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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세계일주ㅣ인도 주코밸리]미지의 땅, 인도의 보석

글 | 김영미 자유여행가 2019-07-24 10:14

나갈랜드의 숨겨진 파라다이스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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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밸리의 유일한 숙박 시설인 주코밸리 탑 레스트 하우스

마니푸르Manipur와 나갈랜드Nagaland의 주 경계에 있는 주코밸리Dzukou Valley는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인도의 보석 중 하나이다.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는 그곳엔 바람에 대나무 잎이 사각사각 부딪치는 소리와 부드러운 땅에 자신의 발을 내딛는 소리만이 들린다. 약 2,400m의 해발고도에 마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둥글둥글한 모양의 언덕이 나무로 덮이지 않고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맑고 맑은 산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초록의 외딴 계곡은 동북부 아시아의 샹그릴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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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웨마로 길을 오르는 아침시간, 나 홀로 오르는 길, 셀카보다 멋진 그림자.

미지의 세계, 주코밸리로 향하다
 
주코밸리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마니푸르 세나파티Senapati 지역에 있는 마니푸르의 제1봉인 템푸산Tempu(2,994m)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 목적은 템푸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코계곡 트레킹이어서 나갈랜드로 향했다. 나갈랜드에서는 비스웨마Viswema와 자카마Zakhama 두 가지 루트가 있다. 두 곳 모두 코히마Kohima에서 접근하기 쉽다.
 
코히마에 도착하면 쉽게 가이드와 에이전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말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호텔에서도 아는 에이전시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오전에 만난 현지인이 주코밸리 트레킹을 다녀온 적이 있다며 자세하게 전체 경로를 설명해 주었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자기 차로 비스웨마 진입로까지 가서 ‘Way to Dzukou’라는 이정표를 확인해 주고 안심시켰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코히마까지 왔는데 주코밸리를 포기할 것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이드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현지인의 말만 믿고 도전을 할 것인지 오후 내내 고민하다가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꼼꼼하게 찾아보니 최소한 1박은 하는 것이 주코밸리를 천천히 즐길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안전했다. 그러나 2018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주코밸리에 있는 단 하나의 숙박 시설인  주코밸리 탑 레스트 하우스Top Rest House가 문을 열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곳은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다행히 새벽에 일찍 출발하면 충분히 당일 트레킹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들머리는 비스웨마로 날머리는 자카마로 정했다. 들머리까지 이동하기 위한 택시도 미리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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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밸리 들머리 도로 맞은편에 있는 비스웨마마을.

새벽 5시. 예약한 택시가 호텔로 왔다. 어제 답사했던 들머리인 비스웨마의 ‘Way to Dzukou’까지는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어두컴컴했던 세상은 이미 밝아졌다. 차량이 다니는 길이라 넓고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지만 작은 돌들이 나뒹구는 길이라 걷기는 편치 않다.  거의 8~9km에 가까운 길에는 트레킹을 오는 이들을 위한 쉼터도 있다. 준비해 온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하고 2시간 조금 넘게 걸어 오르니 가파른 돌계단이 기다린다. 경사도가 30도 넘는 돌계단은 관리되지 않은데다 낙엽까지 수북이 쌓여 있어서 미끄럽고 흔들거리기까지 한다.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 누군가 그 계단에 숫자를 새겨 놓았다. 숫자를 읽으면서 오르다보니 지루함도 피곤함도 훨씬 덜하다. 500이라는 숫자는 어느덧 900, 그리고 1,100으로 끝이 났다. 이곳부터 주코밸리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3,000m에 가까운 템푸산도 조망하고 저 멀리 광대하게 펼쳐진 주코계곡을 넋을 잃고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둥글둥글 컵을 엎어 놓은 듯한 계곡이 인터넷에서 보았던 사진보다 더 올망졸망하다. 오르는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이라 할까? 시원하게 펼쳐진 계곡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입가에 돈다. 혹시나 놓치는 조망이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이쪽저쪽 언덕으로 자리를 이동해 보기도 한다. 
 
언덕 꼭대기를 지나니 대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우기에는 엄청난 거머리들이 몸부림칠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지금은 건기인 12월. 바스락거리는 대나무 잎 소리가 한결 경쾌하게 들린다. 건기인 덕분에 길을 걷기가 한결 편하다. 일본 후쿠오카 다이세츠 종주 때는 우기여서 대나무 숲에서 엄청 고생을 했었다. 아마 우기에는 이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홀로 능선을 따라서 북쪽으로 걷는 길. 주코밸리에 혼자 있는 느낌이다. 
 
첫 번째 조망 터에서 주코 탑 레스트 하우스까지는 약  4~5km.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에서 맘껏 호사를 누리면서 걷던 중에 하산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발길을 재촉했다.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는데 왜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하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스웨마 들머리에서 거의 5시간 만에 주코 탑 레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20여 명의 사람들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도착하자 모두들 일제히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이곳에 상주하는 가이드들과 오늘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레스트 하우스에선 초록 옷을 입고 있는 주코계곡이 파노라마 풍광으로 발아래에 펼쳐져 있다. 한달음에 뛰어 가고프다.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장엄하고 경이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보다도 더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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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웨마에서 오르는 길에 바라보는 코히마의 전경.

판타지 영화의 배경, 주코밸리를 걷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청년이 다가왔다. 입장료를 냈느냐고 물었고 자기는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어제 그리도 찾던 가이드를 산에 올라와서 만나다니? 입장료는 인도인은 50루피, 외국인은 100루피. 이미 산에 올라왔으니 입장료는 내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이곳은 해가 지면 위험하니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 묵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하산을 해야만 했다.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행에게 “오늘 돌아가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었다. 이곳은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화조차 불가했다. 하산하려고 맵에 찍어 놓은 날머리 위치를 보여 주었다. “비스웨마로 올라왔으니 자카마로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가이드는 “자카마는 경사도가 심하고 어두워지면 길을 잃을 위험이 크니 비스웨마로 내려가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을 했지만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헤드랜턴도 있고 먹을 것도 충분하니 자카마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는 “비스웨마와 자카마의 갈림길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아무리 하산길이 급해도 주코밸리는 만나야지. 마니푸르주 경계선 쪽에 드넓게 펼쳐진 주코밸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광활한 대지였다. 초록의 구릉은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이 광활한 평원에 펼쳐 있다. 멀리서 보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미지의 세계.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넘실대는 파도처럼 언덕들이 겹쳐서 내게로 다가선다. 이 느낌을 어떻게 사진으로 담는다는 말인가? ‘사람의 눈보다 더 좋은 사진기는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불어오는 바람이 언덕들에게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주코밸리로 가는 것은 천국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표현한 이의 느낌이 어떠했을지 알 것 같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벗어나니 제법 큰 강물의 흔적이 보인다. 지금은 건기여서 바닥에만 물이 있었다. 우기에 강물이 불어서 급류가 흐르는 상상을 해본다. 큰 폭우 뒤에는 이곳을 걷는 것도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한없이 펼쳐지는 초록의 대지를 모두 밟아 보기에는 시간이 허락지 않았다.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가이드에게 이끌려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곳을 곁에 두고 그냥 하산을 해야 한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 시선은 자꾸 뒤로만 향한다. 
 
두 명의 가이드가 비스웨마와 자카마의 갈림길까지 길을 안내해 주었다. 잠시의 시간이지만 서먹하고 살짝 불편했던 관계가 어느덧 서로를 배려해 주는 사이가 되는 데는 충분했다. ‘안전하게 코히마까지 돌아가라’는 인사를 남기고 그들은 돌아갔다. 자카마로 향하는 길은 비스웨마 길보다 훨씬 경사도가 가팔랐다. 가파른 만큼 빨리 하산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길은 생각보다 넓었고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왜 그들이 이 길이 위험하다고 했을까? 어느덧 뉘엿뉘엿 어둠이 지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더 어둡기 전에 헤드랜턴을 꺼냈고 여유롭게 간식도 먹었다. 사방이 어두워졌고 홀로 하산 길을 걷지만 불안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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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웨마 들머리 입구.

현실로 돌아오는 길에서 길을 잃다
 
계곡을 타고 내려가던 길이 점점 험해진다. 마치 정글에 들어 선 것처럼 나무 넝쿨이 내 몸을 감싸서 꼼짝할 수 없다. 어렵게 그 순간을 헤치고 나오니 이젠 이끼로 가득한 돌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정상적인 길이 아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 낭패였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헤드랜턴에 의지해서 내려가니 바로 앞만 보여서 어느 쪽에 길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전화조차 불능. 멀리 보이는 불빛조차 없다. 아주 천천히 한발 한발 계곡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미끄러지기도 수차례. 상당히 위험스러운 시간이 흐른다. 한 시간 이상 계곡을 따라 걸었다. 다행히 춥지도 않고 먹을 것도 있어서 마음은 그리 불안하지 않다. 호텔에서 여러 번 연락이 왔지만 전화벨 소리만이 울릴 뿐이다. 내 위치를 알릴 방법이 없으니 얼마나 걱정을 할지는 안 봐도 뻔한 일. 나보다 나를 걱정할 이들이 더 신경이 쓰인다.
 
잠시 쉬면서 어둠속을 살피던 중 저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불빛을 향해 계곡 길을 비집고 올라서니 바로 길이었다. 세상에 바로 곁에 길이 있는 것도 몰랐다니? 드디어 정상적인 하산 길로 다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조금 전에 보았던 불빛은 온데간데없다. 어찌된 일일까? 누군가 알 수 없는 힘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감사뿐이다.
 
거의 한 시간 이상 계단 길을 따라 내려오니 계곡물이 흐르고 그 옆으로 길이 계속된다. 하늘엔 별들이 가득하다. 몽골만큼이나 찬란한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이 나의 발길을 묶어 놓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긴장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평온으로 가득 찬다. 
 
전화통화가 가능한 지역에 도착해서 호텔로 연락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자카마마을 입구에는 ‘주코밸리 베이스 캠프’라고 쓰인 작은 건물도 보인다. 이곳에 입장료가 있다는 안내문이 있다. 나는 비스웨마 방향으로 올라가서 입장료에 대해선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곳에서도 1시간 가까이 걸어서 도로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에 서니 이젠 정말로 하산했다는 것이 실감이 든다. 불빛이 있는 곳에서 내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 배낭도 옷도 모두 흙덩이 속에서 뒹굴고 내려온 사람처럼 온 몸이 이끼와 진흙으로 엉망이다.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도 길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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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푸르주 경계선 쪽에 드넓게 펼쳐진 주코밸리.

다시 가야만 한다
 
미얀마에서 인도로 육로를 이용해서 국경을 넘었다. 마니푸르를 경유해서 인도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자연스럽게 나갈랜드를 경유하게 되었고, 걷기를 좋아하는 나의 습성에 따라 본능적으로 트레킹 루트를 찾다가 내 손에 잡힌 곳이 주코밸리였다. 초록의 언덕만으로도 그렇게 멋진 곳이었는데 트레킹을 다녀오고서야 알았다. 그곳에만 유일하게 피는 진한 핑크빛의 주코 백합이 있다는 것을. 산도 평지도 아닌 언덕들이 막힘없이 펼쳐진 들판에 분홍 백합이 가득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 초록과 핑크의 어우러짐은 어떤 모습일까? 마른 강에는 물이 가득하다. 해가 떨어지는 저녁시간, 온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들을 때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물소리에 내 몸을 맡겨 본다. 내 손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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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07-24 10:14   |  수정일 : 2019-07-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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