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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엉덩이를 실룩실룩 어깨춤을 춰요

마르퀴즈 단존 2번

글 |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09 10:13

▲ 영화 '아비정전'에서 주인공 아비가 춤추는 장면
그림과 달리 보이지 않는 음악.
가사도 없고 길이마저 길고.
멜로디도 가요만큼 귀에 쏙 박히지 않는 클래식!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감정이 느껴진다면 이런 문제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오늘 소개할 음악은 클래식이지만 전혀 클래식 같지 않고 엉덩이를 실룩실룩하게 만드는 음악 마르퀴즈의 단존입니다. 처음엔 아주 느리고 애절해서 우울한 음악인 듯한데, 슬슬 빠르기가 바뀌면서 리듬도 강렬해지고 반전의 후반부가 등장합니다. 이 뒷부분은 듣는 내내 어깨춤을 추게 될 음악이에요.

이 곡은 현존하는 멕시코의 작곡자 아르투로 마르퀴즈.(Arturo Marquez, 1950~현재)의 작품입니다. 생소한 작곡가 마르퀴즈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게 한 곡이 바로 단존 (Danzon)입니다. 작곡자 마르퀴즈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정통 클래식을 공부했지만 주로 영화음악과 춤곡을 작곡했습니다. 특히나 멕시코 특유의 음악세계를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고, 그런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저는 처음에 단존을 단전으로 잘못 들었습니다. 하하하! 이런 외국어 때문에 클래식을 듣는 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여러분도 단존이란 춤을 아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단존(Danzon)은 우리가 자주 들었던 ‘맘보’나 ‘차차차’에 비해 낯선 음악 장르입니다. 맘보는 장국영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아비정전’에서 유명해진 음악이죠.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지. 그건 바로 죽을 때야.”

영원히 기억될 1분을 이야기하는 바람둥이 아비의 명대사와 함께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우울한 아비를 잘 묘사해 준 음악이 바로 맘보였습니다. 1932년 같은 멕시코 사람인 로렌조 바르셀라타가 만들고 멕시코 12대 대통령의 부인 마리아 엘레나에게 헌정되어 곡의 제목도 마리아 엘레나입니다. 장국영은 죽었지만 아직도 영화 속에서 하얀 런닝만 입고 엉덩이를 실룩실룩 어깨를 들썩이는 아비의 모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입니다.

단존도 이런 춤곡으로 귀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남미 사람들에겐 살아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와 같은 음악입니다. 쿠바와 멕시코의 베라크루즈 지역 등에서 유행한 춤곡으로 기본적으로 2/4박자입니다. 역시 피는 못 속여요. 남미 특유의 흥과 열정이 느껴지는 음악입니다.

작곡가 마르퀴즈는 어느 파티에 참가했다가 단존을 듣고 영감을 얻어서는 계속 이 단존 시리즈를 작곡했다고 해요. 쿠바는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음악의 근원지이기도 합니다. 이젠 클래식에서 당당하게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탱고’(Tango) 역시 유럽의 춤과 쿠바의 ‘아바네라’(Havanera)가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니 말입니다. 약간 탱고의 분위기가 나는데, 탱고도 얼핏 들어서는 흥겨운 음악 같지만 처음 부분이나 중간 중간에 애수를 느끼게 하는 구슬픈 곡조가 있거든요. 한 음악 안에 한도, 흥도 함께 있습니다.

사실 클래식이란 게 너무 방대해서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하는지, 서로 어떤 관계의 곡인지 맥락을 찾지 못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연결고리를 찾아서 알고 나면 더 많이 들리고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마르퀴즈의 단존도 현대 음악이지만 듣기에 부담이 별로 없어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탱고나 아바네라와 연관 지으면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리듬도 복잡하지 않고 멜로디도 귀에 쏙쏙 들어와서 어린아이들도 잘 들어요.

어디선가 느꼈던 감정, 들었던 멜로디면 나중에 기억의 소환이 가능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어깨를 움직여보지 않을래요? 장국영을 떠올리며 멕시코 음악을 느껴보세요.
 
 
유튜브 검색: 마르퀴즈 단존 2번 

영화 아비정전 맘보 ‘마리아 엘레나’ 
 
자비에르 쿠카트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Diplom) 졸업
라이프치히국립음대 최고전문연주자과정(Konzertexamen) 졸업
· 다음 브런치 작가, 팟캐스트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 운영
· 저서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기행>
· 現 아트 앤 소울 예술강의기획 대표

등록일 : 2019-08-09 10:13   |  수정일 : 2019-08-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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