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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의 또 다른 적색경보, 질산염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2019-07-29 10:56

▲ 지난 7월 5일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적수 피해를 입고 있는 인천 당하초등학교에서 비상급수를 지원하고 있다. / photo by 뉴시스
지난 6월 18일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졌다. 물을 공급하는 원래의 정수장에서 전기 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자 인근의 다른 정수장으로 물길을 무리하게 바꾸다가 생긴 일이라고 한다. 짧은 시간에 센 압력으로 보낸 물이 노후 상수도관 안의 각종 이물질을 긁어온 게 원인이라는 해명이었다. 인천시와 환경부가 이제 안전하다는 검사 결과를 밝혔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수돗물을 믿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로야 어쨌든 붉은 수돗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돗물 속에 포함된 질산염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허용 기준치 이하여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돼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몸에서 많은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물이 있기에 가능하다. 물은 다른 화학물질을 잘 녹이는 좋은 용매이다. 소금과 같은 염(鹽)은 물론이고 염산이나 수산화나트륨과 같이 강한 산이나 염기, 그리고 에틸알코올이나 아세트산과 같이 극성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기물질이 물에 잘 녹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은 우리 몸속에 들어온 영양분을 녹여 소화를 돕거나 생리작용에 필요한 이온을 만들어준다. 각종 영양분이 몸속 어떤 부위로 운반되거나 세포 속으로 드나들 수 있는 것도 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세포에 물이 부족하게 되면 세포가 말라서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물을 마셔야 하고, 많이 마실수록 신진대사가 빨라져 노폐물의 배출이 원활해지고, 결과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생물학적으로 하루에 필요한 물의 양은 대략 체중 1㎏당 30mL이다. 체중 60㎏인 사람에게 1.8L의 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우리 몸에서 물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대략 체중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체질에 따라, 또 활동 정도에 따라 배출되는 물의 양이 달라 최소한 2L 정도의 물이 보충되어야 한다. 물론 다른 화학물질이 섞여 있지 않은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질산염이 많이 들어 있는 물은 인체에 해롭다.
   
   
대장암 발병률 가장 높아
   
최근 미국과 덴마크에서는 수돗물에 포함된 질산염이 허용 기준치 이하에서도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EWG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공중보건과의 토르벤 시그스고르 교수팀이 연구의 주인공이다. WHO는 수돗물의 질산 수치를 물 1L당 1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음용수)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는 이 값을 채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9.0㎎/L, 덴마크는 5.7㎎/L, 스위스는 4.3㎎/L의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EWG의 연구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대장암과 난소암, 갑상선암 등 각종 암 가운데 1만2594건이 수돗물의 질산염과 관계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 연구 내용이다. 미국 내의 수도 시스템 정보를 모아 2010년에서 2017년까지 질산염에 노출된 사람들을 조사한 데서 얻은 결과이다. 8100만명이 평균 1㎎/L 이상, 약 600만명이 5㎎/L의 질산염에 노출돼 있었는데, 이 데이터를 가지고 특정 농도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률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매년 미숙아 출산 2939건, 조산 1725건, 신경관결함 41건이 수돗물 질산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데이터도 나왔다. 매년 1만2594건의 암이 수돗물의 질산염 때문에 발생했고, 이 중 84%가 대장암으로 추정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또 이를 재분석한 연구에서는 WHO의 허용 기준치인 10분의 1, 즉 0.14㎎/L 이상의 질산염에 노출되어도 암이나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현행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EWG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에 실렸다.
   
수돗물에 포함된 질산염이 대장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결과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시그스고르 교수팀의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78∼2011년 덴마크 국민 270만명을 대상으로 질산염과 대장암의 발병 관계를 조사한 결과, 수돗물 속의 질산염이 3.87㎎/L 이상만 되어도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능한 질산염이 함유된 물을 마시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질산염, 얼마나 치명적일까?
   
질산염은 하수오물과 몇몇 화학비료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생활하수나 질소비료, 썩은 축산 분뇨 등이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면 수돗물의 질산염 농도가 높아진다. 이런 질산염을 장기간 다량으로 섭취하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
   
질산염이 식수를 통해 몸 안에 들어올 경우 아질산염으로 바뀐다. 아질산염은 혈류 속의 헤모글로빈과 반응, 헤모글로빈을 산화시켜 조직에 산소를 원활히 운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산소가 폐에서 우리 몸의 곳곳으로 나가야 하는데 질산염이 이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의 경우 심장병과 뇌질환 등을 유발하고, 유아나 어린이에게는 ‘청색증(블루베이비병)’을 일으킬 수 있다. 청색증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앗아간다.
   
질산염의 피해 사례인 청색증은 1945년 미국의 컴리(Comly)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다량의 질산이 함유되어 있는 식수로 인해 발생한 질병으로 ‘푸른 아기’라는 뜻에서 블루베이비(Blue Baby)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3~1960년에는 체코에서 태어난 5800명의 어린이 가운데 115명이 이 병에 걸렸다. 그중 8%가 사망하고, 52%가 중증, 40%는 가벼운 증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중에는 임산부가 마신 물을 통해 감염된 사례도 있었다. 성인인 임산부들의 영향은 오히려 적었지만, 태어난 아기들이 청색증을 띠거나 유아에게서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질산으로 오염된 식수용 지하수에 분유를 타서 유아에게 먹인 결과 산소 부족으로 청색증이 나타났다고 보고된 바 있다.
   
질산염은 또 아질산으로 변화한 후 아민과 결합하여 체내에서 니트로사민을 생성한다. 이 니트로사민은 실험동물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성인이 질산염을 장기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위암, 소화기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수돗물 속에 포함된 질산염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수돗물 1L당 평균 1∼3㎎의 질산염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수처리장들이 물에 유입되는 모든 독소를 정수할 수는 없다. 어쩌면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미리미리 상수도관을 청소하고 교체해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아야 한다.
등록일 : 2019-07-29 10:56   |  수정일 : 2019-07-2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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