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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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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평양가자" 거부한 문희상-김병준-손학규

글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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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주최 정당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정의당 이정미(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손을 맞잡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자료사진=뉴시스

국회 의장단과 야당 대표들이 만약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 요구대로 “그래유, 우덜두 갈 게유” 하고 쭐레쭐레 대통령 평양 행차에 따라나섰더라면 그 모골들이 어땠을까? 이들의 속성상 이념적으로 "나, 그런 데 안 가!" 할 사람들은 이니지만, 그래도 나라가 100% 망하려면 시간이 아직 좀 남았는지, 그런 우화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들이 만약 임종석 말에 응했더라면 그거야말로 남(南)왕국 임금이 동인 서인 남인 북인을 막론한 온 만조백관-신료(臣僚)-승지들을 거느리고 북(北)왕국 임금을 만나러 가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가관(可觀)일 뻔 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의 정세에 반대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손학규-김관영 바른 미래당 대표들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투로 말했다. 그래서 이들이 혹시 임종석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같은 집권 측인데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존(自尊)을 살려 임 승지(承旨)에게 노(no)라고 질러댄 것은 감투 값을 꽤 한 셈이다.
 
 왜 평양엘 가선 안 되는가?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들의 체통이 걸려서만은 아니다. 이보다 훨싼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이번 평양 남북회담은 한반도 북쪽의 극좌권력과 한반도 남쪽의 좌파권력의 합작 헤게모니를 더욱 강고히 다지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한 쪽(좌 쪽)으로 너무 치우친 것 같으니까 보수야당(자한당 대표와 중도야당(바른미래당) 대표 그리고 국민대표기관인 국회 의장단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것이다. 이런 델 명색이 야당이라는 사람들이 가서야 되겠나?
 
 이건 전형적인 통일전선 전술이다. 모든 건 좌쪽 혁명세력이 다 하되, 겉으로는 우파와 중간파도 다 참여하는 것처럼 꾸미면서도 우파와 중간파에겐 아무런 실권도 결정권도 주지 않는 것-이게 통일전선 전술이다. 말하자면 눈속임이다.
 
 2차 대전 직후 소련군이 진주한 동구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 실권은 공산당이 쥐었고, 공산당과 소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적화혁명이었다. 그러나 그건 몇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졌다.
 
 처음엔 공산당과 비(非)공산당들의 연립정권을 세웠다. 사회민주당 우파와 자유주의 정당과 보수주의 정당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사회민주당 좌파등 일부 정파들은 ‘반(反)파시스트 통일전선’이란 말에 혹해서 이에 가담했다. 거부한 세력은 이내 하나하나 참혹하게 숙청당했다. 연정에 참여한 사회민주당 좌파 등도 결국은 거세당하고 마침내는 공싱당 전체주의 1당 독재가 수립되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평양에서도 남북협상이란 이름의 공산당 ‘통일전선 쇼’가 벌어졌다. 남쪽의 진보주의자, 민족주의자, 중간파가 ‘민족통일’이란 말에 이끌려 너도나도 평양엘 달려갔다. 김구 선생과 김규식 선생도 그 길에 올랐다.
 
 가서 어찌 됐나? 공산당이 정해놓은 식순(式順)에 따라 대규모 행사를 치르고 혹시 차례가 주어지면 연설 한 마디 한 게 전부였다. 요인들의 4자회담이란 게 있었지만, 매사 공산당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을 뿐이다. 남쪽 참가자들은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했을 뿐, 그저 수많은 급조단체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게 공산당 수법이다.
 
 이번에도 야당 대표들이 꼭 그 짝 날 뻔 했다. 김병준, 손학규? 그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 당수에 맞는 의전을 받을까? 문재인-김정은의 흐름과는 좀 다른 잡음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웃기지 말라. 그럴 틈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공산당이 말하는 우당(右黨) 취급이나 받으면 끽일 것이다. 북한의 천도교청우당, 조선사회민주당처럼 말이다. 그랬더라면 참 꼴 좋~~았을 것이다.
 
 자한당의 정체성 불투명, 비른미래당의 어쩐지 좌 클릭(손학규, 김관영 이후론)을 보자면 이번에 차라리 이들이 평양 행을 제의를 받았더라면 아예 정리가 잘 될 뻔도 했으나, 하여간 임종석의 요구를 일축한 건만은 그들을 위해서도 잘한 일 같다. 임종석은 김병준 손학규 등을 보고 ‘꽃 할배’로 오소서“라고 말했다. 농담하고 지내자는 건가. 임자들 586 패거리도 이젠 50대 중반이네. 이 정권 끝날 때면 환갑 쟁이 아냐? 젊은 시늉들 그만 좀 하지. 지들 나이도 꼰대 문턱이면서...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9-12 09:31   |  수정일 : 2018-09-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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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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