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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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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만원 올려주고 싶은 것은 누구보다 나다. 하지만...

글 | 신상목 전 외교관/일식당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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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최저임금을 누구보다 올려주고 싶은 것은 나다.
 
요즘 젊은 세대 어쩌고 하지만, 이렇게 반듯하고 열심인 청년들 세계 어디 가도 없다. 내가 행운아여서 그런 청년들만 나와 인연을 맺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규분포 곡선 그려놓고 비교하면 양 끝쪽 짜투리 빼면 가운데 몰려있는 친구들은 자세, 태도, 실력 모두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이 친구들 땀 뻘뻘 흘리며 궂은 일 마다 않고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모습을 보면 정말 내가 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싶다. 까짓 시급 만원이 아니라 만오천원이라도 주고 싶다.
 
우리 가게에서 가장 용량이 크고 빵빵한 에어컨은 주방에 있다. 설비업자가 주방에 에어컨 설치해봐야 도움 안되니 차라리 다른데 설치하라고 하는걸 내가 우겨서 주방에 제일 큰 걸 집어넣었다. 주방안 열기를 다 가시게 할 수는 없지만, 에어컨 송풍구 앞에 서서 잠시 땀이라도 식히고 숨 돌리는 것만으로도 주방 직원들의 근무조건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 믿었고 실제 그렇다.
 
모든 주방은 겨울보다 여름이 힘들다. 우리 직원들은 여름을 겁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별거 아니지만 제한된 자원의 배분에서 경영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을 해주고 싶은 마음만큼은 인정받고 싶다.
 
가게 처음 오픈할 때 직원들 주5일 근무가 목표였다. 주변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 코웃음을 쳤다. 주5일 근무 직원들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실제 그랬다. 창업 초기 이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특급 호텔급이나 되어야 가능한 주5일 근무를 쥐뿔도 없는 개인 식당이 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공급과 수요의 맥을 잡아 불필요한 일/메뉴 줄이고 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하고 또 개선했다. 창업 4년차가 되면서 노하우가 쌓이고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차츰 주5일제를 시행했다. 지금은 모든 직원들이 주5일 근무가 원칙이다. 직원들이 충분히 휴식 취하고 재충전해가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동계/하계 휴가도 주고, 명절 휴가도 주고.. 등등 일반기업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 바닥에서는 쉽지 않았던 일을 어떻게든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모두 팀웍도 느끼고 자부심도 느끼고 그러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사족이지만 나는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 경영자가 그런 입장이라는 것은 머리로는 알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면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직원들 급여이다. 생각 같아서야 팡팡 올려주고 싶다.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급여 받게 해주고 싶다.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좋은 생활하도록 챙겨주고 싶다. 그러나 급여 문제는 에어컨이나 휴무 문제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것은 우리끼리 으쌰으쌰해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만, 급여는 내가 주고 싶어도 잔고가 없으면 줄 수가 없다.
 
매출이 늘어야 급여를 올려줄 수 있다. 매출을 늘리려면 (직원들의 근무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미시적으로 보면) 경영자들에게는 엄청난 불확실성이다. 가격을 올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소비자에게 외면 당해 그대로 망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경영주에게 강요하면서 "한계상황에 있는 기업들은 어차피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이니 도태시켜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함부로 한다. 월급 한 번 줘본 적 없는 교수가, 관료가, 기자가, 활동가가 남의 일이라고 개미 새끼 밟는 것보다 더 아무렇지도 않게 없어질 업체는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세상의 부조리를 온 몸으로 체감한다.
 
가장 직원들 급여 올려주고 싶은 것은 나다. 뭔 권리로 급격한 불확실성을 강요하며 경쟁력이 있느니 없느니 운운하고 도태됨이 마땅하다고 사망 선고를 내리는지 나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덧)소비자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는데, 최저임금만 올리면 그만큼의 비용.차액은 누가 지불하는가? 그걸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경영자는 그냥 사라지는게 맞는건가?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7-10 17:14   |  수정일 : 2017-07-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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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전 외교관/일식당 운영

1996년 제 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 근무하며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2012년 일식 우동에 반해 외무부를 퇴직하고 현재 기리야마 우동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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