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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산업으로 방치된 숲을 보물로”

나비군수의 변신, ‘산림경영 CEO’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 3선의 함평군수 뒤 작년 10월 산림조합중앙회장에 再選
⊙ 역발상의 히트작 ‘나비 축제’, 지금은 樹木葬으로
⊙ 산림조합 금융점포를 힐링 공간으로 만드니 여수신 4조원 증가
⊙ 숲은 資本… 이제는 治山綠化 대신 산림경영 할 때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2019-03-12 10:01

李錫炯
1958년생.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농업개발대학원, 행정대학원 졸업 / KBS 프로듀서, 함평군수(민선 2~4기), 국가균형발전위원, 한국곤충산업협회 회장, 전국청년시장군수구청장(청목회) 회장 역임. 現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보재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사진=조현호
  이석형(李錫炯·61) 전 함평군수. 12년간 재직하던 KBS 프로듀서를 그만두고 만 39세 나이로 군수에 당선됐다. 함평 하면 나비가 떠오르고, 나비 축제가 연상된다. 2010년부터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함평 나비 축제와 나비의 생태를 소개하는 내용이 7쪽에 걸쳐 실렸다. 아이들은 나비 축제가 어디서 열리는지, 호랑나비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배우면서 자연스레 함평에 호감을 갖는다. 어쩌면 이석형이란 이름을 알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이다. 75만의 조합원과 210만의 산주(山主)를 대표하는 자리. 작년 10월 임기 4년의 재선에 성공했다. 그것도 산림조합원들의 신임투표로.
 
  흔히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학교’라고 말한다. 현재 그는 함평에서 12년간 배운 행정의 노하우를 임업인들에게 전수 중이다.
 
  기자는 이석형 회장을 만나려면 당연히 함평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산림청(대전)과 가깝거나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농산물유통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한 전주, 나주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수도 서울의 송파구에 산림조합중앙회 사무실이 있었다. 혼자 실소(失笑)하며 이 회장을 찾아갔다.

  ― 본론에 앞서 함평 얘기부터 할까요.
 
  “좋죠.”
 
  ― 마흔에 군수가 되셨어요. 안정된 직장을 던지고 선출직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만으로 서른아홉이지요. 더군다나 딱 12년 일하고 PD를 그만뒀잖아요. 아버지한테는 (사표 썼다는) 이야기도 못 하고 와이프한테만 했지. 학교 다닐 때 학생 장을 해서 그런 DNA가 있어선지 모르겠어요. 방송하면서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으니…. 아내가 ‘그렇게 원하니 별수 있나? 해야지’ 그랬어요.
 
  그랬는데, 막상 사표를 던지고 나오니 앞이 캄캄했죠. 당시 군수하고 지역 국회의원하고 고교 동기동창이어서 대의원들을 다 정해놨어요. 난 대의원 자격도 안 되더라고요. 그 판에 뛰어들어 역전시켜 가는데… 미치면 되더라고. 3개월도 안 돼 군수가 됐어요.
 
  1998년 3월 9일 사표를 쓰고 6월 4일 군수가 됐으니. 그것도 기록일 거여.”
 
  ― 언론인 출신 자치단체장이 잘 없어요.
 
  “왜 오효진 청원군수가 《월간조선》에 계셨잖아요. 기자나 방송인은 목에 힘이 들어가서 그렇지요. 공무원 출신들이 선거 나가면 거의 떨어지는 것도 그래요. 평소 섬기는 버릇이 안 돼 있어서….”
 
  ― 섬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셨나 봅니다.
 
  “고교 시절, (학도호국단의) 연대장을 했는데, 그때부터 정치를 했어요. 친구와 선후배의 상갓집을 다녔으니까요. 일찌감치 현장 소통 경험이 있었던 셈이지.”
 
 
  3無의 고장과 나비 축제, ‘순금 황금박쥐’
 
함평군수 시절인 2009년 2월 4일 이석형 군수가 입춘을 맞아 함평읍 엑스포공원에서 지역 경제인들과 함께 경제난 조기 극복과 나비 대축제 성공을 기원하며 나비 2009마리를 날렸다.
  그는 농고(함평농고)와 농대(전남대)를 나왔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설 당시 캐치프레이즈가 ‘용봉골의 작대기가 되겠다’였단다. 전남대학교 캠퍼스를 용봉골이라 부른다. 대학이 들어선 터가 용봉부락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구호 역시 촌스러웠다. KBS에 입사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칭 ‘논두렁 PD’라고 했는데 소재를 거의 농어촌에서 찾았다고 봐야지.
 
  뱀장어를 다룬 45분짜리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반향이 컸죠. 뭐가 기억에 남느냐고요? 물고기는 귀 뒤에 이석(耳石)이 있어서 헤엄을 칠 때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죠. 뱀장어도 이석이 있는데 메스로 (이석을) 자르면 나이테가 나와. 나무 나이테처럼. 그걸로 장어 나이를 알 수 있어요. 그런 것들로 일종의 특종을 했지.
 
  그다음으로 다큐 3부작 광주 100년, 또 레슬러…. 레슬링 종목에서 올림픽 4회 연속 출전한 학교가 함평농고예요. 금메달리스트 김원기·김영남이 나온 레슬링 명문이죠. 배고픔 달래며 투지를 불사르는 레슬러들의 얘기…, 그런 프로들이 기억나네요.”
 
  ― 나비 축제 발상은 어떻게.
 
  “나비 생태를 다룬 미니 다큐를 제작한 경험이 있어 나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나비는 청정한 땅에서 서식하니까 함평의 친환경 농업을 홍보하는데 딱이라는 생각을 했지. 유채꽃밭 사이로 나비가 너울너울 날아다니는 모습은 절로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래서 질러버린 거예요. 초짜 군수의 나비 축제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겁니다.”
 
  이석형 회장은 “함평이란 곳이 국보나 보물 한 점도 없는 3무(無)의 고장”이라고 했다.
 
  ― 3무가 뭐죠.
 
  “천연·관광·산업 자원이 전혀 없다는 뜻이죠. 하다못해 고려·조선 시대에 귀양 온 사람도 없었으니까. 강진에 정약용, 해남에 윤선도, 단양에 정철, 화순에 조광조, 나주에 정도전이 귀양을 왔는데 함평엔 안 온 거야. 뭐 문화적으로 홍보할 게 없었어요.
 
  그래서 나비를 생각해낸 것인데 어차피 함평 사람 71%가 농업 종사자인데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모델을 생각해낸 거지.”
 
  ― 지금 함평은 어떤가요.
 
  “좀 안타까운 게 있죠. 대한민국 문화가 그래요. 뭐랄까 정당한 평가를 못 받은 부분이 있죠. 1999년 함평에서 세계적인 멸종 위기동물인 황금박쥐의 집단서식지가 발견됐거든요. ‘순금 황금박쥐’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1t 규모의 조형물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도 의회에서 반대하니까 162마리가 서식한다고 해서 금 162kg만 썼는데, 그게 순금이 아니라고 고발을 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순도(純度)조사를 했으니까요. 그렇게 폄하를 하고….”
 
  그는 함평의 엑스포공원에 세워졌던 ‘순금 황금박쥐’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 지금 나비 축제는 잘되고 있나요.
 
  “네, 잘되고 있어요.”
 
  작년 4월 27일부터 11일간 열린 제20회 함평 나비 축제에는 하루 3만여 명이 찾았다. 봄비가 내렸으나 24종 20만 마리 나비의 우아한 날갯짓과 유채꽃, 무꽃 등 형형색색의 꽃향기에 취한 관광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축제장 내 농·특산물 및 각종 판매장이 10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 13회 축제부터 7년 연속(16회는 세월호 참사로 취소) 10억원을 돌파했다.
 
 
  “나비를 가지고 돈을 벌다니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로다”(DJ)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당시 집무실 모습이다. 캐비닛에 나비와 곤충 모형을 붙여 놓았을 정도로 나비에 애착이 깊었다.
  ― 그때 지자체 첫 브랜드라는 ‘나르다’도 있었지요.
 
  ‘나비가 날다’에서 착안한 ‘나르다(Nareda)’ 브랜드는 ‘나비의 고장’ 함평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지자체 상표였다. 2002년 전남도 1시군 1품목 육성사업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탔고 자치단체 경영수익 모델로 평가받았다.
 
  “넥타이, 스카프가 불티나게 팔렸죠. 타월, 찻잔, 지갑, 팬시용품 등에 ‘나르다’를 붙였죠. 우리가 낸 실용신안, 특허 등이 200여 개나 됐을 거예요. 이후 지자체마다 다 따라서 했죠. 2002년도인가, 전국 기초·광역 포함해서 가장 특허를 많이 낸 곳이 함평이었어요.”
 
  ― ‘나르다’ 브랜드는 지금도 있나요.
 
  “후임(군수)이 다 없앴더라고. 시대 흐름을 모르는 리더들이… 경시하는 게 있어요. 그런 게 아쉽지요. 내가 군수 할 때 공공디자인을 얘기하니까, 군의원들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8년 나비 축제 때 함평에 와서 ‘서울시가 공공디자인을 시작하는데 이 조그마한 곳에서 벌써 10년 전에 공공디자인을 도입했느냐’며 놀랐어요.
 
  공공디자인의 개념 없이는 창조도시가 안 만들어지잖아요. 그땐 ‘함평에서 걷든, 잠을 자든, 나비 꿈을 꾸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 멋진 생각이셨네요.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위해 함평의 가로등, 다리 난간, 담벼락, 승강장, 식당의 수저 받침대, 도배지, 민박집에 덮고 자는 이부자리까지 나비 디자인을 넣었어요. 한번은 탤런트 고두심씨가 함평 민박집에서 잠을 자면서 ‘나비 꿈을 꿀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몰입을 했어요.”
 
  나비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지구의 날’에 날린 청와대 나비 2000마리다. 초짜 군수 이석형은 2000년 4월 제2회 나비 축제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나비 수천 마리를 날려 국민 이목을 끌겠다는 야심 찬 기획을 세웠다.
 
  “그해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청와대에서 나비를 날리자고 얘기를 꺼냈더니 공무원들이 펄쩍 뛰어요. 청와대 행사는 1년 전에 협의해도 안 된다는 겁니다.
 
  전남도청과 환경부에 얘기해도 안 된다는 말만 들었어요. 제가 청와대에 직접 전화하니 (경호실에서) ‘나비 가루가 피부병을 유발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요. 내가 그랬죠. ‘군인들이 정권 잡을 때마냥 소통이 안 되고 막무가내면 나도 한 다리 걸쳐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고요. ‘되든 안 되든 대통령에게 물어만 달라’고 했지요.”
 
  ― 직보 라인이 진짜 있었나요.
 
  “라인이야 뭐… 한 다리 걸치면 다 되는 거니까.”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대통령께서 좋은 생각이라며 행사를 허락하셨어요. 그러니 갑작스레 청와대가 바빠졌죠. (의전팀이) 날이면 날마다 나비 안부를 물어요.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행사 전날 장대비가 쏟아져요. 나비는 온도가 낮거나 비가 오면 못 날거든요. 제가 청와대 녹지원(유리온실)의 열대 식물을 빼고 그 안에서 날리자고 했어요. 경호팀이 ‘여기(청와대)가 당신 안방이냐’고 하더군요.”
 
  하여튼 그날 우여곡절 끝에 노란 옷을 입은 어린이 45명과 함께 나비 2000마리를 날렸다. 장관이었다. 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보도돼 홍보 효과로 만점이었다.
 
  “아쉽다면 그해 4·13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서 대통령이 얼굴을 안 비치셨죠. 화병이 나셔서…. 그래서 이희호 여사와 환경부 장관, 청와대 수석들하고 나비를 날렸죠.”
 
  나중 김대중 대통령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참 대단하다. 날아다니는 나비를 가지고 돈을 벌다니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로다. 이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성과다.”
 
 
  함평의 나비, 산림조합의 樹木葬
 

산림조합중앙회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인 공공수목장림을 운영하고 있다. 이석형 회장은 “전국 광역단체마다 1곳 이상의 공공수목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그런 함평의 성공이 산림조합중앙회로 이어지고 있나요.
 
  “지금은 산림조합을 위해 쏟고 있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통 힌트 투성이에요. 나비처럼 말이죠. 쓸모없이 보이는 것도 발상을 뒤집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블루오션이 됩니다. 큰 빌딩 짓고 큰 사업 유치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에요.”
 
  그는 《장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고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언뜻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큰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숲과 산림이 바로 그렇지요. 하늘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역발상의 나비 축제처럼 산림에 대한 역발상으로 ‘무용지용’을 증명할 생각입니다.”
 
  ― 어떻게요.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산림조합중앙회)는 거의 산림업에 의존하잖아요.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며 임도를 내고 사방댐이라든가, 재해 복구도 하고….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민간법인이 전국에 2500개나 될 겁니다. 과거엔 산림조합이 독식했던 사업인데… 그렇다고 (민간법인을) 없앨 수도 없고….”
 
  ― 민간법인이라면….
 
  “쉽게 말해 산림건설업자들이죠. 그들과 싸우기보다 우린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어요. 그게 수목장(樹木葬)입니다. 수목장은 예(禮)를 중시하는 장례문화잖아요.”
 
  그러고 보니, 작년 5월 20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수목장으로 영면했다. 생전 자신이 가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화담숲에 묻힌 것이다.
 
  수목장은 자연장 중의 하나로 주검을 화장 후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이다.
 
  “전국에 2000만 기 가까운 묘지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중 3분 1 이상이 무연고 묘지고 핵가족화로 망실되는 묘지가 늘고 있어요. 이들 봉분을 자연장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게 제2의 산림녹화 사업이라 생각해요.”
 
  2017년 출범한 SJ산림조합상조는 현재 4만5000명이 가입했다. 전남 진도와 장성군 2곳에 공공수목장림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연차적으로 전국 광역단체마다 1곳 이상의 공공수목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석형 회장은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상호금융 이야기를 꺼냈다.
 
  “전국 142개 산림조합 중 138곳에서 금융점포를 운영하는데 굉장히 영세해요. 정말이지 임업인만 찾는 공간이어서 하루 고객이 50명 될까 말까 했어요. 아이디어를 냈죠. ‘이 공간을 힐링공간, 치유공간으로 만들자’고요. 금융점포를 2층으로 옮기고 그 옆에 숲 카페(‘티숨’이라고 부르는)를 연계시켰죠. 1층에는 시선 끄는 임산물 가공품점도 열었어요.
 
  조합원 대개가 산림녹화 사업에 참여하던 연배 많으신 분들인데, 여성 리더를 발굴하고 이사들을 새로 영입했죠. 2014년 취임 당시 6조1000억원의 여수신 규모가 지난해 연말 10조2000억원으로 늘었죠.”
 
  ― 와… 어떻게 하신 겁니까.
 
  “주인의식을 불어넣었어요. 영업비결은… 언행일치? 리더가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래서 20조원 목표를 세웠습니다.”
 
 
  山林의 변신, 땔감·목재 수단에서 휴식·힐링 공간으로
 
산림조합중앙회 산하 산림버섯연구센터에서는 임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해 표고버섯 재배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석형 회장은 “산림의 산업화·자원화와 더불어 생태·환경·관광·문화·서비스가 결합한 산림 융복합 산업으로 조합이 진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예컨대 임업인이 직접 생산한 곰취, 곤드레, 산양삼, 잣 같은 1차 생산품만이 아니라 산나물 즉석밥, 냉장 고사리, 아이스 홍시 등 2차 가공상품 개발이 그래요. 농촌 융복합상품 전용 판매점도 그런 뜻에서 만들었어요.
 
  목재 펠릿제조공장, 산림버섯연구센터 등과 같은 사업들은 혁신의 결과들이죠. 사람들은 이제 산림조합이 나무나 목재와 관련된 산주만의 조합이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싶어요. 앞으로 귀산촌인들의 소득 창출을 위해 고품종의 버섯종균을 개발해 보급할 생각입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숲 유치원을 비롯한 숲 치유, 숲 뮤지컬, 산악 승마, 휴양림, 그리고 파크골프를 비롯한 산악자전거 등 산림 융복합 산업에 관심이 많다. 파크골프는 난개발 없이 소규모 녹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형 스포츠를 의미한다.
 
  “그동안 숲은 거의 방치돼 왔어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숲은 푸르게 보이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한 발짝 떼기도 어렵거든요. 이렇게 방치된 숲을 ‘보물’로 만드는 역발상이 필요하고, 다양한 산업과 산림이 융복합하면 ‘나비효과’ 같은 변화가 생겨날 겁니다.”
 
  ‘이석형의 역발상’ 하면 군수 시절인 지난 2004년 고철 모으기 운동이 떠오른다. 당시 국제적인 철강 파동으로 철근 수급에 비상이 걸렸을 때다.
 
  “나비보다 더 관심을 받았던 게 고철 모으기입니다. 그때 고철이 없어 관급공사가 중단될 판이었어요. 어느 날, 함평 들녘을 걷고 있는데 농기구가 썩고 있더라고. 고철이 벌겋게 썩어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는 상황이었어요.
 
  국채보상운동처럼 3·1절을 기점으로 고철 모으기를 해보자 싶었어요. 금방 고철 몇백t을 모았고 방송·신문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됐죠.
 
  중앙정부가 깜짝 놀라서 공문을 보내고… 그렇게 얼마 후 다른 지자체, 민간단체까지 가세해 범국민운동이 돼버렸어요. 고철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주체 못 할 지경이 됐잖아요. 미치면 보인다니까….”
 
산림조합중앙회는 산림 융복합 산업을 추진 중이다. 2차 가공상품인 ‘아이스 홍시’ 시식행사 모습이다.
  ― 예전에 ‘산림(山林)’ 하면 땔감이나 목재로 이용하던 수단적 개념이 강했는데, 이제는 휴양림, 숲속길 같은 생태학적이고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는 대안적인 개념으로 바뀐 것 같아요.
 
  “맞아요. 산은 가꾸고 키운 만큼 사람에게 도움을 줍니다. 이전에는 땔감과 목재에 방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산업자원의 개념을 뛰어넘어 환경과 생태, 쉼과 휴양, 건강을 위해 산림을 이용하고 있잖아요.”
 
  이제는 치산녹화(治山綠化)가 아닌, ‘산림경영’을 할 때다. ‘숲은 자본(資本)’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토의 63%가 산림이지만 목재 자급률은 겨우 16.4%다. 외국 목재 수입액이 연간 5조3000억원에 이른다.
 
  “목재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아쉬워요. 과거 치산녹화 당시 식재한 나무들이 이제 벌채 시기가 됐어요. 사실 숲과 나무는 방치를 하면 쓸모없는 나무로 자랍니다. 간벌과 가지치기로 숲 가꾸기를 해야 목재 자원으로 자랄 수 있어요.”
 
  이 회장은 다만 “국산 목재는 생산단가가 높아 수입 목재와 경쟁이 어렵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국산 목재 우선구매 의무화 정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 산림의 67%가 사유림(私有林)입니다. 푸른 산림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산주의 ‘산림경영’ 의지가 선행돼야 해요. 사유림을 소유한 산주가 산을 방치하면 다시 민둥산이 돼버릴 겁니다.”
 
 
  이석형의 山 예찬론
 
  이석형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아까시(아카시아)다.
 
  “아까시를 잡목이라 부르지만, 밀원수(꿀 생산)로 최고의 나무죠. 10년생 아까시 한 그루에서 연간 2kg 이상의 고품질 꿀이 생산됩니다. 무늬도 아름다워 가구용 목재로도 손색이 없지. 또한 개척식물로 황폐한 땅을 기름지게 하죠.”
 
  어린 시절, 이 회장의 고향 함평 주변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땔감을 얻기 위해 잡목을 베는 일이 중요한 하루 일과였다.
 
  ― 나무와 관련한 추억이나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까요.
 
  “이른 봄 소나무 새순 속살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심어놓은 밤나무 숲에서 밤을 따던 기억, 분재나 난을 좋아해 자생란을 채취하러 다니던 추억이 있어요. 고향 함평은 명품 난이 많이 나는 곳이죠.”
 
  ― 실제로 임업 후계자시죠.
 
  “함평군수 시절, 임업 후계자가 되었고 산림조합에 가입했죠. 여러 나무를 심고 키우지만 최근 음나무 500여 주를 심어 봄철 ‘개두릅’이라 불리는 어린순을 즐기고 있어요.
 
  음나무를 아세요? 나무가 단단해 가구나 악기 제작에 쓰이고 가시가 많아 귀신을 물리친다고 해서 집에 걸어두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리때, 발우라고 불리는 스님들 식기를 음나무로 만들어요.”
 
  ― 산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산 예찬론이 궁금합니다.
 
  “산과 우리(사람)는 참 많은 것이 닮았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들숨과 날숨은 나무의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지고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 듯 나무도 군락을 이루며 서로를 돌보며 자랍니다. 산은 모든 것을 품고 주는 어머니 같다고 할까요?”⊙
 
산림조합회장 再選·군수 3選 비결, ‘3·3·3 법칙’
 
  “본가·처가·외가, ‘3族’이 정성 쏟아야”
 
  이석형 회장은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으로 재선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앞서 함평군수로 내리 3선(1998~2010년)을 했다. 2010년 4월 군수를 마칠 때쯤 호남 지역 유일의 3선 단체장이었다. 지금은 박우량 신안군수, 김종식 전 완도군수 등이 그의 뒤를 잇고 있다. 이 회장은 3선을 거치는 동안 ‘3·3·3 법칙’을 터득했다고 한다.
 
  고향에서 심판받으려면 먼저 ‘3대’가 공을 들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까지 흠이 있어선 안 된다. 누구를 못살게 굴었거나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면 유권자들이 마음을 주지 않는다.
 
  ‘3족’이 정성을 쏟아야 한다. 본가, 처가는 물론 외가 역시 주위를 단속하고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
 
  ‘3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3부란 아부, 치부, 공부를 말한다. 평소 주변과 이웃, 조직관리를 잘하는 게 넓게 보면 아부다. 치부는 향후 선거에 대비해 미리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놔야 한다. CEO답게 조직의 미래와 청사진을 마련해 두는 것이 공부다.

월간조선 2019년 3월호
등록일 : 2019-03-12 10:01   |  수정일 : 2019-03-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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