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세상에서 유일한 ‘복제견의 나라’

글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2019-07-12 22:35

▲ 지난 4월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앞에서 카라를 비롯한 동물권단체 회원들이 ‘비윤리적 사역견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photo by 뉴시스
지난 6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라크루아가 우리를 ‘복제견의 나라(pays des chiens clones)’로 소개했다. 공항의 마약탐지에 복제견을 활용하고, 죽은 애완견을 상업적으로 복제해주는 별난 나라라는 것이다. 복제 기술을 부러워하는 논조가 아니다. 오히려 심각한 윤리적·철학적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체세포 복제를 통해 죽음을 회피해보려는 욕망은 생명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인간과 개의 유대관계는 유전자를 통해서 형성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인간 복제 시도에 대한 우려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는 동물 복제
   
우리나라에서 개 복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7만5000유로(9800여만원)만 내면 죽은 애완견을 복제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2015년까지 복제된 애완견이 무려 700마리나 된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200마리의 복제견이 태어나고 있다. 복제견을 통해서라도 이미 죽은 애완견의 흔적을 찾고 싶어하는 괴짜 부호들이 줄지어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가 복제견의 생산·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2007년에 복제견 프로젝트를 시작한 농촌진흥청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능력이 검증된 탐지·구조·수색견의 체세포를 이용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스마트’ 복제견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현재 축산검역원이 공항에서 활용하고 있는 마약탐지견 51마리 중 82.3%인 42마리가 농진청이 공급해준 복제견이다. 경찰·관세청·소방방재청·육군·공군에도 복제견을 공급해준 모양이다. 경찰청도 2014년 독자적인 경찰견 복제 사업을 추진했었다.
   
19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체세포 복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생명 탄생의 과정에 대한 과학지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소(1997)·고양이(2001)·말(2003)·사슴(2003)·초파리(2005)·낙타(2009) 등 무려 23종의 동물에 체세포 복제 기술이 적용되었다. 우리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복제견 ‘스너피’를 탄생시켰고, 늑대(2005)와 코요테(2011)의 복제에도 성공했다. 과학을 정치적으로 오염시켜 과학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던 황우석 박사와 그의 학생이었던 서울대 이병천 교수의 업적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세계적으로 복제 동물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당초 기대했던 과학적으로 중요한 성과는 없었다. 복제에 필요한 난자를 채취하고, 대리모를 통해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의 기술적·윤리적 문제도 극복하지 못했다. 체세포 복제 기술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만큼 유용한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복제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별난 일이다. 정부 관료들의 과학에 대한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관료들이 과학적 비전보다 선정적인 언론에 현혹되어버렸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복제견 사업
   
화려한 재기를 꿈꾸던 황우석 박사가 수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개 복제를 상업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무렵이었다. 농진청도 스마트 복제견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연 복제견 개발·보급이 농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농진청에 어울리는 사업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가 개 복제의 현장을 애써 외면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동물 복제의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없었다. 과학계·윤리학계·정부도 개 복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했다. 일부 언론이 선정적인 관심을 보였을 따름이다. 
   
영국인 부부의 의뢰로 죽은 지 12일이 지난 애완견의 복제에 성공한 사례와 경찰견과 마약탐지견으로 투입된 복제견에 대한 소식이 대단한 과학적 성과로 소개됐다.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1997년 복제소 ‘영롱이’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서 시작된 황우석 사태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개 복제에 대한 정보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체세포 복제에 사용한 난자를 어떻게 채취하고, 대리모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규제도 없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복제견이 생산되어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복제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없었다.
   
최근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에서 5년 동안 마약탐지견으로 활동하고 퇴역한 복제견 ‘메이’의 참혹한 최후가 알려지면서 비로소 복제견의 현장이 조금 드러났다. 드러난 복제 연구 현장의 모습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복제견만 학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병천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 행위는 중범죄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복제견 성공률
   
농진청이 내세우는 스마트 복제견 사업의 명분은 비용 절감이다. 정상적인 분만으로 태어난 일반견을 마약탐지 등의 특수목적견으로 훈련시킬 때의 성공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특수목적견 1마리를 기르는 데 대략 1억3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복제견의 성공률은 85%에 이르기 때문에 비용이 46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일반견에 비해 무려 65%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는 것이 농진청의 주장이다.
   
그런데 황우석 박사가 운영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소에서는 애완견 복제에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농진청은 검역본부에 납품한 복제견 61마리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청구에도 응하지 않는 모양이다. 서울대에서 얼마나 많은 복제견을 생산했는지도 알 수 없다. 복제 과정에서의 연구·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복제견이 우수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불확실하다. 이병천 교수가 한국수의학회지에 발표한 2018년의 논문 한 편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복제견 6마리에 대해 출생 16주 후에 검사한 5가지 정성적 성향을 어설프게 분석한 것이고, 더 이상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마약탐지견 훈련 현장에서는 “복제견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없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실무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제라도 복제견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상업적 복제는 엄격하게 규제해야만 한다. 과학계와 윤리학계가 나서야 하고, 정부와 언론의 책임도 무겁다. 중국 톈진에 100만마리 규모의 식용 복제소 ‘공장’을 짓겠다는 황당한 언론 플레이가 언론의 주목을 끄는 현실은 매우 부끄러운 것이다.
주간조선
등록일 : 2019-07-12 22:35   |  수정일 : 2019-07-12 22:36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NS 로그인
  • 페이스북 로그인
  • 카톡 로그인
  • 조선미디어 통합회원 로그인
  • pub 로그인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