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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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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박정희

글 | 조성관 주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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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대체로 전두환 정권에 깊은 반감이 있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친구들이 강제징집당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전두환 정권에 적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리영희의 책과 대자보의 영향으로 ‘매판자본’ 운운하며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사회에 진출한 이들이 넥타이 차림으로 거리로 뛰쳐나가 스크럼을 짠 게 1987년 6월항쟁이었다. 이른바 386세대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나는 한동안 민주화 진영에 심정적 지지를 보냈다.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는 박정희를 새롭게 볼 안목과 식견이 없었던 탓이다. 무엇보다 국가발전 단계에서 산업화가 갖는 엄중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 현대사를 보는 안목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이룬 계기는 1994년의 캐나다 연수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연수특파원 자격으로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렸다. 캐나다는 인종의 모자이크로 불린다. 그중 토론토는 150개 인종이 모여 나름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살아간다. 일본·중국·대만·독일 출신 등을 제외하고 기억나는 대로 언급하면 이렇다.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펀자브, 이란, 아프가니스탄(이상 아시아), 베냉, 나이지리아(이상 아프리카), 브라질, 가이아나, 자메이카(이상 남미), 터키, 그리스,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이상 유럽).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외국에서 보는 한국과, 한국에서 보는 한국의 간극이 크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조국이 가난하고 정치가 불안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부러워했다. 그들은 한국이 88서울올림픽을 개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겪은 전란·혁명·쿠데타·독재가 결코 한국만 겪어온 것이 아닌, 후진국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에 눈을 떴다. 2차대전 후 독립한 국가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1990년대 들어서도 이들 국가들은 여전히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1961년 1인당 GNP 82달러이던 세계 최빈국이 박정희 시대 18년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국가로 태어났다.
   
   한동안 언론에서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등가(等價)로 놓고 평가하곤 했다. 나도 이에 동의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생각에 변화가 일어났다. 경제적 토대 위에서만 민주정치도 문화예술도 꽃을 피운다는 이치를 터득했다. 먹고살기 급급하면 정치도, 복지도, 인권도, 예술도 다 허망한 이야기다. 1960년대 아시아의 부국이었던 필리핀과 미얀마를 보라. 역시 1960년대 강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지금 어떤가.
   
   대학 대신 사회에 나가 현실과 부닥친 사람들은 일찍부터 박정희를 평가했다. 또 대기업에 들어가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한 사람들은 더 일찍 박정희를 달리 봤다. 좋은 대학을 다녔다는, 책 좀 읽었다는, 소위 먹물들이 박정희 평가에 가장 인색했다. 유신 시절인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다. 당시 야당 인사들 중에 중화학공업이 왜 중요한지를 알았던 사람은 몇이나 될까.
   
   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이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축복이다. 마오쩌둥이 극좌사회주의운동인 문화대혁명으로 중국 대륙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을 때 박정희는 정주영·이병철과 손을 잡고 경제개발계획을 하나씩 실천해나갔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커버스토리로 올린 이유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1-15 08:34   |  수정일 : 2017-11-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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