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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명문, 드레퓌스 대위 재심탄원서 ‘나는 고발한다’ 120주년

글 | 조성관 주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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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르(여명)》(L’Aurore)지 1898년 1월 13일자에 실린 에밀 졸라의 공개서한

나이 쉰여덟. 작가로서 그는 모든 것을 이룬 상황이었다. 지구상 모든 전업작가의 꿈인 인세수입만으로 그는 중상류 생활을 구가하고 있었다. 파리 근교에 근사한 별장도 있었다.
   
   고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그가 극빈자 생활을 전전하다 출판사 직원을 거쳐 전업작가의 길로 뛰어든 게 스물여섯. 1877년 ‘루콩마카르 총서’ 7권째 소설인 ‘목로주점’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그는 비로소 돈걱정에서 해방되었다. 나이 서른일곱.
   
   그는 정진(精進)했다. 총서 20권을 쓰겠다는 약속대로 그는 매년 한 권씩 소설을 발표했다.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 등이 잇따라 히트를 쳤다. 인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888년에는 프랑스 국가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의 수상자가 되었다. 같은해 평생의 취미가 되는 사진에 입문하기도 했다. 1891년에는 프랑스 작가협회장에 선출되었다.
   
   1893년 총서의 제20권이자 마지막권인 ‘의사 파스칼’이 출간되었다. 제1권을 시작한 지 22년 만에 대장정을 완성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불로뉴숲에 모여 필생의 업(業)을 이룬 작가에게 축하연을 열어주었다. 1897년에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학술원) 회원으로까지 선출된다. 명예와 부(富)를 모두 다 거머쥔 상태였다. 소설가 에밀 졸라(1840~1902) 이야기다.
   
   그런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 13일 파리 일간신문 로로르(L’AURORE)에 기고를 했다. 클레망소 편집국장은 제목을 ‘나는 고발한다(J’Acccuse)’로 뽑았다. 부제(副題)는 ‘공화국의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독일군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간첩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無罪)라는 주장이었다. ‘나는 고발한다’는 유대계 드레퓌스 대위에 대한 재심 탄원서였다. 당시 드레퓌스 대위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의 섬’에 복역 중이었다.
   
   프랑스가 발칵 뒤집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박탈했다. 국방장관은 에밀 졸라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고, 권력층은 사법부를 조종해 ‘졸라 죽이기’에 나섰다. 군사법정은 졸라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럴수록 재심 탄원서 서명자는 늘어났다. 군사법정은 재심 법정을 열어 드레퓌스에게 원심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 재심 결과는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더 이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정권은 드레퓌스 대위에 대해 사면을 단행한다.
   
   드레퓌스 대위를 국가 반역죄로 몰고간 것은 반(反)유대주의 권력층의 작품이었다. 군부(軍部)·정부·귀족사회가 주류를 이뤘다. 여기에 신문들이 합세해 엉터리 허위보도를 쏟아냈다. 반유대주의 마녀사냥이 프랑스 사회를 휩쓸었다. 기자들은 사실을 외면하고 거짓의 편에 섰다. 드레퓌스의 간첩혐의는 명백한 증거가 하나도 없었지만 군사법정은 진실에 눈을 감았다.
   
   에밀 졸라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사태를 파악했다. 그러다 사건의 진실에 눈을 뜨게 되었고 증거들을 수집해 나갔다. 마침내 1898년 1월 13일 ‘나는 고발한다’를 기고한다. 에밀 졸라는 진실을 밝히려 58년 인생을 걸었다. 6년간 칠흑의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이 햇빛을 보았다.
   
   1월 13일은 ‘나는 고발한다’라는 세기의 명문(名文)이 탄생한 지 1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책 한 권 읽지 않은 농사꾼이 진실을 말할 때가 많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실과 거짓의 대결장이 되어가고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1-11 13:12   |  수정일 : 2018-01-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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