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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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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과 키워드

글 |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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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최고 권력자 곁에는 늘 2인자가 존재했다. 대통령이 절대권력을 가진 한국 정치 현실에서 역대 모든 정권에는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서 막후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실세가 존재했다. 주로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적 동지나 친인척, 가신그룹 등이 이런 역할을 했다"(조선일보, 2018.01.20.).

   복심(腹心). 마음속 깊은 곳, 또는 그곳에 품고 있는 심정이다. 누군가의 복심, 특히 권력자의 복심을 헤아리는 것은 곧 출세와 직결된다. 굳이 국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구멍가게 사장의 복심이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복심은 결국 상대방과 내가 의사소통(意思疏通), 즉 나와 상대방의 생각이나 뜻이 서로 정확하게 통했냐는 것이다.

   영어 교육에서도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의사소통이다. 서로 마주 보며 영어로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이나 목소리 등 여러 가지 정황이 정확한 의사소통에 도움된다. 그러나 글로 전달하는 문서는 글자를 두껍게 하거나, 글자를 크게 하거나, 색깔을 달리하는 등 나름 중요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쓴이가 어떤 것을 강조하는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영어시험에서 대의를 파악하는 문항 유형이나 세부 정보를 파악하는 문항 유형(내용 일치/불일치)에 출제되는 이유가 어렸을 때부터 정확한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주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상황은 모국어인 국어시험에서도 비슷해 보인다.

   키워드(keyword). 주된 생각이나 주제를 나타내는 핵심어다. 대통령 취임사나 연설문을 분석하며, 특정 단어가 많이 반복되었다고 키워드라고 한다. 보통은 말하는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을 반복해서 얘기함으로써 강조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번 반복하지 않고 임팩트 있게 전달할 때도 있다. 버락 오바마의 'Yes, we can'이 그 예다.

  글자를 크게 하거나 두껍게 하지 않고, 색깔을 달리하지 않는 등 별다른 표시가 없는 텍스트에서 키워드를 추출하는 건 상당한 내공을 요구한다. 많이 읽고, 쓰고, 인생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관련 특정 분야의 경험이 있다면 더 유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누구나 한글로 쓰인 물리학 논문을 쉽게 읽고 이해하는 건 아니지 않나.

   2017년 11월 8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연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이하, '트럼프 국회 연설문')도 비슷하다. 보통 대통령 연설문은 고도로 계산된 표현을 사용한다. 은유와 수사는 기본이다. 트럼프 국회 연설문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나? 정치적인 은유와 수사가 익숙지 않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달하고자 하는 키워드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통계 방법을 써서 단초는 찾을 수 있다. 트럼프 국회 연설문은 총 3,471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두 번 겹치지 않은 단어가 1,123개이니, 전체 단어 수를 고려하면 난이도 측면에서 평이한 수준이다. 통계 방법으로 키니스(keyness)에 근거한 상위 20위 키워드를 추출하니, 순위가 아래와 같다.
 
순위
빈도수
키니스(Keyness)
키워드
1
36
375.031
Korea
2
33
367.096
Korean
3
34
179.220
North
4
17
131.822
regime
5
10
101.236
peninsula
6
13
89.626
nations
7
18
71.446
South
8
25
58.108
our
9
5
56.809
Koreans
10
9
53.339
nation
11
27
52.594
your
12
6
52.299
destiny
13
5
47.671
dictatorship
14
8
46.807
republic
15
24
43.761
people
16
9
42.830
nuclear
17
11
40.944
states
18
11
39.872
united
19
6
34.981
citizens
20
3
34.840
honor

  물론 통계적인 결과를 맹신하는 건 곤란하다. 기계적인 계산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키워드 목록이 정말 트럼프 국회 연설의 키워드인지는 추출된 키워드의 앞뒤 문맥을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키워드를 찾기보다는 뭔가를 중심으로 더 집중해서 살펴봐야 할 것들이 있는 건 트럼프 국회 연설문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전에 필자가 매일경제에 쓴 칼럼을 네이버 요약봇이 요약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필자 칼럼을 자동 요약 기술을 이용해서 3문장으로 줄였다. 네이버는 요약봇이 불러일으킨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현재 칼럼이나 사설 등 오피니언 기사는 자동 요약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약봇이 요약한 필자의 칼럼을 보면서 저것이 과연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였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젠 인공지능도 복심(腹心)을 찾는 세상인가 보다.

29 January 2018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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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1-29 09:44   |  수정일 : 2018-02-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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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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