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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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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 참여기, 탄핵 인용되면 더 커질 것

“아,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세종로에 휴전선을 닮은 대치선이 형성되었다. 경찰은 세종로 4거리와 한국프레스센터 사이를 비무장 지대로 설정, 양쪽을 차단하였다. 묘하게도 남북 대결이었다. 세종로 4거리 북쪽 광화문광장에선 촛불 시위대가 사드 배치 반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외치고 있었다. 한국프레스센터 남쪽 태극기 집회장에선 사드 배치 반대자들을 반역자로 규탄하였다

글 | 조갑제(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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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1일 열린 태극기 집회 때에는 참여자들이 서울시청광장에서부터 남영동에 이르는 도로를 가득 메웠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첫인상은 사람들의 인상이 밝다는 점이다. 이들을 거리로 끌어낸 시국(時局)은 갑갑한데 표정은 왜 다른가? 행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익(私益)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이다. 그 다른 사람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이다(박 대통령은 싫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 나온다는 이들도 많다). 자신이 아닌 이웃을 위하여 행동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런 행동은 정신건강에 좋다. 월남전의 승장(勝將)인 보 응우옌 지압 장군을 생전(生前)에 만났는데 그는 건강 비결로 두 가지를 들었다. 매일 맨손체조를 하는 것, 그리고 늘 남을 생각하는 것.
 
  나는 지난해 12월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석, 연설도 하고 행진도 한다. 전국을 돌아다닌다. 기분이 좋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환호하는 대군중을 내려다보면서 연설하는 기분은 끝내준다. 나는 태극기 집회에서 유행하는 구호를 세 개 만들었다.
 
  “(태극기로) 뭉치자, (조직으로) 싸우자, (헌법으로) 이기자!”
 
  “대한민국 좋은 나라, 김정은은 나쁜 놈, 편드는 자는 더 나쁜 놈, 미국은 영원한 친구!”
 
  “촛불로 망치는 나라, 태극기로 살리자!”
 
  태극기 집회가 규탄장의 성격이지만 유쾌한 가장 큰 이유는 태극기이다. 영하 10도의 눈 내리는 대한문 앞의 밤에 수만 명 군중이 함성을 지르면서 흔드는 태극기 물결을 마주하면서 연설하는 것은 황홀한 체험이었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아, 지금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구나”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태극기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한다.
 
  태극기를 들었다는 자신감이 집회 분위기를 휩싼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태극기는 내려질 수 없습니다. 진실, 정의, 자유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성조기나 삼색기와 통하는 세계의 깃발입니다. 태극기를 든 우리는 애국시민일 뿐 아니라 세계시민입니다. 우리가 최고입니다.”
 
 
  “아,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태극기 시위의 분위기는 어느 도시든 어머니와 아줌마들이 주도한다. 왜 태극기 집회에 여성 참여자들이 많은지는 연구 대상이 될 것 같다. 여성 대통령이 언론, 검찰, 정당으로부터 너무 당하는 데 대한 직감적(直感的)인 동정심이나 모성애(母性愛)일지 모르겠다. 집회장을 울리는 여성 특유의 청아하고 날카로운 목소리, 행진곡이나 군가에 맞춘 적극적인 몸놀림, 그리고 먹을 것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나눠준다. 사탕, 커피, 피로회복제를 매는 가방에 넣고 다닌다. 나라사랑이 자연스럽게 부(富)의 공유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이 유쾌한 또 다른 이유는 분노의 동지적 공유(共有)일 것이다. 가장 큰 분노는 언론으로 향한다. ‘기획폭로, 마녀사냥, 인민재판, 촛불선동, 졸속탄핵’으로 이어진 과정에서 언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하여 ‘언론의 난(亂)’이라 한다.
 
  여기에 대응하여 ‘국민각성, 국민행동, 국민저항’으로 나타난 것이 태극기 집회이다. 문명국가에선 보기 힘든 ‘대(對)언론저항운동’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 언론의 선동에 대한 저항,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한 덩어리로 만드는 태극기 집회는 “아,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현장감을 준다.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쓴 회고록(퓰리처상 받음)이 있다. 제목이 《만들어지는 현재(Present at the Creation)》인데 태극기 집회는 ‘만들어지는 역사(History at the Creation)’쯤 되지 않을까?
 
 
  한국 정치의 역학(力學)공식을 바꿀 것
 
대령연합회·국민행동본부를 이끈 서정갑 예비역 육군 대령.
  태극기 집회는 한국 정치의 역학(力學)공식을 항구적으로 바꿀 것이다. 나는 보수(保守)와 우파(右派)를 구별하여 쓴다. ‘이념 무장이 되어 행동하는 보수’를 ‘우파’라고 부른다. 한국 보수의 우파화(右派化)는 2003년 3월 1일의 ‘반핵반김(反核反金) 국민대회’가 서울시청광장에서 대군중을 모은 것이 중요한 계기였다. 개신교(改新敎)와 안보단체가 좌파 정권의 연속 등장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일반 시민들이 호응하였다. 그 직후 서정갑(예비역 육군 대령) 회장이 이끄는 육해공군해병대예비역대령연합회를 모체(母體)로 한 국민행동본부가 등장, 직설적인 의견 광고와 거리투쟁을 통하여 친북(親北) 세력에 대한 이념투쟁을 선도(先導)하면서 ‘아스팔트 우파’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침묵하는 다수는 필요 없다. 행동하는 다수라야 역사를 바꾼다” “사랑은 지갑과 손발로 표현됩니다”라는 구호는 일반 시민들의 후원금에 의존하는 독립적 우파 단체를 탄생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우파 운동을 높게 평가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양갑(兩甲·필자와 서정갑 회장)’을 들었다.
 
  이번 태극기 집회는 규모와 성격 면에서 과거의 우파 운동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90% 이상이 자발적 참여자들이다. 박사모를 핵심으로 하는 탄기국,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 입장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2016년 11월 초부터 시위를 주도하면서 커지게 되었는데 12월 9일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 직후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연말부터는 촛불 시위를 누르기 시작하였다.
 
  기독교인들과 여성 참여자들이 대거 모여들면서 과거 우파 집회와는 다른 활력을 갖게 되었다. 태극기 집회가 커지는 데 위기감을 느낀 야당과 좌파 세력은 2월 11일 문재인 전 대표의 지휘하에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이에 자극을 받은 우파가 더 큰 태극기 집회를 만들었다.
 
  나는 “촛불 집회를 주도하는 민노총은 60만,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1500만이다. 결국은 태극기가 이긴다”고 말하곤 한다. 잠재적 동원력에서 우파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태극기 집회가 만들어 낸 가장 큰 정치적 동력(動力)은 “우파도 거리와 광장에서 좌파와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파산한 상태에서 한국의 우파 정통성은 태극기 집회로 넘어온 셈이다. 이를 감당할 정치력을 만들어 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침묵하던 다수가 자발적 행동으로 체득(體得)한 자신감을 잘 키워가면 한국 보수 정치의 생리를 바꿀 것이다.
 
 
  탄핵 인용되면 더 커질 것
 
2월 11일 열린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필자를 둘러싸고 반가워했다.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념 무장의 취약성과 이로 인한 대중 동원력의 허약이었다. 여의도에 갇힌 정당이고 웰빙정당이었다. “굶주린 늑대에게 뜯어 먹히는 살찐 돼지”와도 같았다. 태극기 집회는 보수도 행동을 하면 사나운 우파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중 동원력이 약한 보수정당은 좌경화된 언론과 사나운 좌파 세력에 눌려 원내(院內) 다수당의 이점(利點)을 살리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지도 못하고, 좌편향 국사 교과서 개혁도 지켜내지 못하였다. 광화문에 이승만(李承晩) 건국 대통령 동상도 세우지 못한다(좌파정당은 김대중, 노무현 사진을 거는데 보수정당은 이승만, 박정희 사진을 걸지 못한다). 보수정당이 지켜주지 못하니 군대도 언론과 좌파 세력의 동네북 신세가 되기도 한다. 태극기 집회는 이런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투쟁력을 키워갈 것이다.
 
  태극기 집회는 박 대통령 탄핵 기각(棄却)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집회 규모가 촛불을 압도해야 헌법재판관들이 안심하고 법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어서 이렇게 외친다.
 
  “촛불에 겁먹지 마라, 태극기가 있다!”
 
  탄핵 소추가 워낙 졸속으로 이뤄졌고 소추장은 검찰 기소장의 복사물 수준이라 법대로 하면 기각이 정답이란 것이다.
 
  기각이든 인용(認容)에 의한 파면이든 태극기 집회는 이어질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어느 쪽이든 집회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태극기 집회를 키우는 자극은 외부로부터 온다. 언론과 검찰(특검)의 인민재판식 박 대통령 때리기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은 헌재가 파면을 선고할 경우 폭발할 것이다. 행동도 강경해질 것이다.
 
  좌파는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정권 쟁취의 계기로 활용함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70년의 주류세력을 헌법파괴 세력으로 몰아 역사적으로 청산하려 할 것이다. 친일(親日) 마녀사냥식의 보수사냥은 반공자유민주주의라는 국체(國體)의 변경 시도로 이어지고 이는 태극기 세력으로 하여금 국민저항권 차원의 행동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60일 대선(大選)과 맞물릴 때 선거판은 체제대결의 살벌한 게임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을 요구받을 것이다. 역사의 죄인으로 몰락할 것인가, 태극기 집회와 연계하여 구국의 잔 다르크 역을 맡을 것인가?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태극기 세력은 시간을 벌게 되고 그 기간에 정치 세력화와 우파 후보 옹립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태극기 세력의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다.
 
 
  분진합격(分進合擊)
 
  태극기 집회에서는 이승만의 귀국일성(歸國一聲)이 자주 구호로 제창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엔 한국인의 민족성을 간파한 건국 지도자의 간단명료한 행동지침이 들어 있다. 국내 조직 기반이 약했던 이승만이지만 세계정세와 공산주의의 본질을 통찰한 바탕에서 모스크바 3상 회의의 신탁통치 결정을 기회로 삼아 우파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다. 공산주의자들을 스탈린의 앞잡이, 즉 매국노로 규정, 고립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건국을 이루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국적 공산주의자는 안 된다”고 했다. 전향한 공산주의자 조봉암(曺奉巖)을 농림부 장관으로 발탁, 농지개혁에 써먹다가 1956년 대선(大選)에서 위험한 도전자로 등장하자 진보당 사건을 일으켜 처형하였다. 그는 ‘민주주의의 경험이 짧아 분별력이 약한 유권자는 진보당 같은 용공 세력의 선동에 속아 선거를 통하여 정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걱정으로 후환(後患)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수년 전 재심에서 조봉암은 무죄를 받았지만 휴전 직후에 진보당과 같은 이념 정당이 과연 반공국가에서 용인될 수 있었는가에 따른 다른 관점의 검토가 필요하다).
 
  나는 평소 “우파는 분열로 망하고 좌파는 자충수(自充手)로 망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태극기 집회에서도 “이승만식 대동단결, 이순신식 백의종군, 서경석식 분진합격(分進合擊)”을 우파의 행동윤리로 강조한다.
 
  서경석 목사가 이끄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대한문 앞에서 탄기국이 집회를 하는 같은 시각에 청계천 《동아일보》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연다. 그는 집회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박근혜 지지자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은 싫지만 대한민국은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도 함께 모여 있습니다. 서로 비방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 대한민국 세력이니까요. 그래야 커집니다. 그리고 오후 4시에 집회가 끝나면 모두 대한문으로 옮겨서 합류합시다.”
 
  우파와 태극기 세력의 미래와 성패(成敗)는 분진합격의 지혜와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는 상호 비방을 자제하면서 공동 목표를 정하여 각자의 길을 가다가(分進), 결정적인 공격의 타이밍에 힘을 합치는 것(合擊)이다. 우파는 잘난 사람들이 많아 단일대오로 묶기가 어렵다. 우파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좋은 무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이 소리 저 소리 하면 막기 어렵다는 뜻인데 이를 전략화하면 분진합격이 되는 것이다. 우파의 가장 큰 힘은 다양성에 기초한 자발성인데 이를 어떻게 조직화하는가에 고민이 있다. 이승만이 살아 있다면 “김정은 세력만 아니면 다 우리 편이다”고 했을 것이다.
 
 
  뉴미디어 혁명
 
작년 12월 31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소리 높여 ‘탄핵무효’를 외쳤다.
  태극기 집회는 혁명적 성격을 띠고 있다. 올드 미디어에 대한 뉴미디어의 도전이다. 한국 언론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포기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일치단결함으로써 공범(共犯) 집단이 되었다. 언론의 존재 이유인 상호 비판, 소수 의견 존중, 권력(검찰, 법원, 국회 등) 비판이 실종되었다. 언론이 견제가 통하지 않는 종합권력으로 변하여 박 대통령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봉쇄된 가운데서 태극기 집회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그것은 SNS(인터넷, 휴대전화, 유튜브 등)를 활용한 뉴미디어 덕분이었다. 나는 연설 때 가끔 이벤트를 만든다.
 
  “여러분 우리는 두 개의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한 손엔 태극기, 즉 헌법의 무기입니다. 또 다른 무기가 있어요. 권총처럼 차고 다니는 무기 있잖아요. 예, 핸드건 말고 휴대폰을 꺼내세요. 그리고 인증샷을 찍고, 보냅시다. 다음번 집회엔 열 명씩 데리고 나옵시다. 우리가 모두 언론기관입니다.”
 
  박 대통령이 설날을 앞두고 정규재TV와 인터뷰한 것도 뉴미디어 혁명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신의 한수, SNS 애국TV, 참깨방송 등 많은 유튜브 방송이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한다. 내가 청계천에서 한 연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1주 만에 12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하였다. 유튜브와 트윗, 페이스북과 카톡을 통하여 중구난방식으로 쏟아내는 정보가 올드 미디어의 독점 구조를 깨고 대안적(代案的) 진실을 전파, 태극기 집회를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트럼프의 승리와 비슷한 현상이다.
 
  지난 12, 1월엔 태극기 집회가 매주 기록 경신을 하면서 대군중을 모았지만 종이신문은 월요일 자에 한 줄의 기사와 한 장의 사진도 싣지 않았다(촛불 시위는 적은 참가자인데도 친절하게 소개). 태극기 집회에 대한 언론 탄압이었다. 태극기 시위대는 이에 안 보기 운동(신문 안 보기 및 채널 돌리기)으로 대응하였다.
 
  미디어워치(변희재)의 jtbc 태블릿PC 조작 의혹 보도와 조갑제닷컴에 실린 우종창(禹鍾昌) 기자의 ‘고영태 관련 녹취록’ 특종은 올드 미디어가 묵살한 정보를 파헤쳐 최순실 사건의 성격을 재구성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나는 평소에도 언론의 문제는 언론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론의 난은 양심 있는 언론인에 의하여 진압되어야 한다”고 연설하기도 한다.
 
  “언론의 난을 일으킨 기자들은 선배 기자들이 권력과 맞서서 쟁취한 언론의 자유를 공짜로 쓰면서 이를 남용, 스스로 선동꾼이 되거나 선동꾼들에게 상납하고 있다.”
 
 
  거제도에서 온 SOS
 
지난 1월 26일 대구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한 할머니가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2월 2일 부산 서면 태화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가서 연설을 한 뒤 내려오니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나를 붙들었다.
 
  “저의 아들이 해군에서 근무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목함지뢰 사건 때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자랑스러웠는데 저렇게 당하는 것을 보니 속에 열불이 나서 집구석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매주 서울로 올라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거제에서도 한 번 하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2월 4일 청계천 집회장으로 나가는데 휴대전화로 이런 메시지가 들어왔다.
 
  〈내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경남 거제시 고현 사거리에서 탄핵무효, 종북척결, 특검해체를 부르짖는 애국 태극기 집회를 개최합니다. 대한민국을 살리고 지키고자 일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거제는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하여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언니, 형님, 누나, 아우님들 도와주십시오. 행동하지 않은 결과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찾아와 주세요. 박순옥 드림.〉
 
  나는 이 메시지를 조갑제닷컴에 기사로 올리고 트윗으로 돌렸다. 집회에 나가서는 박순옥씨의 호소를 낭독하였다. “행동하지 않은 결과는 반드시 돌아옵니다”라는 말을 강조하였다. 전화번호도 알렸다. 이틀 뒤 이런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들어왔다.
 
  〈전국에 계신 애국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 인사 전합니다.
 
  여러분께서 많이 동참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으로 악질 강성 노조들의 소굴인 거제도에서, 그것도 거제도 생긴 이래 처음으로 ‘애국 집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부산, 양산, 대구, 진주, 고성, 통영, 창원 등지에서 대절 버스로 지원 오셨습니다. 또 조갑제닷컴에 소개된 글과 조갑제 선생님께서 강연 때 소개한 내용을 보고 100여 통이 넘는 응원의 메시지와 이국(異國)에서까지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내 나라 살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입니다. 반드시 태극기의 물결이 승리할 것입니다! 많은 응원 중에서 대표로 소개 하나 올리겠습니다. 캐나다 한인 대표님이 직접 국제전화로 주신 응원입니다. 연세는 있는 듯했지만 진한 감동이 계속 올라오기에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정말 장하고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당신 가족들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꼭 가족들께 전하십시오. 나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시는데 뜨거움이 올라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이 애국운동이 자랑스럽기를, 그런 날이 봄과 함께 꼭 오리라 믿습니다.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신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세종로의 남북대결
 
  드라마를 만들어 가고 있는 태극기 집회에 끝이 있을까?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가 광장에서 맞서는 모습은 한국이 감추어온 내전적(內戰的) 구도의 적나라한 표현이다. 2월 11일 세종로엔 휴전선을 닮은 대치선이 형성되었다. 경찰은 세종로 4거리와 한국프레스센터 사이를 비무장 지대로 설정, 양쪽을 차단하였다. 묘하게도 남북대결이었다. 세종로 4거리 북쪽 광화문광장에선 촛불 시위대가 사드 배치 반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외치고 있었다. 한국프레스센터 남쪽 태극기 집회장에선 사드 배치 반대자들을 반역자로 규탄하였다. 안보관과 역사관을 핵심으로 하는 이념의 차이가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간극(間隙)을 보였다.
 
  3~4월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그 뒤의 선거로 가는 길에서 태극기와 촛불은 지금보다 더 살벌하게 격돌할 것이다. 태극기와 촛불 사이에 비무장 지대는 있을 수 있지만 공존과 타협의 제3지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것이 반기문(潘基文) 사퇴였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큰 정치적 사건은 결국 남북한 대결 구도로 수렴된다. 세종로의 남북대결은 한반도 남북대결의 복사판이란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되고 60일 내 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태극기 집회는 저항 세력의 강력한 진지(陣地) 역할을 할 것이다. 좌파 정권의 등장은 좌파가 이미 주도권을 잡은 문화예술계, 언론계, 국회, 서울시의 권력에 중앙권력이 더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를 믿고 안으로는 반공자유민주주의의 국체를 변경하고, 밖으로는 한미일(韓美日) 동맹체제에서 이탈, 친중·친북화(親中·親北化)하려고 할 때 태극기 세력은 국민 저항권을 행사하는 자유투사들의 보루가 될 것이다.
 
  국체 변경과 동맹 교체(交替) 시도는 필연적으로 사회불안과 경제불황을 부를 것이고 좌우대결은 피를 보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극기 세력은 정권의 탄압에 직면하면 국민 저항권 행사를 선언하고 헌법 제5조에 의한 국군의 출동(체제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리아식 내전으로 가든지 터키식 전군(全軍) 출동에 의한 국기(國基) 수호로 가는 길이 열릴지 모른다. 한국은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나라일 뿐 아니라, 민중혁명, 내전, 쿠데타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나라라는 것을 태극기와 촛불의 대결이 잘 보여준다. 민주국가의 장점은 문제를 노출시켜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다. 남북한의 이념대결과 연계된 남한 내 좌우대결 문제를 피를 흘리지 않고 해결할 정도의 능력이 있는 나라인가, 한국은 시험대에 올랐다.
 
  언론은 ‘촛불 대(對) 태극기’로 표기한다. 촛불을 태극기에 우선시키는 것은 ‘북남(北南)’식 표기이고, 국기에 대한 모독이다. 촛불 시위대는 태극기를 들 마음이 없는 세력이다. 태극기와 촛불 대결에선 태극기가 이겨야 하고 국가와 국민들은 그렇게 되도록 도와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태극기 세력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월간조선 2017년 3월호 / 글=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3-17 09:39   |  수정일 : 2017-03-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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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1945년 10월 일본에서 났다가 이듬해 고향인 경북 청송으로 돌아왔다.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수산대학(현재의 釜慶大)에 들어가 2학년을 마친 뒤 군에 입대, 제대 후 1971년 부산의 국제신보 수습기자로 입사해 언론생활을 시작했다.
문화부,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경찰, 공해, 석유분야를 다루었는데 1974년 중금속 오염에 대한 추적 보도로 제7회 한국기자상(취재보도부문·한국기자협회 제정)을 받았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현장 취재를 했다. 1980년 6월 신문사를 그만둔 뒤 월간잡지 <마당> 편집장을 거쳐 1983년 조선일보에 입사, <月刊朝鮮> 편집장으로 일했다.
저자가 <月刊朝鮮> 편집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月刊朝鮮>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보도로 1994년 관훈언론상(관훈클럽 제정)을 수상했고 ‘6·29 선언의 진실’ ‘12·12 사건-장군들의 육성 녹음 테이프’ 등 많은 특종을 했다. 1996년부터 1년 간 국제 중견 언론인 연수기관인 하버드대학 부설 니만재단에서 연수를 했다. 2001년 <月刊朝鮮>이 조선일보사에서 分社하면서 (주)月刊朝鮮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금은 <조갑제닷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석유사정 훤히 압시다》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 《有故》 《국가안전기획부》 《軍部》 《이제 우리도 무기를 들자》 《朴正熙 傳記》(全13권)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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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 2017-03-17 )  답글보이기 찬성 : 7 반대 : 23
탄핵인용되면 더 커진다고? 인용되고 쑥 들어갔는데? 어이 조영감님...국민의 90%가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과 원로 정치인들이 다 탄핵에 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한줌도 안 되는 무지몽매한 노인들의 아우성을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나...당신은 지방대 나와서 월간지에서 놀아서 우리사회 최고엘리트들인 서울법대 나온 헌법재판관들의 머리를 이해하지 못할거야...수준 차이가 너무 나서...그 분들 김이수 재판관 빼고 다 보수고 통합진보당도 해산한 분들이다..그런 보수인사들도 박근혜는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쫓아내는데...아직도 박근혜 운운하는 건 치매걸린 극우광신도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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