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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출 수가 없어요!

산만 한 란든의 어쩔 수 없는 산만한 이야기

아이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 산만하다.
아이들이 산만하게 보이는 것은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 때문이다.
덩치가 산만 하다고 더 산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3번 방의 란든은 호기심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남다른, 산만 한 덩치의 정말 산만한 아이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9-05 10:09

Calendar Time시간. 달력 공부시간이다. 3번 방 꼬마들이 카펫 위의 자기 자리에 앉았다. 오늘 날짜, 요일을 함께 확인한 뒤 3번 방 담임교사 Ms. K가 제일 바르게 앉아있던 말로의 이름을 불렀다. 말로는 신나게 앞으로 나가 학교에 온 날이 얼마나 되는지 세고 들어왔다. 옆에 있는 의자랑 카펫을 춤을 추는 몸짓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딴 세상에 가있던 란든은 말로가 날짜를 세고 자리에 앉는 것을 보더니 그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며 울부짖었다.
Oh~No!
 
종이만 있으면 숫자를 쓰는 란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학교에 다닌 날이 얼마나 되는지 세는 것인데 오늘 자기가 딴 짓을 하는 사이에 말로에게 차례가 돌아간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란든이 학교 다닌 날 세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두가 알지만 란든만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란든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어제 날짜를 셌고 오늘은 말로의 차례이며 날짜 세는 것도 친구와 나눠서 하는 것이라 달랬지만 란든은 더 크게 울부짖었다.
I dont want to share!
날짜 세는 것이 너무 좋은 6살 란든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난감도 아니고 숫자 세기를 친구와 나눠야 한다니 란든에게는 화가 북받칠만한 일이다. 그런 란든이 안타까우면서도 너무 우스워서 란든을 달래면서 속으로는 큭큭 웃음이 났다.
  
3번 방에서 가장 키가 크고 건장한 란든은 내가 스무 살 시절 가슴 두근거리며 보았던 Pretty Woman에 남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Richard Gere(리차드 기어)를 닮은 아주 잘생긴 6살 짜리 아이다. 학기 초 그 잘생긴 외모로 나를 놀라게 했던 란든은 며칠 후,  엽기적인 행동으로 나를 더 놀라게 했다. 얼굴은 리차드 기어인데 행동은 ‘짱구는 못 말려’에 나오는 짱구였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즐겨보는 ‘짱구는 못 말려’를 보면서  어린이 만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엽기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들에 뭔가가 불편했었는데 나중에 그 만화가 일본에서는 성인들이 보는 만화임을 알고 경악을 했던 적이 있다.
어느 날, 수업 중에 짱구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란든을 발견하고 ‘설마….’라고 넘긴 적이 있는데 Ms. K와 다른 보조교사들도 란든의 엽기적인 행각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갔고 덕분에 지금은 짱구가 아닌 남다르게 부산스럽고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리차드 기어로 돌아왔다.
 
란든은 1분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보통 아이들의 분주함과 비교할 수 없게 부산스럽고 산만한 란든은 걸어갈 때도 가만히 걷는 법이 없다. 걸어가면서도 손으로 벽이나 주변의 나무들을 건드려야 직성이 풀린다. 안되면 간식 가방으로 벽이라도 쳐야 속이 시원한 모양이다. 수업을 하다가도 뜬금없이 교실 앞이나 뒤로 가서 물건들을 건들며 돌아다니는 란든을 수시로 발견하게 된다.
 
  
“란든, Hands to yourself!
3번 방에서 란든이 교사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소리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니 주변의 친구들을 자꾸 건들게 되는데 너무 건장한 란든의 몸짓에 3번 방의 작은 아이들이 크게 한 방 맞는 사건들도 있었기 때문에 란든의 몸짓은 교사들에게 경계의 대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교사들이 붙들고 설명을 하고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는 듯하다. 란든의 큰 눈을 들여다보며 내가 심각하게 하는 말들이 란든의 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귀에 부딪혀 반사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다른 보조교사들도 맞장구를 쳤다.
자신들의 말이 란든의 머릿속에 스치기는커녕 튕겨져 나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눈은 나를 보고 있었지만 몸과 마음은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있는 란든을 붙들고 진지하게 주의를 주고 돌아서면 어느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는 란든을 보면 그 몸짓이 말하는 듯하다.
“선생님,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가만히 있는 것을 할 수가 없어요.
 
오늘도 책을 읽다가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교실의 칠판이며 전자레인지까지 만지며 부산스럽게 굴어서 결국 보물을 못 받게 된 란든을 데리고 좀 일찍 란든을 데리러 온 란든 엄마가 있는 사무실로 가면서 다시 주의를 주었다.
“란든,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건들지 말아야 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에도 벽을 치던 란든은 조금 참는 듯하더니 역시나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무실 매니저 책상을 두드리면서 엄마에게 달려갔다.
 
“란든, Hands to yourself!
란든 엄마가 철제 책상을 두드리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란든을 보자마자 날카롭게 지른 첫마디다.
 
불쌍한 란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란든, Hands to yourself!”를 듣는 데만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겠구나. 6시간 같이 있으면서도 “란든, Don't Touch. Hands to yourself!”라고 말하는 것에 멀미가 나는데
학교 간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 내내 아들에게 “란든, Hands to yourself!”라고 소리치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들과 씨름하는 란든 엄마는 어떨까 가늠이 갔다.
 
란든 엄마가 있어서 차마 소리는 못 내고 사무실 책상을 치지 말라고 속으로 외치던 나는
기다리던 아들을 보자마자 아마도 습관처럼 “란든, Hands to yourself!”라고 소리 지른 란든 엄마를 향해 좋은 하루 보내라며 인사를 했다. 고맙다는 인사와 미소를 남기고 아들이 또 이것저것 만질까 봐 란든의 팔목을 꼭 잡고 차로 걸어가는 란든 엄마와 엄마한테 팔목을 잡힌 채 다른 손으로 벽이라도 만지려는 란든의 뒷모습은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부산스러워도 정말 남다르게 부산스러운, 덩치가 자신만 한 아들들 키우면서 남보다 몇 배는 마음 졸이며 살 란든 엄마가 Hands to yourself!”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아들과 가벼운 걸음으로 손을 잡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것이 교실로 향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기도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9-05 10:09   |  수정일 : 2019-09-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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