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그 물’에서 성공하고 싶니? ‘다른 물’에서 놀아봐!

까칠언니의 한마디
당신을 인싸의 길로 이끌 두 가지 나침반,
유행과 거리 두기 그리고 ‘나만의 철학’ 세우기.

글 | 은열 2019-07-11 오후 6:18:00

지난 5월 초 한국에 상륙한 일명 ‘커피업계 애플’ 블루보틀 열풍을 지켜보며 끝도 없이 늘어선 대기 행렬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의 이력이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즐비한 커피업계에서 그는 말하자면 ‘비주류’였다. 커피 애호가이긴 하지만 본업은 교향악단 클라리넷 연주자였고, 2001년 음악 관련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가 그해 9·11 테러가 터지며 미국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자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게 커피 판매였으니까.
 
블루보틀 열풍의 이면

‘그렇고 그런’ 생계형 자영업자가 될 수도 있었던 프리먼을 7500억짜리 회사 창업자로 만든 건 그만의 독특한 철학이었다(2017년 네슬레그룹은 블루보틀 지분 68%를 4억 2500만 달러, 한화 약 5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세간에선 이를 토대로 블루보틀의 기업 가치를 6억 2500만 달러, 약 7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블루보틀 매장 곳곳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느림’이다. ‘좋은 원두를 갈아 최상의 품질로 내놓는다’는 모토에 따라 커피 한 잔 마시려면 15분쯤 기다려야 하는 건 예사. 천천히 내린 커피를 마주한 채 나누는 사색과 대화를 중시해 매장 내엔 전기 콘센트 하나 없고 무료 와이파이 신호도 안 잡힌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블루보틀에 열광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뼛속까지 들어차 있고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노트북과 와이파이로 무장한 채 카페에서 살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한 매체에 실린 프리먼의 인터뷰 기사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이 둘 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그의 고백이 하나, 인터뷰 시점을 기준으로 블루보틀 인스타그램 팔로어 중 3분의 1이 한국인이란 사실이 다른 하나였다.


도전은 예측 가능한 길 아닌 낯선 곳에서

기자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즈음, 당시로선 하늘 같았던 모 국장에게 불려갔다. 사내에서 워낙 무섭고 괴팍하기로 악명 높은 선배였기 때문에 눈도 못 마주친 채 몸을 배배 꼬고 있는데 난데없이 질문 하나가 날아와 꽂혔다.

“그래, 시집은 좀 읽냐?”

딱히 할 말을 못 찾고 쭈뼛거리는데 이내 추상같은 불호령이 떨어졌다.

“남과 다른 기사를 쓰려면 언어를 네 맘대로 주무를 줄 알아야 해. 시집 읽는 것만 한 훈련이 없다. 틈날 때마다 부지런히 읽어!”

선배 말이라면 무조건 주워 섬기는, 말 잘 듣는 후배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그 주문이 내내 뇌리를 맴돌았다. 이후 실제로 꽤 여러 권의 시집을 샀다. 오래전 사두고 까맣게 잊었던 시집도 다시 꺼내 먼지를 떨어냈다. 물론 시어를 기사에 그대로 인용했다거나 하는 식의 ‘1차 효과’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집 독파’ 경험에 비례해 글쓰기에 재미와 속도가 붙었다. 고만고만한 기사를 납품하며 경쟁력을 고민하던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서 비교적 내 색깔도 뚜렷이 찾아갈 수 있었다.

만약 프리먼이 한국인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몇 년쯤 한국에 머물며 커피 소비 시장을 면밀히 연구했더라도 지금처럼 블루보틀이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올랐을까? 글쎄, 내 대답은 ‘노(No)’다. 진짜 괄목할 만한 성과는 애초 의도했든 아니든 예측 가능한 길을 거부하고 낯선 곳에서 도전을 감행할 때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낸다. 정식 건축 공부 한번 못해보고도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가 그랬고, 무기력하게 늙어가는 대신 겁 없이 ‘1인 방송’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그랬다.


뻔한 표현 피하고 ‘나만의 화법’ 생각하기

요즘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싸(인사이더)’가 되고 싶어 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최신 트렌드를 부지런히 좇는 건 그 때문이다. 음식에서 패션, 음악과 언어에 이르기까지 ‘남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유행 따라잡기 바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짜 인싸들은 트렌드 따위, 관심 없다. 다들 익숙해 뻔해져버린 아이템을 뒤로한 채 전혀 새로운 뭔가를 찾아 나선다.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다. 요컨대 진정한 인싸가 되고 싶다면 무수한 ‘이미 인싸(들)’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

《폭정(On Tyranny)》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티머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사학과 교수.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이란 부제가 달렸는데, 짧지만 명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문득 꺼내 읽곤 한다. 스나이더 교수는 책 속 아홉 번째 교훈 ‘어법에 공을 들여라’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다른 사람들이 쓰는 표현을 피하라. 누구나 하는 말을 그저 전달할 뿐이더라도 자신만의 화법을 생각해내라.”

장담하건대 지금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뭔가 성취하고 싶은 이라면 이 명제가 두고두고 유용할 것이다. 내친김에 그다음에 적힌 두 문장도 소개한다.

“인터넷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라.”

“책을 읽어라.”​

글쓴이 은열은 신문사에서 일하다 뜻한 바 있어 기업으로 이직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글쓰기인 데다 오랜 데스크 생활까지 거쳐 남의 글 들여다보고 고치는 데 이골이 났다.
어쩌면 이 땅 어딘가에 존재할, ‘논스톱 20년 차 직장인’의 내공이 궁금할 이름 모를 후배들에게 손톱만 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다시 글 쓸 용기를 냈다.
등록일 : 2019-07-11 오후 6:18:00   |  수정일 : 2019-07-11 14:57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NS 로그인
  • 페이스북 로그인
  • 카톡 로그인
  • 조선미디어 통합회원 로그인
  • pub 로그인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