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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연숙의 ‘내겐 너무 그리운 것들’

생일 부심

글 | 이연숙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22 11:09

 
차를 타고 가는 중에 남편 폰에 전화가 왔다. 남편의 후배였다. 받자마자 대뜸 생일 축하한단다. 남편이, 생일? 이라고 되묻자 후배가 말했다.
“아침에 형수님이 미역국도 안 끓여줬어요?”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나는 절대 매너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남편이 운전 중이라 블루투스로 연결된 통화를 한다고 해서 함부로 끼어드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옆자리 앉았다가 의문의 한 방을 맞은 순간 그만 나도 모르게 욱해버렸다.
“어머, 생일에 미역국도 끓여주고 선물도 주고 그랬거든요?”
후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갑자기 횡설수설한다.
"아, 형수님 안녕하.... 그러니까, 아침에 카톡에 형님 생일이라고 !@#$%^”
 
예전에는 음력이든 양력이든 입력한 날짜에 생일 메시지가 떴었다. 그러다보니 내 부모님처럼 양력생일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는 상관없지만 음력으로 신고가 된 경우에는 혼란이 생기고는 했다. 메신저에서 생일이라며 축하메시지를 남기라고 하여 남기니 계정 주인은 음력생일이라 제날짜는 아니지만 어쨌든 고맙다는 해명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랬던 문제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음력이라고 체크된 생일을 해당연도의 양력 날짜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여 본의 아니게 음력에 양력에 양력으로 환산된 음력 생일까지 뒤죽박죽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내게는 잠깐 생일이 하나 더 있었던 적이 있다. 미국에 살았던 시기가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였다. 그 때 한국에는 지금처럼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있지는 않았던 별다방이 그 곳에서는 흔하디 흔해빠졌었다. 심지어 수퍼마켓 팝업매장으로도 있던 별다방의 커피 가격은 한국 것의 삼분의 일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하여 별 죄의식 없이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플을 깔면 별도 쌓이고 생일에는 무료음료 쿠폰도 준다고 했다. 때는 이미 구월이었다. 6월 25일부터 7월 26일 사이에 가족 생일이 다 들어있었지만 우리는 무료 음료쿠폰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해서 미국용 임시 생일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력도 양력도 아닌 내 별다방 생일이 3월 17일이 되었다. 계획했던 대로 3월 17일에 프라푸치노 벤티사이즈를 무료로 먹고 난 후 가짜생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다. 그런데 전화는 반납했으나 이메일은 남아있어 잊을만하면 한 번씩 3월 17일 생일 축하 메일이 온다.
 
남편도 나도 옛날 사람이다 보니 결혼 전에는 각자 음력생일에 미역국을 먹었었다. 그런데 양력날짜로는 남편이 한 달 앞이지만 음력으로는 내 생일이 한 달 앞 서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며 결혼 후 시어머니는 양력으로 생일을 챙길 것을 명하셨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친정엄마는 딸과 사위의 음력 생일 무렵이 되면 봉투에 현금 5만원씩 십만 원을 담아가지고 집에 오셨다. (엄마의 생일축하금은 물가인상률과 전혀 무관했다.) 어차피 한 달 안에 생일이 몰려있으니 6월부터 7월 어느 날쯤 외식 한 번 하는 것으로 가족 생일 행사는 퉁치니 오히려 간편하니 좋은 것도 같고 어쩐지 손해 보는 느낌도 들었다.
 
어떤 해에는 남편의 양력 생일과 내 음력 날짜가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게 올해였다. 어제일도 기억 못하는데 환산까지 해야 하는 음력 생일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엄마가 오셨다. 그 날은 남편의 양력 생일이라 마침 미역국을 끓인 참이었다.
 
얼결에 날짜가 겹친 것으로 아내의 생일을 해치웠다고 생각한 것일까? 7월 13일 토요일, 남편은 아내의 생일날 새벽에 골프 약속을 했다. 새벽 네 시에 나가야 한다니 미역국을 끓여줄 계획 같은 건 없는 게 분명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요거트에 하루견과 하나 넣어서 아침으로 먹었다. 생일과 상관없이 동생과 영화를 보기로 했던 날이었다. 동생에게서 영화 보자는 연락이 왔다. 써야할 원고도 있고 큰아이가 온다고 해서 다음으로 미뤘다.
 
아이들이 저녁식사 할 식당을 예약했다고 했다. 저녁때가 다 되도록 큰아이는 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화나 보러 갈 걸 그랬다. 남편도 감감무소식이다. 식당을 예약했다는 작은아이에게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원고가 써질 리 없었다.
 
그놈의 생일이 뭐라고. 공연히 마음만 심란한 하루를 보냈다. 내년에는 6월부터 7월까지 집을 떠나있을까 보다.
제주도쯤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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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연숙 작가

63년생 토끼띠 평범한 주부이자 작가. 2009년 문예지 <좋은수필>로 등단하고 2014년 친정엄마와 가족, 그리고 자신의 성장기를 엮은 에세이 <엄마 덕분입니다>를 출간했다. 에세이 작가에 이어 소설가에 도전하고 있다.

등록일 : 2019-07-22 11:09   |  수정일 : 2019-07-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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