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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공작에 고속도로 깔아주게 될 국정원 개혁안

“對共수사가 아니라 정보의 정치화가 문제다”

글 | 유동열 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자유민주연구원 원장 2017-12-12 14:18

▲ 서울 내곡동 국정원 전경 photo 이진한 조선일보 기자
지난 11월 29일 국가정보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국정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직무에서 ‘대공’ ‘대정부전복’ 개념을 삭제하며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에 이관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활동에 대한 내·외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국정원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연내 개정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을 보면 국정원은 대공수사권만 포기하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만 바꾸며 기존의 권한을 다 누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현 국정원 지휘부와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청와대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왜 정보기관장과 간부직원이 줄줄이 구속되는 수난을 반복하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그 이유는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서 일탈하여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입맛에 부응하는 코드화된 정보활동을 전개한 탓이다. 바로 ‘정보의 정치화(politicized intelligence)’가 주 원인이다. 결코 ‘대공수사’ 탓이 아니다. 이를 도외시하면 다음 정권 때 자신들도 똑같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정원 개혁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보겠다. 우선, 대외안보정보원이라는 명칭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정보기구 이름이다. 북한은 헌법과 국가보안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강점하고 있는 반국가 불법단체인데, 북한이 대외정보의 대상인가?
   
   
   세계 정보기구 개혁에 역행
   
   둘째,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라는 용어와 ‘대공’ ‘대정부전복’ 개념을 삭제했다. 특히 국정원은 현 정부 출범 직후 개혁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국내 보안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두 개 부서를 해체해버렸다. 이들 부서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개혁하면 되는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은 공통적으로 국가안보와 국익보호를 위한 정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전통적 안보정보나 초국가적 안보정보 활동 외에도 국가 중요정책 및 국익보호를 위한 국내외 정책정보의 수집, 분석, 전파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이다. 캐나다의 보안정보국(CSIS), 스페인의 국가정보부(CNI)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독일의 헌법보호청(BFV)은 연방 및 각 주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안전에 반하는 제반 활동에 대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 전파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내의 극좌주의나 극우주의 활동뿐만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이 극단주의자와 접촉한 행위까지도 정보를 수집하여 매년 발행하는 ‘헌법보호백서’에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보호청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도 금융계좌 정보(개인 신용정보 및 통신정보, 운송정보 등)를 추적하고 여행 정보 추적권 등도 행사한다.
   
   
   정보기관의 행정기관화
   
   셋째, 국정원법 개정안 11조2항을 보면 ‘불법감청 등의 금지’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런 조항은 현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의해서 이미 금지돼 있는데, 왜 이런 조항을 굳이 신설한다는 말인가? 세계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은 국가안보와 국익보호를 위해 합법·비합법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정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정보기관에 ‘합법’이란 잣대를 들이대며 ‘불법 활동’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정보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화하라는 것이다. 국가안보와 국익보호를 위태롭게 하는 나라나 집단이 있다면 보안망을 뚫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해킹·도청·절취·매수·역정보·기만공작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아측(我側)의 정보활동이 상대 측에서 보면 간첩활동이 되는 것이 정보의 세계이다.
   
   넷째, 이번 국정원 개혁안 중 가장 큰 문제가 대공수사권의 타 기관 이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보·안보기관의 제1의 임무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현존하는 북한의 대남적화 위협을 막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정보목표우선순위(PNIO·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s)에서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을 막아낼 대공정보 수집과 대공수사는 최우선이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뿐만 아니라 대공과 대정부 전복 관련 정보활동까지 직무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은 안보전선의 무력화 내지 포기에 다름아니다. 일부에서는 정보와 대공수사의 분리를 주장하며 대공수사권의 이관을 주장하지만, 안보수사가 정보와 분리되어서는 제대로 기능을 행사할 수 없다. 정보 없는 수사가 가능한가? 미국의 FBI는 수사기관이자 정보기관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배합하며 정교하게 구사되고 있는 현실과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이 해외를 통한 우회침투공작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해외정보망과 대북방첩망을 운영하지 않는 타 기관에서 제대로 대공수사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본다.
   
   
   간첩공작에 고속도로 깔아주는 격
   
   북한의 정찰총국과 같은 대남공작부서가 70여년간 대남간첩공작을 전개하면서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바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국이었다. 그런 국정원이 북한 대남간첩공작의 핵심 억지력인 대공수사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격이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와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이나 그 참모와 연계된 정치권력이 말로는 정치적 중립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정보기관을 자기들의 하수인으로 여기는 행태가 한국 정보기관의 불행의 씨앗을 키워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다.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꼭 이관하고 차제에 새롭게 정보기구를 개혁하려 한다면,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과 같이 국내와 해외 파트로 조직을 이원화하는 분리형 정보조직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기본법(가칭)을 제정하여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정보를 조정, 통합하는 독립적인 ‘국가정보위원회’(위원장 부총리급)를 두고 휘하에 ‘국가안보수사청’과 ‘국가안보정보원’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장에 대한 임명권과 정보업무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만 행사하고 제반 정보권의 승인, 통제 활동은 국가정보위원회에 두며 산하 두 기관의 장에게 임기제를 도입하여 정치적 중립과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국가안보수사청은 미국의 FBI(연방수사국)처럼 안보수사권(우리는 대공수사), 방첩, 대테러, 사이버테러, 산업보안 관련 정보·수사 활동을 수행케 하고, 국가안보정보원은 북한 및 해외 안보 관련 정보 활동을 수행케 하면 된다.
   
   국가정보기구는 집권자 개인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이념에 헌신하고 충성해야 한다. 현 국정원 지휘부와 직원들은 특정 정권의 국정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정원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간조선 2486호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2-12 14:18   |  수정일 : 2017-12-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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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창환  ( 2017-12-17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1
좋은 글인데 마지막 말씀은 한계가 있네요. 용공주의 사상을 가진 국민도 어쨌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현실을 간과한 회피성 마무리라고 봅니다. 왜 그런 국민까지 생각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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