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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만 보는 잡지 <수사연구> 전웅진 발행인, "수사는 ‘경찰의 꽃··· 인력 증원 필요"

폐간 위기 여러차례··· 경찰 조직과 수사 발전에 이바지한 자부심으로 버텨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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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수사전문지인 월간 <수사연구>전웅진 발행인이 최신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가에는 그가 젊음을 바쳐 만든 지난호가 꽂혀 있다. 

“1983년 불모지대나 다름없었던 경찰 수사 분야의 실무자료를 발굴하고 공급하는 경찰잡지를 창간했습니다. 창간 이래 단 한 호수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410호를 발간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내 유일의 수사전문지를 발행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습니다.”
 
경기도 일산동구 한 오피스텔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전웅진(68) 수사연구사 대표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30대 후반에 월간 <수사연구>라는 잡지의 발행인이 된 이래 고희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오직 한길만을 달려왔다.
 
“<수사연구>는 원래 경찰 총경 출신인 선친이 창간한 잡지에요. 당시 저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수사연구> 발행인을 맡으라고 하시더군요. 그게 1989년 초였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느 날 출판·잡지 분야로 인생이 바뀌게 된 겁니다.”
 
<수사연구>는 한 때 직원을 60여명이나 둘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회사의 주 수입은 수사연구 잡지가 아닌 ‘법령집’이나 ‘관할구역대장’의 판매량에서 나왔지만, 그렇게 번 돈의 상당수를 <수사연구> 잡지개발에 투자했고 그럴수록 <수사연구>를 좋아하는 마니아 독자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출판과 잡지 산업 전반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2005~2006년을 기점으로 다시는 그러한 ‘화려한 시절’은 오지 않았다.
 
“서울에 회사 소유 빌딩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셈이죠. 잘나가던 시절 벌어놓은 재산도 이 잡지에 모두 쏟아 부었어요. 우수한 필자들을 많이 섭외하고, 경찰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뛰어난 경찰관을 선발해서 기념패와 격려금을 지급했으며, 과학수사 발전을 위해 현장감식 공모전을 진행하여 상금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민간인들은 구독조차 불가능하고 오직 경찰들이나 수사권이 있는 사람만 구독할 수 있게 만든 전문지이다 보니 큰 수입이 나올 구멍이 없어 그동안 폐간의 위기까지 간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지금까지 버텨온 게 스스로 대견할 정도입니다.”
 
"경찰 수사 선진화에 엄청난 기여"

-부친께서는 왜 이 같은 생소한 전문분야의 전문잡지를 만드셨나요.
 
“아버지는 경찰로 근무하셨을 때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이라도 우리나라 경찰관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끔찍하게 싫어하셨죠.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수사전문 잡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셨는데, 그 잡지들을 통해 그 나라 경찰관들의 수사관련 지식이 향상되고 따라서 수사 선진화에 큰 일조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신 겁니다.
 
이런 잡지가 국내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퇴직 후 <수사연구>를 창간했습니다. 경찰관들의 지식을 향상시키고 특히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과학수사를 보급해야겠다는 열정이 대단하셨어요. 우리 잡지는 창간 때부터 정권과 이념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경찰만을 위한 잡지를 지향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우리 잡지가 경찰 조직과 수사 발전에 이바지한 바는 감히 비할 데가 없다고 자부합니다.”
 
-주요 구독자가 경찰인지요?
 
“경찰에서 구독하는 잡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 잡지는 경찰의 동반자로 수사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전파해왔습니다. 하지만 사건·사고 수사와 관련한 민감한 사진이나 내용도 있기에 경찰이나 군대의 수사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은 구독할 수 없습니다. 독자층도 한정되어 있고, 경찰이 책정한 예산범위 내에서만 구독이 이루어지기 발행 부수를 늘리는 데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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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수사연구>. 창간 35년이 된 전문잡지다.


-수사기관의 정기구독만으로는 유지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몇 년 전까지는 그럭저럭 운영이 됐는데, 매년 예산이 줄어드니 힘이 듭니다. 예전엔 경찰 다이어리나 단행본, 법령집제작 사업 같은 부대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잡지 제작을 충당해왔는데, 인터넷의 보급으로 출판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그런 사업도 한물갔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잡지를 통해 돈을 벌기보다는 예전에 벌어놓은 돈을 까먹으면서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화려했던 수사전문지의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몇 명의 직원들과 저와 가족들까지 정말 똘똘 뭉쳐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전 발행인은 “예전에는 각 경찰서에 보급되는 법령집 제작 사업에서 나오는 큰 수익으로 <수사연구>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 전까지는 법령집제작 사업에서 이윤이 많이 나왔습니다. 수사연구가 전문지이다 보니 어차피 정기구독으로 발생하는 수입만으로는 잡지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창간 당시부터 법령집제작 판매 수익 대부분을 <수사연구> 잡지 제작에 쏟아 부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포기를 모르신 분이었습니다.
 
<수사연구>라는 잡지가 국내에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하든지 앞만 보고 가신 분입니다. 아마 법령집관련 사업만 하고 <수사연구> 잡지를 만들지 않았다면, 큰돈을 모았을 테지만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경찰 수사 선진화에 우리 <수사연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고, 그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경찰과 함께 만드는 국내 유일의 수사 초전문지

-잡지 취재에는 경찰의 협조가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서 워낙 오래된 잡지이고, 경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잡지입니다. 우리 잡지는 경찰과 함께 만드는 국내 유일의 수사 초전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관련 잡지가 그동안 수없이 등장했지만, 지금 흔적도 없이 다 사라지고 우리 잡지만 남았잖아요. 경찰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취재를 나가면 대부분 식구처럼 협조해주시고, 과거 수사연구를 얼마나 열심히 읽었으며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참 고마운 부분입니다.
 
대신 경찰에서 제공한 자료에 대한 보안은 철저하게 유지하고 기사 작성 후 바로 파쇄합니다. 저희는 지난 수십년간 경찰 수사의 실무 자료를 발굴해서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경찰 활동과 관련된 국내의 논문과 법조계, 학계, 법의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의 논단과 해설 등을 게재하면서 경찰의 조직과 수사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또한 경찰수사행정의 핀치마다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고자 힘써왔습니다.”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나는 사건이나 사고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경찰들을 위한 수사전문지이다 보니 살인사건을 많이 다루게 됩니다. 특히 현장감식 같은 부분에 대해 경찰들을 교육시키려면 현장 사진도 필수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사망한 피해자의 사진도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물론 모자이크와 눈가리개 작업을 다 하고 내보내죠. 그런데 옛날에 한 번 사자(死者) 명예훼손죄로 고소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수사권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교육용으로 나가는 책자이다 보니 검찰에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깜짝 놀랐었죠. 그래서 이후부터 살인사건 사진은 더 조심히 다루고 정말 꼭 필요한 사진만 내보내도록 서서히 시스템을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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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받은 은관문화훈장이 수사연구사 사무실 한켠에 걸려있다. 전웅진 회장은 "<수사연구>를 만들지 않았다면 큰돈을 모았겠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잡지 제작에 가장 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 세상에 광고 없는 잡지가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광고 없이 잡지를 만들고 있으니 상황이야 설명을 자세히 드리지 않아도 짐작이 가실 겁니다. 바람이 있다면, 정부 기관에서 조직에 꼭 필요한 이런 초전문지는 일반 잡지와 구분해서 예산을 편성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전 발행인은 “조직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잡지라면 비록 민간에서 발행하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우리 같은 초전문지에 쓰이는 예산은 극히 작지만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걸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처 발전에 특별한 기여하는 초전문지의 가치 알아줬으면···"

-경찰조직 발전을 위해서 한마디 하신다면.
 
“수사는 ‘경찰의 꽃’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부분입니다. 수사가 제대로 되려면 현장 인력이 많아야 합니다. 저는 경찰이 발전하려면 많은 인원을 현장에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봐도 경찰관들의 수가 너무 적으므로 꼭 증원이 되어야 합니다. 수사권 독립도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국민이 좀 더 안심하고 경찰을 믿고, 지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 발행인은 “현재 경찰 조직의 대부분의 인원이 고학력자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인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며 “조금만 노력하면 최고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경찰조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업무의 매뉴얼화와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건 발생단계부터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수사를 해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뉴얼을 따랐을 경우에는 절대로 견책을 받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결국 실추된 공권력도 살아난다고 봅니다.”
 
전웅진 발행인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사)한국잡지협회 회장(38대)을 역임했다. 잡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으로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급변하는 잡지의 미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누구보다 먼저 잡지의 디지털화를 주창한 사람입니다. 미디어 산업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종이잡지에만 매달려서는 승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종이 매체가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책은 책 나름대로 고결함과 우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식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형태로만 얻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디지털이 아무리 앞서가도 책이 주는 감성적인 부분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30% 정도의 종이 잡지와 책은 유지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와 병행발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발행인은 “잡지는 ‘잡지’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물론 세상엔 형편없는 잡지도 있긴 하나, 우리 <수사연구> 같이 어떤 기관이나 부처에 꼭 필요한 초전문지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수사연구>를 포함해 이런 꼭 필요한 잡지들이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운 환경이라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잡지미디어들은 항상 옆에 있을 때는 그 중요성이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막상 없어지고 나면 빈자리를 느끼게 됩니다. 
 
<수사연구> 처럼 오랜 시간 한 분야만 다뤄 온 전문적인 잡지미디어는, 그동안의 노하우로 원고 하나 하나도 꼭 필요한 것들만 선별해 전문가들에게 받고, 사건기사도 오랜 시간 작성하고 수정하여 장문의 기획기사로 내보냅니다. 월간지이기 때문에 최근 사건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수사관련 이슈를 연구해서 그에 맞는 내용을 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는 거죠. 
 
이렇게 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꾸준히 전하기에 가장 적정한 매체가 바로 잡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부기관의 특별한 부처의 발전을 위한 전문지는 명칭을 기재하여 국가예산으로도 구입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전 발행인은 “이런 데 필요한 예산은 정말 극히 극히 소액“이라며 ”그 소액의 지원이 정부의 각 부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오랜 전통이 있는 잡지미디어도 지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등록일 : 2018-01-12 17:11   |  수정일 : 2018-01-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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