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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스토리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마”

드라마 명장에서 스토리 에디터로, 김태원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 대표

글 | 이근미 톱클래스 객원기자   사진 | 서경리 기자 2019-07-30 13:31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흥행의 희비도 엇갈린다. 흥행에 성공하는 스토리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간 출간된 스토리텔링 관련 서적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번역본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국내 작가가 쓴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니 한 달 만에 3쇄를 찍기에 이르렀다.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고, 저자 강연회를 마련하는 등 대형 서점의 반응도 뜨겁다.

이 책의 흥행에 대해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다. 일반인들이 읽기 쉽게 기술했다고는 하나, 전문서적에 가까운 책이 잘 나가자 그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비결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현장 전문성을 쌓은 저자가 쓴, 국내 실정에 맞는 스토리 이론서라는 점. 2014년에 완성한 후 내용을 보강하고 읽기 쉽게 만드느라 5년 동안 100번쯤 퇴고했다는 점에서도 비결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드라마 명장’으로 불린 김태원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 대표다. 그는 콘텐츠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와 올리브나인을 설립해 〈올인〉 〈불새〉 〈주몽〉 〈선덕여왕〉 〈드림하이〉 등 공전의 히트작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은 이들 성공적 드라마의 토대를 바탕으로 소설 100여 편을 분석해서 쓴 스토리텔링 창작론이다. 로버트 맥키의 ‘6단계 플롯구조’를 비롯해 여덟 명의 해외 유명 작가들의 스토리 이론도 담아 한층 탄탄한 이론서로 탄생시켰다.

김 대표는 이 책의 집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누린 행운의 절반이라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대학 강의에 쓸 마땅한 교재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고요.”

그는 현장에서 체득한 스토리텔링 이론을 좀 더 체계화하고 후학들을 배출하기 위해 2010년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를 설립했다. 동시에 한국예술종합학교와 K&G상상마당을 비롯한 여러 대학과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기업은 물론 지방의 작은 단체까지 스토리텔링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는 그동안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을 비롯, 유명 영화감독과 웹툰 작가를 다수 발굴했다.


한국형 스토리텔링 구조, 욕망의 레시피


할리우드와 우리나라의 창작 환경은 여러모로 다르다. 할리우드에서는 쇼러너(showrunner) 아래 여러 작가가 공동 집필을 하는 반면, 한국은 한 명의 작가가 전체를 담당한다. 추구하는 주제도 차이가 많다. 김태원 대표는 한국형 스토리 이론 ‘4막 24블록 플롯구조’를 발굴해 책을 쓰고 특허등록도 했다. 기승전결의 기본 구조를 24블록으로 세분화해 도입 이벤트, 시작점, 전환점, 피크점, 클라이맥스라는 다섯 번의 플롯 포인트를 배치했다.

4막24블록의 또 다른 이름은 ‘욕망의 레시피’다.

“스토리 창작의 핵심 과제는 주인공의 결핍과 욕망을 세팅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의 욕망 안에 시대의 욕망을 담고 대변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또 아무리 볼거리가 많아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면 안 봐요.”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문화 코드를 ‘비빔밥’과 ‘새로움’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감성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나 중국은 소수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도 되지만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는 누구나 다 좋아하는 내용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을 성찰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천만 관객이 본 영화들은 주제가 가볍지 않아요. 진지하고 엄숙하면서도 유머를 담고 있죠. ‘영화 보면서 왜 생각을 해야 해’라는 외국 관객들과 달리, 우리 관객들은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뭘 배우려고 합니다. 우리 국민의 독서량이 적어서 문제라고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성찰하고 정보를 얻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김 대표는 세계 스토리 시장의 최강자는 미국 드라마고 그다음이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미국 영화 순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미국 드라마 다음으로 한국 드라마가 많이 소비됩니다. 2010년 이후 경제의 모든 부문을 통틀어 콘텐츠 부문만 유일하게 수출이 계속 증가했어요. 드라마와 K팝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의 해외 수출이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중이죠.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1인당 연간 네 편의 영화를 봅니다. 세계 1등이에요. 그러니 할리우드 배우들이 일본은 안 가도 우리나라에 오는 겁니다. 콘텐츠를 만들 인적 자원도 풍부해서 세계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상대할 나라가 없죠.”


점점 커지는 스토리 시장


최근 한국에서는 신진 작가를 찾고 후원하는 일도 활발하다.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는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시나리오를 찾는 롯데크리에이티브공모전을 비롯해 다양한 웹소설 공모전이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매년 열리고 있다. 장편소설 공모도 매년 9개 단체와 출판사에서 개최된다.

“연구소 개설 초에 비해 스토리 시장이 훨씬 커졌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스토리에 도전하라고 말해요. 웹소설과 웹툰은 플랫폼에 언제든 올릴 수 있고, 구독자 수에 따라 수입도 보장됩니다. 웹소설 수입만으로 생활하는 수강생도 꽤 있죠. 이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자주 위촉되는 그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새로운 소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템에 의미와 시의성,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를 담으세요. 신인일수록 당찬 이야기, 거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독자들을 끌어들이려면 후크와 플롯의 마술사가 되어 결핍을 위로하고, 결핍 해소를 위한 욕망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좋은 드라마와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길을 알려달라고 하자, 김 대표는 베스트셀러와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고 했다.

“나 즐겁자고 창작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무엇에 환호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흥행에 성공한 스토리를 분석하고 배울 점을 고민하다 보면 그에 걸맞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어요.”

김태원 대표는 스토리 산업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계단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 단 한 편으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라고 규정했다. 만약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면? 한국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이러한 질문을 찾아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다 보면 영화 〈괴물〉이나 〈부산행〉 같은 멋진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등록일 : 2019-07-30 13:31   |  수정일 : 2019-07-2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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