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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문화예술과 법

이유기재 없는 판결문과 AI 판사

이유기재가 필요 없는 소액사건의 범위가 너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소액재판이 법원 편의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다. 어쨌든 사법 소비자 친화적인 절차가 아님은 명백하다. 판사 스스로의 자기검증절차 미비로도 나타난다. 나아가 사법 소비자의 판결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당초 소액사건이 너무 많고 경미하다는 이유에서 출발한 특례이다. 그런데 이제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그 대안이 무엇일까? AI 판사가 그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글 |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컨설팅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6-13 09:36

▲ 이제 AI 판사의 출현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보조역할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취합하여 정리한 리서치 보고서작성도 좋은 예이다. 판사가 당사자에게 이를 구두로 설명하면 이를 서면으로 정리하는 역할도 의미가 있다. 점차 경험을 쌓은 후에 이와 같은 단순 역할에서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궁극에는 독립적인 판단 주체로 명실상부한 AI 법관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최근 소액사건심판법 개정논의가 화두이다. 소액사건의 경우 법상 특례가 있다. 이유 기재가 면제된다. 사건이 많고 경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액사건의 범위가 의외로 넓다. 소가 3,000만 원 이하가 이에 해당한다. 일반 서민에게 그 금액이 과연 경미할까? 의문이 든다.  

그간 소액사건은 계속 증가하여 왔다. 지금은 소액사건도 소장 제출 후 변론기일까지 6개월이 걸린다. 소액사건은 1회 변론기일이 원칙이다. 그 시간도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선고를 한다. 판결문에는 결론만 기재된다. 청구인용, 기각 내지 일부 인용 단어뿐인 셈이다. 이에 이르게 된 이유의 기재가 전혀 없다

이 상황에서 그 판결을 누가 수용할 것인가? 물론 법원의 입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사법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면 너무 황당하다. 인지대, 송달료 기타 증거조사비도 나름 내었다. 그런데 정작 받는 것은 최종결과만 고지된다. 이의 불복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황당하다. 그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은 기계적으로 불복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항소가 남발된다. 시간이 갈수록 법원 사건은 더 많아진다. 사건 수에 치여 항소심도 지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부실한 기록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 황당한 판결이 양산되기도 한다. 나아가 대법원에 이르게 되면 그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정상적으로는 기록을 한 번 제대로 볼 수도 없다. 통계 수치상으로는 대법원 판사가 하루 24시간 기록을 보아도 다 읽을 수가 없다. 정상적인 사건처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한 대책에 손을 놓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실제 소액사건 법정에 가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거의 공장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판결에 대하여 누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항소는 필연적으로 보인다.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이 절차가 누구를 위한 절차인가? 많은 사건 수를 처리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재판부가 어떤 이유에서 판단하였는지를 알아야 판결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항소하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유 기재가 없으니 막막할 뿐이다. 그런 재판과정이 필요한지조차 의문스럽다. 차라리 서면 심사에 의한 판결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 경우에도 이유기재는 있을 것이다. 그 이유기재가 없다면 그와 같은 판결을 가지고 어떻게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AI 판사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이유 기재는 필요하다. 그렇다면 AI 판사의 판결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AI의 경우는 이유기재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형사사건은 더 심하다.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민사 사건에 비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유죄판결의 경우 그 이유기재는 거의 메모 수준이다. 생뚱맞게 무죄판결은 논문 수준으로 장황하다. 당황스럽다. 주객이 전도되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는 형사 판결문상 이유의 구체적 기재가 없어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누구를 위한 판결문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법관을 믿고 어떠한 판결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기록도 제대로 읽어보지 아니한 듯한 판결문도 보인다. 당사자의 주장 자체를 잘못 이해한 사례도 있다. 이유 기재가 불필요하니 판사 스스로의 자기 검정의 절차가 누락된 결과로도 보인다. 마치 1심은 검사에게 공을 넘기는 것 같다. 죄가 있으니 기소한 것으로 예단을 하는 모양새이다. 2심은 1심 판결에 신뢰성을 둔다. 시간이 덜 흐른 시점에 증거조사를 하였으니 이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분위기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보면 법원 편의주의의 전형으로 보인다. 사법 소비자 친화적인 면이 없다. 차라리 조정 내지 중재 절차가 더 바람직하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게 되면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판사에게 사건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그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사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를 기한 내에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당면 목표이다. 그저 무리없는 판결만이 타협점이다. 실체적 진실규명은 당장 절실한 목표가 아니다. 사법소비자의 법원 판결에 대한 이해 등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알아서 잘 판단하였으니 그대로 따르라는 메시지이다. 그렇다면 굳이 3심 제도를 둘 필요조차 없다.  

서민들에게 3,000만 원이면 그리 적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형사처벌이 징역형에 이르면 그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무엇인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판사 스스로도 자신 판단의 논리적 타당성을 자체적으로 점검할 절차가 필요하다

이유의 기재도 하나의 방법이다.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집단지성이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배심원들 사이의 토론과정에서 그 합리성이 담보될 수 있다. 그러나 1인의 법관에게 아무런 대책 없이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여기서 현재의 사법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나온다. 현행 제도하에서 1심 판사는 경험이 적어도 20-30년 이상의 노련한 판사가 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심리과정도 좀 더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결 결론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판결에 대하여 수용을 하든 아니면 항소를 하든 나름의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절차의 충실,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할 기회의 제공 그리고 판결에 이르게 된 논거, 증거 등등에 대한 나름 대로의 상세한 설명절차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면서 또한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제 AI 판사의 출현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보조역할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취합하여 정리한 리서치 보고서작성도 좋은 예이다. 판사가 당사자에게 이를 구두로 설명하면 이를 서면으로 정리하는 역할도 의미가 있다. 점차 경험을 쌓은 후에 이와 같은 단순 역할에서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궁극에는 독립적인 판단 주체로 명실상부한 AI 법관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등록일 : 2019-06-13 09:36   |  수정일 : 2019-06-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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