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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5살짜리 영감님, 기저귀 갈러 갑시다

새로운 기저귀로 바꿔 차는 것이 신나는 다섯 살 꼬마 잼스의 이야기

이번에는 무슨 기저귀를 찰까 새로운 기저귀를 고르는 것이 신나는 다섯 살짜리 꼬마 잼스와
하루에 세 번 잼스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킥킥거리는 공원 씨의 기저귀 맞춤 서비스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9-04 16:55

아직까지 기저귀를 차고 학교에 오는 3번 방의 두 아이 중 하나인 잼스.
 
잼스는 하루에 세 번 씩 보건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나의 단골 고객이다. 잼스가 똥과 오줌을 못 가려서 기저귀를 차는 것은 아니다. 잼스는 배변 훈련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소변을 본 후에 스스로 뒤처리까지 잘하는 무척 깔끔한 아이다. 그런데 매일 복용하는 약 때문에 수시로 묽은 변이 새어 나와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기저귀에 변이 묻어있다.
 
자폐가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특정하게 정해진 것만 먹는 습관이 있다. 3번 방의 남다른 꼬마들도 자기만의 점심 메뉴를 가지고 있는데 잼스는 3번 방 남다른 꼬마들 중에서 입맛 까다롭기로 탑 3에 드는 아이다. 잼스가 유일하게 먹는 점심은 특정 회사의 블루베리 맛의 요구르트와 머핀 그리고 크래커와 우유가 전부이다. 간혹 블루베리 맛이 없어서 엄마가 같은 베리과의 딸기 맛이나 라즈베리 요구르트를 싸주면 안 먹는다.
 
까탈스러운 잼스가 예외를 허락할 때가 있는데 Finding Nemo(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Nemo(니모)가 그려진 요구르트인 경우에는 다른 맛이어도 참고 먹는다. 그것은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인 까칠한 잼스가 Nemo(니모)를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맛은 마음에 안 들지만 참고 한 숟가락 입에 넣은 뒤 빙그레 웃고 있는 오렌지 빛깔의 니모 얼굴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빙그레 웃는 잼스는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다 먹은 요구르트 통을 쓰레기통에 넣으려다가 니모 얼굴을 다시 한번 보며 "Nemo is smiling!" 말하는 잼스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큭큭 웃곤 한다.
 
3번 방에서 제일 키가 작은 삼총사 중 하나이기도 한 잼스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5살 짜리 아이가 아닌 50살 아니 60은 넘은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끔 점심시간에 요구르트나 우유를 먹고 난 후 잼스는 아주 진지하게 내 눈을 보며 이야기하곤 한다. "The yogurt is in my stomach now, because I ate it. (내가 요구르트를 먹었기 때문에 요구르트가 지금 내 뱃속에 있어요.)" 사소한 아이 같은 말인데 마치 대단한 과학이론을 풀어놓는 것처럼 너무 진지하게 말하니 나도 진지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별스럽지 않은 것들을 별스럽게 말하는 영감님 잼스다.
 
게다가 어찌나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모르는 것이 없는지 작은 말 실수라도 하면 그것을 지적하고 고쳐줘야 직성이 풀린다. 잼스의 두 번째 기쁨은 보건실 내에 있는 화장실 갈 때마다 Cars에 나오는 McQueen이나  Paw Patrol에 나오는 Chase와 Marshall이 그려진 팬티 기저귀(Pull-Ups) 중 하나 씩 골라 차는 것이다. 처음 잼스를 나의 기저귀 맞춤 서비스 고객으로 맞이하게 되었을 때,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바꾸자고 했더니 잼스는 아주 심각한 표정과 단호한 어조로 "They are not  diapers, pull-ups!"이라며 호통을 쳤다.

잼스 말로는 Diapers는 아기들이 차는 것이고 자신은 Big Boy라 Pull-ups를 찬단다.
나에게는 둘 다 기저귀인건 마찬가지이지만 5살임에도 기저귀를 차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기보다 팬티 기저귀를 차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나은 것 같아서  "You are a good big boy!"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직도 영어가 서툴고 발음이 어설픈 나는 화장실 안에서 잼스에게 발음 교정을 받기도 했다. 한 번은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갈아 주면서 내가 Marshall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자 자신을 따라 다시 말해보라며 계속 시켜서 마샬, 말샬, 마아샤알 혀가 꼬부라지도록 반복하기도 했다. 어쩌다가 정확한 발음이 나오자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Marshall이 그려진 팬티 기저귀로 바꿔주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잼스가 당당하게 말했다.
"That's it. Good Job."
쪼그리고 앉아 엉덩이를 닦아주고 기저귀를 가느라 이마에 땀이 나는데 발음 교정까지 시키는 5살 짜리 아이의 진지한 얼굴을 빤히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Thank you."
잼스의 동그란 눈을 보며 나도 진지하게 말하자 잼스는 아주 어른스러운 말투로 웃으며 대답했다.
"You're welcome."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킥킥 웃었다. 잼스가 점잖은 말투로 왜 웃냐고 묻기에 잼스가 너무 귀여워서 웃었다니까 미간 사이를 찌푸리며 말했다.
"Am I cute? No, I'm not a baby. I'm a big boy."
 
Big Boy도 귀여울 때가 있다는 내 말에 조그만 얼굴 가득 씩 웃으면서 잼스가 말했다.
"Oh, I'm a big boy, but I'm cute."
기저귀 주머니를 메고 교실을 향하는 잼스 뒤를 따라가며 5살 짜리 꼬마와 뭘 하는 것인가 싶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세 번 기저귀를 갈아주고 가끔 변을 보면 뒤처리를 해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머핀과 요구르트, 우유밖에 안 먹는 5살 아이의 변이 삼 년은 묵은 푸세식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보다 더 고약했기 때문이다. 변을 본 뒤처리를 도와줄 때는 숨을 참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기저귀 가방에서 이번에는 어떤 기저귀를 찰 것인지 진지하게 고르는 모습이나 기저귀를 바꿔주고 나면 기분이 좋아서 씩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잠깐의 고약한 냄새는 이해해 주기로 했다.
 
지적쟁이 잼스는 수업 중에도, 책을 읽다가도 툭하면 피곤하다면서 드러누워 버린다. 5살 꼬마가 툭하면 영감님처럼 "에구구구, 나 피곤 혀~"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데 하기 싫고 움직이기 귀찮아서 핑계를 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늘 약을 먹고 몸이 약하니까 집에서도 피곤하다면 가족들이 그냥 넘어가 주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매일 아침 3번 방 담임 Ms. K가 출석을 확인할 때 이름을 부르면 손을 들라고 하는데 가끔 손을 드는 것도 힘들다며 버틸 정도로 귀차니즘의 대가이다.
 
심지어 복도를 지나다 교장 선생님이 "Good Morning, Jame."하고 몇 번을 인사를 해도 귀찮으면 미간을 찌푸린 채 가만히 있는다. 민망해진 내가 인사를 하라고 속닥거리면 "No, I don't want to."라며 계속 제 갈 길을 간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웃으며 인사하는 게 미국 문화인데 먼저 인사해주는 교장선생님한테 "Good Morning." 인사하는 것조차도 귀찮아하는 잼스는 정말 까칠하고 대담한 용기 갑인 꼬마다.
 
잼스의 가장 큰 기쁨은 아침에 Treasure Box(보물 상자)에서 골라놓은 만화영화 캐릭터인  Finding Nemo에 나오는 Nemo나 Dory 또는 Cars에 나오는 McQueen의 판박이(Tatoo)를 받아서 손에 꼭 쥐고 스쿨버스를 타러 가면서 그 판박이를 보고 또 보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 것이다.
 
그런데 하교시간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수업 활동에 잘 참여해야 그 보물을 받을 수 있다. 버티면서 말을 안 들을 때, 타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 잼스는 화들짝 놀라 "I want to earn!" 하면서 출석시간에 Ms. K가 이름을 다시 부르면 손을 번쩍 들어 올리기도 하고, 못한다고 버티던 학습지도 꾸역꾸역 해내는 것을 보면 피곤하다는 말이 핑계임이 뻔하다.
 
잼스가 가끔 수업을 하지 않겠다며 버럭 화를 내거나 무례하게 굴며 니모 타투로도 꼼짝을 안 할 때, 나는 슬그머니 잼스 가까이에 가서 이제부터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겠다고 조용히 협박을 한다. 그러면 잼스는 "OK, OK!" 하면서 바닥에 던진 크레파스를 주워 들고 사과한다. 그리고 꼭 이어서 하는 말이 다음 화장실 시간에는 Chase나 Marshall Pull-ups으로 바꾸고 싶단다. 그럴 때마다 다시 꾸역꾸역 학습지에 동그라미를 치는 잼스를 향해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모습도 귀여워서 큭큭 웃고 있다.
 
이 귀차니즘의 대가 잼스는 현재 우리 학교에서 Walmart 비닐 Backpack(백팩) 스타이다. 처음에는 내가 기저귀와 물티슈가 든 가방을 들고 다니다가 자기 물건을 스스로 챙기는 습관을 갖게 하려고 잼스에게 들으라고 했더니 가방이 무겁고 자기는 피곤해서 들 수가 없다고 버티는 것이다. 그래서 교실에 돌아다니는 Walmart 비닐봉지에 잼스의 이름을 쓴 뒤 손잡이를 양쪽 어깨에 메고 다니게 했다. 자기 이름도 쓰여있고 등에 메고 다니니 무게도 가뿐해져서 잼스가 즐겁게 메고 다니기 시작했다.
 
덕분에 Walmart 비닐봉지는 흔한 비닐봉지가 아닌 잼스가 좋아하는 캐리터가 그려진 기저귀가 담긴 소중한 백팩이 되었다. 가끔 잼스가 그것도 들기 싫다고 버틸 때는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드니 나눠서 들자고 하면 마지못해 손잡이 한쪽을 잡는다. 그 후로 복도에서나 강당에서 기저귀와 물티슈가 든 비닐 백팩을 멘 잼스는 보는 사람마다 귀엽고 기특하다며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거는 학교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되었다. 잼스와 함께 걷고 있는 나에게 다른 교사들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엄지 척 칭찬에 비닐봉지 기저귀 백팩을 만든 나 자신이 괜스레 뿌듯했다.
 
오늘도 학교에서 모두가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진 잼스는 월마트 기저귀 비닐 팩백을 메고 당당하게 교실과 화장실을 세 번 오갔다. 덕분에 요즘 나는 내 아이 똥기저귀 졸업한 지 십 년이 훨씬 넘어서 다시 매일 세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는 생활을 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다섯 살짜리 꼬마 영감과 이야기를 하며 기저귀를 갈다가 혼자 킥킥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9-04 16:55   |  수정일 : 2019-09-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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