열심히 팔고 있습니다. 한 세대만 지나도 이런 묘들은 산속에 방치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유골 용기는 분해되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유골 용기는 곧 분해되지만 유골을 장식한 석재는 천년만년 가도 분해되지 않습니다. 규제는 서둘러 이런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지자체 노인복지 관련 공무원들은 하루쯤 전국의 산으로 출장을 나가 돌로 장식된 분묘, 가족묘, 공동묘 등을 살펴보기를 제안합니다.
 
‘문중 선산 잔디장’은 장사문화 개선의 확실한 대안입니다
 
장사문화 개선은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슈입니다. 다음 세대는 ‘문중’이라는 혈연공동체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다음 세대에는 금수강산(錦繡江山)이 무연고묘와 버려진 돌들로 가득 차게 되리라고 염려됩니다. 장사문화 개선의 대안은 잔디장, 특히 ‘문중 선산 잔디장’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 정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8-30 13:25   |  수정일 : 2017-08-30 16:24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니스트 사진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1941년 광주 출생, 광주제일고‧전남대 문리대 영문학과 졸업. 美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 받음.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미국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1979)를 읽고 ‘시장경제’에 빠져들었고, ‘시장경제’ 강의를 대학에서 처음 개설한 교수로 인정받고 있다.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적잖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는데, 그 가운데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는 마거릿 대처의 삶과 정치를 연구·정리한 중요한 저작물로 인정받고 있다. 그 외에도 ‘자유시장경제가 우리를 잘살게 해준다’는 확신을 갖고,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 『노동시장 개혁은 슈뢰더처럼, 대처처럼』 등 자유시장경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책들을 30여 권 집필했으며, 지금도 어느 작업실에서 다음 책 집필에 혼신을 쏟고 있다.

1건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구본수  ( 2017-09-28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맹지는 묘지로 쓰지 못하게 할것. 인허가 절차가 명확해야 할것. 묘지 조성이 가능한 지목을 지정 헐 것이 선행되야 합니다. 맹지인 땅에 불법으로 산소 만들고 거들먹 거리는 인간이하 말종이 너무 많습니다. 남의 땅에 지땅처럼 허락없이 길만들고 쓰레기 버리고 등등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