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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중 사망 故 이은교 소방관 어머니 최경례 씨 인터뷰

“구조 활동 중 희생한 소방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으니 씁쓸하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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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해역 현장 수색 업무 후 복귀하다 헬기 추락 사로고 순직한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의 이은교 소방관. 이 날 함께 순직한 이들과 함께 1계급 추서되었다.

 
“오늘도 진도 세월호 침몰 해역에 대한 유실 방지 항공수색을 오늘로 5번째(5일씩) 지원합니다. 가는 길에 하늘로 올라가는 신기하게 생긴 구름을 봤네요. 오늘도 저희 119소방관들은 최고가 되겠습니다.”
 
이 글은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항공구조대원이었던 고(故) 이은교(31) 소방교(순직 당시는 소방사)가 순직 3일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름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이 소방교는 동료 5명과 함께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희생자 수색 지원임무를 마치고 헬기로 귀환 중 추락사고로 순직했다. 이 사고로 정성철(52, 기장) 소방령, 박인돈(50, 부기장) 소방경, 안병국(39, 정비사) 소방위, 신영룡(42, 구조대원) 소방장 등 탑승자 전원이 함께 숨졌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침몰한 세월호도 인양돼 선체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선체 인양과 수색의 전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아픔 뒤에 가려진 또 다른 희생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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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7일 강원소방본부 헬기가 광주시내 아파트 단지 옆으로 급강하며 추락하고 있다. / YTN

"안전 공백 우려에 급히 복귀를 서두르다…"
 
강원소방본부의 헬기 사고가 난 것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꼭 두달 만인 2014년 7월 17일 제헌절이었다. 강원소방본부는 다른 지역 소방본부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침몰 해역 일대의 수색작업을 돕기 위해 참사 2주 만에 헬기와 승무원을 파견했다. 수색은 일주일 단위로 교대되었다고 한다.
 
1주일 간의 임무를 마친 강원소방 헬기는 춘천으로 복귀하기 위해 10시 48분 전남 광주 비행장을 이륙했다. 당일은 장마철이라 비구름에 안개가 짙어 시야가 좋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은 귀환을 결정했고, 이륙 4분 만에 변을 당했다. 헬기가 추락한 장소는 광주시 광산구의 인구밀집 지역 아파트 단지 옆 도로로 자칫 대형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륙 얼마 후 헬기는 오른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100미터 상공에서 45도까지 기울어진 헬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며 갑자기 급강하를 시작했다. 훗날 사고조사에 의하면 기장이나 부기장이 이륙 얼마 후 우측 방향 페달을 밟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헬기가 구름 속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자세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기체 회복을 시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
 
강원소방본부 소속의 동료 헬기 조종사들은 “헬기는 추진과 선회를 위해서 주회전날개의 회전 축의 기울기를 조절하는 데, 당시 사고 헬기는 동체의 기울기가 한계치를 넘기면서 기계적 통제력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구급차가 교통신호를 지켜가면서 구조 활동을 할 수 없듯이 소방 헬기도 인명구조와 진화라는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료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넓은 강원도 지역의 구조업무를 두 대의 헬기가 담당하고 있는데 당시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책임감이 높은 승무원들이 도내(道內) 안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복귀하려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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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연신 눈물을 흘리는 이은교 소방교의 어머니 최경례 씨. 

"어머니, 이제부터 놀러도 자주 가요"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은 잠시 조명을 받았지만, 곧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정년을 몇 년 남겨 놓지 않은 남편도 있었고,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을 남겨둔  아버지도 있었다. 기자와 통화한 유족 대부분이 “이제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상황에서 아픈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기 싫다”며 언론 접촉을 꺼렸다.
 
유가족 중에 한 명은 “3년 동안 세월호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언론이 구조 활동 도중에 희생한 소방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으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순직 소방공무원 유족 가운데 구조대원이었던 이은교 소방교 어머니 최경례(60) 씨를 만났다.
 
최 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작은 빌라에 혼자 살고 있었다. 순직한 이은교 소방교는  외동아들로 최 씨가 의지하며 살았던 유일한 피붙이였다. 최 씨 남편은 아들이 어릴 때 건설현장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기자를 만난 최 씨는 “그해 9월 5일 결혼 날짜까지 잡아 놨었는데…”라며 인터뷰 도중 연신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2주일에 한번 정도 다녀갔어요. 마지막 집에 왔을 때는 혼자 사는 엄마가 마음에 걸렸는지 ‘이제부터 시간이 나니까 놀러도 자주 가자’고 하더군요. 그동안 서로 사는 게 바빠서 놀러 한번 못 갔어요. 사고 전날 통화를 했는데, 이제 복귀할 거라고 하더니만 그 다음날 사고가 났어요.”
 
최씨는 “아들이 특전사 출신으로 이라크에도 파견되었고, 군 제대 후에는 구조 전문지식을 쌓겠다며 대학에 갔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은교 소방교는 송호대학교 간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송호대학교는 이 소방교 순직 후 어머니인 최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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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꾸며놓은 아들의 방. 액자 속 사진에서 이은교 소방관이 활짝 웃고 있다.

항상 밝게 웃던 아들
 
최 씨는 “아들이 제대 후 청와대 경호팀에 지원해서 최종 후보 2명에 들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합격했고, 자기는 진로를 소방대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없어서 혼자서 정말 힘들게 키웠어요. 아들은 혼자 사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춘천 지역을 자원했어요. 아들과 떨어져 살아도 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이 든든했는데, 갑자기 잃고 나니 의지할 곳도 없고 허탈한 마음을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 밥상머리에 앉아도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 할 피붙이 하나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에 눈물만 나옵니다.”
 
최 씨는 “아들이 인상을 쓰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다닐 때도 효도상을 받을 정도로 엄마한테도 잘했고, 직장에서도 윗분들한테도 잘한다고 소문이 났어요. 인정이 넘쳤어요. 학교 다닐 때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마침 해 놓은 밥이 조금 밖에 없었어요. 그러자 은교가 자기는 배부르다며 안 먹고 친구를 주더군요. 군에 있을 때는 입버릇처럼 ‘이 한 몸 바쳐 나라를 지킨다’고 하더니, 제대 후에는 ‘나 한 몸 희생해서 가족을 지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그런 소리는 뭣하러하냐’고 한 적이 있어요.”
 
최경례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아들 방을 따로 꾸며 놓았다. 방에는 이 소방교가 생전에 받은 각종 상장과 보던 책이 놓여 있었고, 한 켠에는 제사상이 보였다. 최 씨는 “이렇게라도 해놓아야 아들이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힘들고 보고 싶을 때 이 방에 들어와 한 번씩 통곡을 한다”고 말했다. 사실 최 씨가 현재 살고 있는 작은 빌라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아들이 와 본적은 없다고 한다.
 
“아들을 키울 때는 내가 일을 한다고 매일 늦게 들어와서 대화 한번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20대 때 엄마 없이 자란 한 아이를 자식처럼 키워 준 적이 있어요. 마음으로 항상  딸처럼 생각한 아이였는데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네요. 그 아이 이름과 아버지 이름도 알고 있어서 조회를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등록일 : 2017-05-17 11:15   |  수정일 : 2017-05-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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