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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이유 없이 좋은 음악,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음악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아리아’- G선상의 아리아

글 |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9-02 18:24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인데,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저만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나요? 이번 달도 이렇게 훌쩍 지났네요. 2019라는 숫자가 아주 낯설었는데 벌써 4분의 3이 지나다니... 순간을 잘 살아야 평생을 잘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차분히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이유 없이 듣고만 있어도 좋은 음악이 있습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아리아’인데 짧게는 'G선상의 아리아'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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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이미지_위키백과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면 연주하게 되는 하얀 색 책 바하! 바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하라고 많이 불렀는데요, 좀 더 정확한 발음을 한다면 바흐가 맞습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사람은 독일 사람입니다. 1685년 아이제나흐라는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1750년 죽을 때까지 그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았습니다. 정말 성실한 기독교인이자 교회 음악가로 활동했었죠. 바흐는 서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데요,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서양음악의 기틀을 확립하고 모든 바로크 시대를 총정리해서 집대성한 그의 업적을 기억해본다면 그는 정말 음악의 아버지답습니다. 저는 바흐를 가장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이 곡은 글로 설명하거나 말로 들려주기 보다는 음악 그 본연으로 많은 느낌을 전달합니다. 사실 이 글을 읽기 전에 음악을 먼저 들어봐도 좋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정답은 없어요,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요... 그냥 자기 느낌 가는대로 느껴보는 거죠. 물론 작곡가가 의도하는 바를 더 깊이 새기면서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주자가 아니고 청자의 입장에선 의도 파악은 그렇게 큰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곡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자면 이 곡은 원래 관현악 모음곡으로 작곡됐습니다. 바흐가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1600년~1750년 경)에는 모음곡이라고 하는 음악 장르가 유행이었는데요,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는 관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춤곡을 모은 겁니다. 그래서 모음곡, 조곡, 원어로는 suite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G 선상의 아리아’는 그 모음곡 3번( J. S. Bach, Orchestral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II. Air ‘Air on the G String’) 중에서 ‘아리아’한 곡만 발췌를 해서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미(1845∼1900)가 1871년에 바이올린의 G선 위에서 연주를 할 수 있게 편곡한 것으로 원어로는 Aria on G string 라고 표현합니다.
 
편하게 G선상의 아리아라고 불리다보니 이 곡에 얽힌 웃지 못 할 일화도 많아요. 어느 날 저희 남편이 고백을 하더라고요. 자기는 이 곡을 지 씨 성을 가진 한국인 선장이 부르는 아리안줄 알았답니다. 영어의 G와 한국 발음 ‘지’를 혼동한 거죠. 연애할 땐 굉장히 교양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나서보니 완전히 클래식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처음엔 이렇게 문외한이던 남편이 지금은 음악을 아주 사랑합니다. 음악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었어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가을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처럼 잠시 쉼을 선물합니다. 저는 주로 새벽에 혼자 오롯이 조용히 이 음악을 집중해서 듣습니다. 바흐는 제게 스쳐 지나가는 배경음악으로 들을 수 없는 어떤 신성함이 있어요. 어떤 날은 혼자 2시간째 멍하니 앉아, 이 음악만 듣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작 일찍 일어나 하려고 했던 일을 하나도 못한 채 동이 트는 것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새벽에 바흐를 들으면 왜 그렇게 얼음이 되는지…….
 
클래식은 다른 장르에 비해 곡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마 평생을 날마다 들어도 다 못 들을 겁니다. 아마 다 듣기 힘드니 골라 들으라고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시리즈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죽기 전에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듣다 죽더라도 오늘부터 열심히 더 들어야겠어요. 전 그 많은 곡들 중에 유난히 바흐를 좋아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굉장히 수학적이고, 성실하다는 느낌 때문일 겁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듯하면서도 결국은 감성을 자극해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킵니다. 마음의 동요와 함께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움직이고 싶지도, 뭘 하고 싶지도 않게 그저 조용히 눈감고 듣고만 싶게 만드는 바흐의 매력.
 
바흐는 평생 음악만을 위해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작품번호(BWV: 바흐의 작품번호를 뜻하는 이니셜, Bach Werke Verzechnis 의 앞자) 붙은 것만 1080곡. 누구는 65년 동안이나 살아서 그렇게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농담을 하지만, 누구나 65년을 산다 해서 그렇게 성실히 좋은 작품을 쓰진 못합니다. 이 관현악 모음곡은 번호가 1068이니 바흐 말기 작품입니다. 1730년경 바흐 나이 45살입니다. 어떻게 살면 나이 45살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신을 위한 음악가라지만 인간을 더 사랑한 음악가.

이렇게 인간들이 듣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바흐의 음악은 미국에서 보이저 우주선 1호를 발사할 때도 실어 보냈습니다. 오늘 저의 정신을 인터스텔라로 보내버린 바흐의 음악.
사실 제가 바흐를 듣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입니다.
이유 없이 좋습니다.
 
여러분께도 이런 제 마음이 음악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검색어 :바흐 지 선상의 아리아
original instruments 원전악기 연주 버전
 
2.관현악 모음곡 3번 전곡 <아리아는 10‘25~ > 연주- 무지카 안티카 쾰른
 
3. 연주 정경화, 케빈 커너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Diplom) 졸업
라이프치히국립음대 최고전문연주자과정(Konzertexamen) 졸업
· 다음 브런치 작가, 팟캐스트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 운영
· 저서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기행>
· 現 아트 앤 소울 예술강의기획 대표

등록일 : 2019-09-02 18:24   |  수정일 : 2019-09-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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