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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특수청소부, 죽은 자의 흔적을 청소한다

⊙ 여름은 잔인한 계절, 구더기·악취와의 전쟁
⊙ 매년 늘어나는 고독사 현장, 씁쓸한 자화상
⊙ 아등바등 살다 간 이들… 죽음 통해 삶 보는 태도 달라져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2019-07-01 09:49

특수청소부 김완 하드웍스 대표. 사진=박수환
 
옆집에서 사람이 죽었다. 불행히도 꽤 된 것 같다. 그의 죽음을 알린 건, 산 자의 곡소리가 아니라 악취였다. 6개월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한 중년. 그가 살던 집에 온기는 없다. 침대 위, 생전의 체격을 알려주는 검붉은 얼룩이 차갑게 말라붙어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어떻게 죽는지는 모두 다르다. 예고 없는 죽음, 그래서 더욱 반갑지 않은 결말. 그 현장을 치우는 사람들, 특수청소부다.
  
“이를테면 ‘컨트롤 제트(Ctrl+Z)’의 업무를 하는 겁니다. 소거(消去)작업인 거죠. 영어로는 언두잉(un-doing). 한 사람의 생전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거예요. 쓰던 물건부터, 남겨놓은 핏자국과 마지막 냄새까지요.”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김완 하드웍스 대표의 말이다.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렴”

작업 현장은 크게 네 가지다. 범죄 현장과 고독사(자살) 현장, 동물사체 처리와 저장강박증 환자의 ‘쓰레기집’ 청소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고독사 현장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늘었다. 2014년 538명에서 지난해 무려 1056명이 됐다. 김 대표는 “실제로 고독사 현장 의뢰는 날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고독사한 한 중년 여성의 사례입니다. 우울증을 오래 앓다 가신 분이었는데, 친척들이 모두 제주도에 살고 있어서 반 년이 지나서야 발견됐어요.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전화기 옆 에 메모가 하나 있더군요. ‘이 고모는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려무나.’ 우울증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이곳저곳 전화를 많이 한다는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서서히 연락을 기피하게 되죠. 아마 조카가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자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마음을 무겁게 한 장면 중 하나예요.”
  
청소를 의뢰하는 사람은 건물주, 유족, 본인으로 나뉜다. 쓰레기집은 보통 본인이 직접 의뢰하고, 고독사인 경우 건물주가 한다. 이때 비용은 비영리 단체에서 지원받기도 하지만, 보통은 건물주가 낸다.
  
“유족들이 시신 수습 거부를 해서 건물주가 비용을 부담한 경우도 봤습니다. 한편 유족들이 충격에 빠져 있는 와중에 임대계약서상 원상복구 조항을 들며 신속히 처리하라는 임대업자들도 있죠. 씁쓸한 풍경이죠.”
  
  
存在와 不在
 
50대 후반 남성의 고독사 현장. 죽기 전까지 펼쳐봤던 구인광고와 옆에 놓인 마지막 디저트.
어떤 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장소. 역설적이게도 그곳을 정리하다 보면, 그 사람의 존재가 형상화된다.
  
“예컨대 바지를 담으면서 남자였구나, 허리는 몇이었구나 하고요. 사진이 나오면, 50대였구나. 책장이나 서랍을 비우면서 클래식을 좋아했구나, 구직 중이었구나, 정치색은 어땠구나 하는 걸 알게 됩니다. 동화되지 않으려 해도 그 인물의 삶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죠. 어쩔 수 없어요.”
  
갈수록 덜해서 다행인데, 초반에는 이런 심상이 너무 오래 남아서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첫 작업의 기억은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 있다.
  
“수원의 한 젊은 여성이 자살한 집이었어요. 사람이 죽은 곳이라는 사실만 빼면, 아주 깨끗한 방이었습니다. 강박적으로 정리를 잘 해놨더군요.”
  
행거에 걸린 외투는 일일이 보관용 커버가 씌어 있었다. 서랍장 안 양말과 속옷은 색깔별로 구분돼 있었고, 상의는 의류 매장 방식으로 개어 있었다. 샴푸와 보디클렌저, 화장품의 펌프 노즐도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정도였다. 싱글 여성이 분명했지만, 주방 물건들은 모두 쌍을 이루고 있었다. 밥그릇 두 개, 수저 두 벌, 소주잔과 맥주잔도 두 개씩. 그리고 냉동실에는 ‘쌍쌍바’가 들어 있었다.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만들어진 빙과죠. 주방을 치우며, 이름 모를 ‘상대’의 존재와 함께 그의 부재를 동시에 알게 됐습니다. 뜯지 않은 쌍쌍바. 그 작은 물건의 의미가 아찔할 정도로 크더군요. 아마도 그가 사라지고, 그녀가 살 이유도 함께 없어졌구나 싶었어요.”
  
김 대표는 “소설과 영화에 이 아이스크림이 소재로 등장했더라면 상당히 작위적인 설정이라고 했을 것”이라면서 “이 일을 하면서 현실이 허구를 뛰어넘는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구더기와의 전쟁, 여름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고독사 현장. 가지런히 걸려 있는 그의 양복들.
특수청소부는 필연적으로 ‘죽음’과 가까이 살고 있다. 죽은 자의 방을 치우며 살지만, 죽음 직전의 사람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자살을 앞두고 전화를 걸어온 이도 있다. 무명의 인물은 김 대표에게 ‘죽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건지’ 물어왔다.
  
“저는 평소 자살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존엄한 자살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 어떤 판단을 내리기가 조심스럽잖아요. 그런데 막상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받으니까 필사적으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길로 119에 전화를 했죠.”
  
언젠가는 용의선상(?)에 오를 뻔한 적도 있다. 
  
“또 어떤 분은 청소 의뢰를 한다며 전화를 걸어왔는데, 말이 횡설수설한 겁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죽음 처리에 대한 견적을 물어본 거였어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정황 설명이 잘 안 될 수밖에 없던 거죠. 이튿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습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저라고 하더라고요. 죽음 이후 벌어질 일이 궁금했던 거예요.”
  
― 혼귀(魂鬼)의 기운을 느낀 적은 없나요. 일본 영화를 보면 특수청소부가 추도 의식을 지내기도 하던데요.
  
“실제로 일본 업체에서는 공양도 하고, 향을 피워놓고 의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적은 없어요. 혼령의 기운을 느낀 적도 없고요. 추도 의식은 유족이나 건물주들이 합니다. 경남 사천의 한 건물주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소주를 사서 뿌리면서 마치 만트라를 외듯 ‘다시는 이 험한 곳에 오지 마라. 좋은 데 가시라’고 읊조리셨어요.”
  
한 주 작업량은 대중없다. 일이 몰릴 때는 일주일 내내 하고, 없을 때는 한 달에 고작 몇 건이 전부다. 한 집당 작업 기간은 오래 걸리면 3~4일, 빠르면 몇 시간 안에 끝난다. ‘특수’가 붙은 이름처럼 장비도 범상치 않다. 파란색 방진복에다 수술용 장갑, 신발덮개 그리고 그 덮개 안에 또 다른 덮개까지 껴 신는다. 하얀색 방진마스크를 낀 다음, 연한 회색의 방독마스크를 하면 얼추 준비가 끝난다. 김 대표는 “이러한 보호 장구들이 감염으로부터 청소부들을 보호한다”고 했다. 그다음 자외선오존살균기와 각종 청소도구, 문 따는 장비까지 구비하면 출동 준비 끝이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은 이들에게 더욱 힘든 날이다. 악취도 악취지만, 구더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4월부터 출현하는 구더기는 10월까지 이어진다. 단순히 몇십, 몇백 마리 정도가 아니다. 마치 융단처럼 바닥의 절반을 빼곡히 덮고 있다. 
  
“구더기가 있는 곳엔 파리가 있죠. 파리는 주로 창문에 붙어 있는데, 볼펜으로 찍은 점 같은 모양의 똥을 눕니다. 밖에서 봤을 때, 창문에 그런 점이 촘촘히 찍혀 있으면 사람이 죽어 있을 가능성이 큰 거죠. 끔찍하냐고요? 글쎄요… 그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사람이 죽은 곳에서 태어나는 생명이란 것이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고독사도 변사에 속해 경찰 수사가 이뤄진다. 특수청소부들은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걷고 들어간다.
당초 기자는 김 대표에게 현장 동행 취재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호기롭게 덤빌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정신적 외상이 상상 이상이라고.
  
“면접할 때 ‘헌병대를 나와서 무서울 게 없다’ ‘축농증이 있어서 냄새를 전혀 못 맡는다’며 자신만만해하던 직원들이 한 차례 작업 후 잠수탈 정도예요. 서구에서는 이 일을 다른 말로 ‘트라우마 클리닝’으로 부릅니다. 누군가 참혹한 현장을 보고 받을 트라우마를 대신하는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 직원들의 고충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사람마다 사체가 부패한 냄새를 다르게 표현해요. 썩은 젓갈 냄새 같다는 사람도 있고, 김치찜 냄새 같다는 사람도 있고요. 그게 뭐든, 그 상황에서 음식이 한번 떠오르면 평생 그걸 못 먹게 됩니다. 현장에 조금만 머물러도 악취가 머리카락에 다 스며요. 작업 후 식당 거부도 많이 당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냉대를 무시 못 해요. 험한 일,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은 그렇게 보는 게 사실이에요. 특히 나이 드신 분은 이 일을 굉장히 천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녀가 있는 경우 ‘아빠 직업은 특수청소부’라는 얘기도 당당하게 못 한다고 해요.”
  
― 김 대표는 강심장이라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겁니까.
  
“이제까지 들른 장소의 사연 하나하나가 깊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리 강심장은 아닌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구더기를 퍼 재끼는 악몽을 꿀 때도 있고요. 다만, 이 일에는 묘한 성취감이 있어요. 가득 들어찬 집을 시멘트만 남은 상태로 만드는 것. 해방감과 쾌감을 동시에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우리 업체에도 단골이 있는데요, 쓰레기집 같은 경우 의뢰인이 한 번 부르면 계속 불러요. 1년 주기로요. 한 번 싹 치우고, 또 1년 뒤에 가보면 가득 들어차 있죠. 그런 단골분이 언젠가 발길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새로운 인생을 찾으셨구나. 새 삶을 드렸구나 싶죠. 그럴 때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 싶어요.”
  
― 작업 후 별도로 치유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까.
  
“피아노를 칩니다. 손의 사용처가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거예요. 음… 오래된 고양이 사체는 딱딱하고, 얼마 되지 않으면 물컹하고 아직 체온도 남아 있어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손끝으로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는데, 그 손끝의 느낌을 피아노를 치면서 흘려버려요. 피아노를 치면 제가 의도한 대로 소리가 나잖아요. 그 대비되는 느낌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합니다.” 
  
  
죽음 통해 삶 보는 시각 달라져
 
한 자살자의 서랍장에 놓인 자기 위로의 책들.
아무도 반기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하지만 국내엔 아직 특수청소라는 세목이 없다. 그 때문에 전문화된 업체는 많이 없는 형국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장례업체에서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일본은 민간자격증을 부여하며, 미국도 특정 과정을 이수해야 특수청소부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전염병 관리 등 전문 기술뿐만 아니라, 타인의 존엄한 죽음과 죽음이 삶의 한 과정임을 아는 ‘죽음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직군”이라면서 “현재 국내엔 이런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가 따로 없어 업종의 전문화가 많이 뒤처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차렸다. 이 바닥에서는 연식이 꽤 된 셈인데, 그의 이력이 재밌다. 전공은 문예창작이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집필 활동은 계속해왔다. 대필도 많이 했고, 필명으로 쓴 작업도 여럿 이다.
  
“회사를 차리기 전 일본에서 재활용 시장 관련 원고 작업을 했습니다. 재활용 시장에 유품들이 많이 쏟아지거든요. 그래서 이쪽으로 관심을 갖게 됐죠.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2012년 겨울 회사를 차렸습니다.”
  
‘하고 많은 중에 왜 하필’이라는 질문에 답변은 솔직했다. 경제적 동기가 컸다고 했다.
  
“뭐 먹고살지…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청소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 분야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접했고요. 기본적으로 콘텐츠에 관심 있기 때문에 가능했죠.”
 
첨단장비인 자외선오존살균기. 일본에서는 이 장비가 있는지에 따라 전문 특수청소부로 구분된다.
원고 작업은 요즘도 한다. 작업 현장에 다녀온 후 심상을 글로 옮겨 둔다. 그가 노트를 살짝 보여줬다. 남편이 먼저 죽고, 오랫동안 미망인으로 살다 쓸쓸히 간 다독가(多讀家) 중년의 집을 다녀온 후 남긴 글이다. 
  
“서가(書架)를 완전히 비우자 빈 책장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책장의 앙상한 골격이 마치 그의 등 같다. 한때는 건강하고 넓고 우뚝 했을 그의 등, 이제는 나이 들어 야위고 뼈가 앙상한 등. 빈 책장은 어쩌면 그 주인의 십자가 같은 것은 아닌지. 빈 책장을 바라보면 일생 동안 그가 짊어진 것들이 떠오른다. 수많은 생각과 믿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인생의 목표와 그것을 관철하고자 했던 의지, 이끌어야 했던 가족의 생계, 사적인 욕망과 섬세한 취향들, 기꺼이 짊어진 것들과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나 어쩔 도리 없이 져야만 했을 세월…. 그가 진 십자가는 또 그녀의 십자가로 대물려졌을까, 글쎄. 어느 날 들이닥친 알량한 청소부가 잴 수 있는 세월의 크기가 아니라는 건 알겠다.”
  
― 이 일을 하면서 죽음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현장에서 치열한 삶의 흔적을 보곤 합니다. 책장에 빼곡히 자기계발 서적이 꽂혀 있는가 하면, 벽면에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을 거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글귀를 써놓은 이도 있었어요. 그런 애착들, 무게감이 결국 어떤 효력을 발휘했나요. 우리는 너무 눌려서 살고 있어요. 본인의 역량보다 더욱 잘 하기 원하고, ‘힘들다, 어렵다’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죽음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게 아니라, 외려 삶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인생을 그리 무겁게, 진지하게만 보지 말자란 생각이 들더군요. 동화작가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처럼요.”
등록일 : 2019-07-01 09:49   |  수정일 : 2019-07-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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