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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전 국민연금이사장, “문재인 케어, 현 국민연금은 구조적으로 지속불가능”

“포퓰리즘은 망국(亡國)의 길··· 자유주의, 시장경제, 작은 정부가 답이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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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의 최광 성균관대 석좌 교수./ 국민연금공단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국가 번영의 유일한 대안임을 인류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역사가 분명히 보여줌에도 대한민국 지성(知性)의 무식과 무능 때문에 대한민국에선 자유시장경제체제가 문제가 많은 체제, 그리고 만악(萬惡)의 근원인 체제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뿐 아니고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좌파 논리가 팽배하여 나라가 질곡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작년 연말에 출간된 <오래된 새로운 비전>과 <오래된 새로운 전략>(기파랑)이라는 책의 서문에 나오는 글의 일부다. 이 두 책은 30명의 자유주의 지식인들이 힘을 모아 지리멸렬하다시피 한 우파의 가치와 비전 그리고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펴낸 것으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비전과 경제정책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최광 성균관대 석좌 교수가 썼다. 집필진 대표로 책을 엮은 최 교수는 “대한민국의 오늘의 위기는 결국 대한민국 지성의 위기이고, 전적으로 지성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경제학자이면서 한국조세연구원장, 보건복지부장관, 국회예산정책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경제와 복지관련 부처 요직을 두루 거친 지성인이다. 지난 1월 중순 최광 교수를 만나 정치, 경제, 복지 등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자유주의 사상가들 서른 명이 함께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주된 동기는 한 마디로 책의 부제와 같이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입니다. 작년 2월 중순, 저는 40여 명의 자유주의자 지인들에게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하자는 호소문을 보냈습니다. 당시 탄핵의 향방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탄핵과 관계없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대한민국 살리기 청사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3쪽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오래된 새로운 비전>과 <오래된 새로운 전략> 입니다.”
 
-40명에게 호소문을 보냈는데, 그 가운데 서른 30명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30여 명의 학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줘서 43편의 논문을 보내주었고, 이것을 엮어서 1280쪽의 2권의 책이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기적이고 꿈만 같습니다. 왜냐하면 첫째, 한 푼의 원고료 지급이 없이 책이 완성되었고 둘째, 자유주의를 두고 이렇게 체계적이고 방대한 책이 이 나라에 나온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정부가 이 정도 높은 수준의 논문을 용역으로 받아 책을 만들려면 연구비로 최소 9억 정도 예산은 투입해야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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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교수와 자유주의 사상과 30명이 공동 집필한 <오래된 새로운 비전>과 <오래된 새로운 전략>(기파랑).

-이 두 책의 편집 방향과 특징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현재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에 횡횡하는 ‘듣기 좋은 말’ ‘멋있는 말’들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고(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행동의 결과로 역사가 이뤄지기에 역사를 바꾸려면 사고를 바꿔야만 합니다. 지도자와 국민의 사고를 바꾸는 그 일을 하고자 했습니다.”
 
“이념과 가치관의 부재로 ‘짝퉁진보’ ‘짝퉁보수’가 판을 쳐”
 
최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은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립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보수가 무엇이고, 진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개인과 정치집단이 거의 없다”며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그저 편 가르기나 상대방을 비난하고 제압하는 수단으로 이념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쟁(政爭)을 하면서도 이념과 가치관 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좌우(左右)를 막론하고 소위 ‘짝퉁진보’ ‘짝퉁보수’가 판을 치는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비전이 없는 정치를 하다 보니 그저 포퓰리즘만 남발하게 됩니다.”
 
-책 제목에 ‘오래된’과 ‘새로운’이 좀 모순처럼 들립니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지만,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참으로 ‘오래된’ 비전과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자유주의라는 이념은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념입니다. 절대왕조의 붕괴 이후 등장한 근대 시민사회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이미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하이에크나 미제스 등의 현대 자유주의 경제학만 해도 이미 1920년~30년대의 것이기 때문에 ‘오래된’ 것입니다. 이 오래된 중요한 이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게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자는 의미에서 선택한 제목입니다.”
 
최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 지식인과 정치인들부터 자유주의가 무엇인가부터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확고한 자유주의 사상이 바탕 위에서만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에 30명의 자유주의사상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책을 펴낸 것”이라고 말했다.
 
-43개 주제에서 최 교수님은 <오래된 새로운 전략>에서는 복지정책을, <오래된 새로운 비전>에서는 지도자와 이념 문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많은 주제 중에 특별히 이 두 부분을 강조해서 집필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제가 지난 40여년간 고민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편안해 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사람, 제도, 그리고 이념 등 세 가지가 부국안민(富國安民)의 요체라는 것입니다. 부국안민의 길을 두고 지난 20여년간 나름대로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어서 얻은 결론입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합니다. 비전과 지혜로 무장한 지도자와 참모가 있고 애국심이 넘치는 지사가 당대의 문제를 잘 진단하고 국민을 설득해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의 지성이 합의한 것은 나라운영에 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도라 함은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체제, 경제적으로 자유시장경제체제, 그리고 효율적이고 작은 정부를 의미합니다.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되는 제도를 가진 나라만이 경제가 성장했음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자유민주주의가 중요합니다. 규제와 세금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큰 정부보다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중요합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나눠 싸우기만 하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이 국가의 흥망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있지 않아 많이 답답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이념논쟁이 끊임없이 있어 왔습니다만, 정권을 지키거나 빼앗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했지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방안으로 이념이 자리 잡은 적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념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과 가치정립이 없는 상태에서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제가 내린 결론은 고전적 자유주의 사상이 팽배할 때 바로 부국안민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이번에 발간된 2권의 책은 자유민주정치체제, 자유시장경제체제, 고전적 자유주의,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지성인들의 절규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국민을 통합해야 할 때 편 가르기 정도가 너무 심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크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정파(政派)를 떠나 우리 모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운영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성공의 요체는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리원칙대로 하면 됩니다. 결국 인류의 지혜가 녹아있는 역사에 답이 나와 있기에 역사 공부를 많이 하시길 ‘강추’합니다.” 
 
최광 교수는 “지도자라면 국민을 받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방법이 문제”라고 말했다.
 
“담대한 신념으로 설득해야 성공하지 무분별하게 분출하는 욕구를 충족해 주겠다는 포퓰리즘은 망국(亡國)의 길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지금 편 가르기의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데 과거에의 집착이 지나칩니다. 역사적 맥락과 국제적 여건에 대한 통찰력이 보이지 않아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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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핵 문제를 두고 한미간에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사진은 2월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공동입장 때 단상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여정(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장이 남북공동입장 선수단에게 일어서서 손을 흔들고 있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미동맹과 사드문제, 북핵문제, 대일문제 등을 보면서 안보에 대해 우려를 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안보에서 백척간두(百尺竿頭)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내적으로 국민을 통합시키고 국제적으로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비핵화 무(無)핵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방과 안보는 전쟁을 불사할 때 이뤄지는 것으로 판명이 나 있습니다. 평화를 앞세운 경우 평화가 달성된 경우가 없습니다. 저의 이러한 주장을 전쟁하지는 견해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안보를 놓고 미국과 삐걱거리는 모습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은 안보든 경제든 전적으로 미국 덕분입니다. 친미(親美)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한국전쟁의 과정을 일별해 보면 미국이 없었더라면 자유민주체제가 어떻게 유지되고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을까요?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는 누가 할 수 있나요?”
 
‘사람중심’이라는 용어는 북한 헌법에 등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도 그 실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집권 전에는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던 거 같은데, 취임 후에는 ‘사람중심경제’와 ‘소득주도경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이명박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에서 초기의 기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바뀐다는 것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우 취임 초기에 내세운 ‘전봇대 뽑기식 규제완화’에서 이후 ‘서민경제’로 아무 설명 없이 슬그머니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아직 초기라 지켜봐야 되겠지만 경제민주화와 사람중심경제에서 벌써 혁신경제로의 전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그 전환이 잘못된 것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경우 그 전환 자체는 옳은 방향이나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저도 궁금합니다.”
 
최광 교수는 “경제는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된다”며 “정부가 훌륭한 제도를 마련해 가계와 기업의 의욕을 북돋울 때 경제는 번영하는 것이지 말의 성찬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초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사람중심경제’라는 개념이 강조된 데 대해 최 교수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사람중심철학’이라고 하고 있고, ‘사람중심’이라는 용어도 북한 헌법에 등장하는 말이라며 크게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을 늘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일자리가 최대의 복지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우선과제가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지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무원을 늘리기보다 행정서비스 내용 변화에 따라 공무원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물론 영역에 따라 공무원이 부족할 수가 있지만, 현실에선 불필요한 인력이 넘쳐나는 경우가 더 많이 관찰이 됩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개인이나 기업의 소득이 늘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어요. 하나는 남의 것을 빼앗아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가치를 창출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겁니다. 즉 소득이라는 것은 자신이 무엇인가를 생산해야 얻을 수 있고 늘어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아무 일도 안 하는데 무슨 수로 소득이 발생하거나 증대할 수 있겠습니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유를 덧붙였다.
 
“모든 실업자를 모아 하루는 구덩이를 파고 다음날은 그 판 구덩이를 메우도록 하고 매일 일당을 국가예산으로 10만 원씩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실업자는 일자리를 갖게 되고 일당을 받아 소득이 발생했습니다. 그 소득을 쓰면 생산 증대가 일어날 것입니다. 현 정부는 이러한 과정을 강조하며 소득주도 성장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구덩이를 파고 메우는 것은 노동인력의 낭비이고 생산이 없기에 그 나라는 곧 망하게 될 것입니다.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으로부터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이전하는 소비(소득)주도 성장정책이나 구덩이를 파고 메우는 식의 일자리 창출정책은 단언하건대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 아니고 경제를 죽이는 정책입니다.”
 
“최고의 애국자는 기업인. 존경하지 못한다면 존중이라도 해줘야” 
 
-정부는 최저임금제 확대를 통해 소득을 증대시키겠다고 합니다.
 
“임금이 높아지면 기존에 일하던 사람이 한 명도 예외 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최저임금을 받고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당초 고용이 유지되는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높아질 때 소득이 증대되지만, 그나마 있던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소득이 제로가 되는 겁니다. 결국 전체로 봤을 때 최저임금제를 통해 소득이 증대될지 의문이고, 되더라도 아주 미미한 수준일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실업을 야기하기에 고용증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가 절대 추진해서는 안 되는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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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성균관대 석좌 교수./ 조선DB
-우리나라에서는 반기업 정서가 강합니다. 이런 정서는 어디서 기인했다고 보시는지요. 최근에는 법인세까지 올렸는데요.
 
“이제는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정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은 동내 구멍가게에서부터 국제무대를 휘젓는 유명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업가들은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합니다. 돈은 어떻게 버는 겁니까? 근로자를 착취해서 버나요? 소비자를 속여서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업가라면 무조건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데 근로자를 착취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가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까? 그런 기업가가 돈을 벌기는커녕 얼마나 오래 존속할 수 있을까요?”
 
최 교수는 “기업가는 소비자가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한다”며 “기업의 세계는 냉정하고 잔인하다. 경쟁은 국내외적으로 처절하기까지 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부부가 운영하시는 작은 슈퍼가 하나 있습니다. 30년 넘게 지켜본 바로는 이들 부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7시에서 저녁 12시까지 일을 합니다. 주위의 편의점, 식료품점, 다른 슈퍼와의 경쟁은 물론이고 지하철 두 역 거리에 있는 유명 백화점과도 경쟁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참으로 성실하고 열심입니다. 슈퍼를 운영하시는 부부의 근면함을 지켜보면서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의 자세를 가다듬곤 하였습니다. 삼성전자가 매년 엄청난 이익을 내는데 어떻게 가능하지요? 근로자를 착취한 적도 소비자를 속인 적도 없으며 그 많은 이익은 세계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결과이지 다른 무엇이 있습니까?
 
기업인들은 노심초사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존하는 경쟁사는 물론이고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잠재기업과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왜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은 기업을 오늘날과 같이 못살게 구는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종업원들도 마음대로 못 뽑고, 가격도 마음대로 책정하지 못하고, 사업영역도 제약을 당하고. 모든 것이 규제요 비난의 대상입니다. 최고의 애국자는 기업인입니다. 존경하지 못한다면 존중이라도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경제가 살아납니다.”   
 
우리가 복지국가 모델로 삼는 북유럽 선진국의 경우
 
-<오래된 새로운 전략>은 복지정책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현재 무상급식, 국가장학금, 노인수당, 빚 탕감, 청년실업수당처럼 ‘무상잔치’ 혹은 ‘퍼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먼저 복지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에는 개인복지, 가족복지, 국가복지가 있습니다. 국가복지를 두고는 그 대상(범위)과 재원조달이 주요 정책과제입니다. 복지국가란 개념은 1941년 캔터버리 대주교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이 전쟁을 일으킨 독일을 전쟁국가(warfare state)로 규정하고 영국은 복지국가(welfare state)라고 비유한 일종의 말장난에서 유래했습니다.
 
퍼주기식 복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사회의 규율(discipline)을 파손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정책 논의에서 복지 선진국으로 지칭되는 북구 몇 나라의 사례가 금과옥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복지선진국이 과도한 복지정책을 펴다가 우리보다 먼저 2번 이상에 걸쳐 경제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이들 나라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국제경쟁력에서 최상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책에서 정부의 역할과 복지에 대해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의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논쟁의 문제점이 있다면요.
 
“복지든 여타 사업이든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의 결정은 그 정책 결정자가 자신의 돈이라도 그 정책에 투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이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해보지 않고, 자신의 돈이 아닌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복지를 펼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남의 돈을 가지고 지역구 주민이나 일반 국민에게 선심을 쓰겠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복지는 자꾸만 확대일로로 가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낭비가 초래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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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조선DB

“의료서비스는 공공재 아냐···  각자 혜택에 상응하는 부담을 해야”
 
최 교수는 “단적인 예로 급여 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확대에 따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서비스에 관해 정책당국자와 국민 모두의 기본적 인식이 크게 잘못되어 있습니다. 의료서비스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되기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그것입니다. 사실 의복, 식품, 집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인간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의료만 생명과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의료를 생명과 관련되어 있다고 국가가 개입 관리해야 한다면 의식주 모두를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하지 않나요?
 
의료서비스는 공공재가 아니고 사적재(私的財)입니다. 의료서비스의 공급주체는 의사와 약사이고 수요자는 환자입니다. 문제는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급여 대상과 그 급여의 가격 결정권을 국가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적재인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국가가 결정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고소득층이 의료보험을 많이 내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것 아닙니까.
 
“많은 사람이 현재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가 고소득층의 부담으로 서민층을 도와주고 소득재분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든 건강보험제도는 병원에 가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 병원에 자주 가는 환자들과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입니다. 왜 그래야 하죠? 건강한 사람들이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들의 돈을 대신 내야 할 필요와 이유가 있습니까?”
 
-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면요.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저 부담 고 혜택 제도입니다. 특수 계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각자 혜택에 상응하는 부담을 해야 합니다. 지금 병원에 가보세요. 부담이 없거나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로 병원이 넘쳐나고 자신 부담 약값이 싸기에 집집마다 먹지 않는 약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이게 전부 다른 사람들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 돈입니다.”
 
-현재와 같은 의료제도는 결국 언젠가는 한계에 부닥친다는 뜻인지요.
 
“복지제도든, 의료제도든, 국민연금이든 지속가능한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 케어나 현재의 국민연금은 구조적으로 지속가능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보험료 더 내라는 이야기는 없고, 혜택만 확대한다고 합니다. 자기가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가는 구조인데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가 있습니까?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죠. 국가는 모두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면 됩니다.”
 
 “최대 복지는 결국 일자리 창출”
 
-책에서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면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살피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이는 결국 ‘작은 정부’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제가 수업시간에 늘 학생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정부에서 한 일이나 사업 중 참으로 잘한 것들이 무엇인가?’ ‘한 사례라도 말해보세요’하는  질문입니다. 잘했다는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저의 질문은 ‘정부가 잘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왜 우리 국민은 일만 생기면 정부더러 해결하라고 하느냐’입니다. 외침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일을 정부가 하려면 사안별로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은 정부’, ‘큰 정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작은 정부’ 대 ‘큰 정부’ 논쟁은 1970~80년대에 활발했는데 작은 정부로 결론난 바 있습니다. 이 논쟁의 본질을 구체적 사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A국은 기본적인 업무만 하는 작은 정부 국가로 조세부담률이 20%이고, 반면 B국은 큰 정부 복지국가로 조세부담률이 50%입니다. A와 B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에 살고 싶은지요? 저는 A국에 살고 싶습니다. A국의 국민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소득 중 80% 처분하지만 B국의 국민은 소득의 50%를 정치가나 관료의 처분에 맡기고 사는 셈입니다. 왜 자신의 삶과 관련된 자신이 번 소득의 처분을 자신이 아닌 제3자에게 맡겨야 하나요?”
 
-교수님께서는 “최대 복지는 결국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하셨는데, 지금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하려면 정치 지도자들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한 나라 경제의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모두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우리 경제가 5% 정도 성장을 하면 모든 것이 선순환이 될 것입니다. 복지재원 마련도, 가계부채 문제도, 하우스푸어 문제도, 실업문제도 모두 해결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기업인이 될 젊은이들과 현재의 기업인들 모두에게 자신의 능력과 열정으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주면 됩니다. 제발 기업인들의 의사결정에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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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정책실장이 1월 18일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무상과 무료 복지로 야기될 ‘한국병’과 예방 대책
 
-책에 초당적 국정운영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해주셨는데, 대통령에 지나친 의존이 아니라 국회가 국정의 중심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듯합니다. 우리 정치 환경에서 정쟁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요?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각종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민을 설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지도력 발휘는 지도자 자신들 결심의 문제이나 청사진과 비전의 제시는 여야 정치권에 의한 각종 협의체의 구성과 전문가의 도움으로 가능해 집니다.
 
정치권과 정치 지도자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책임 있게 정책을 제시하고 책임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한다면 무엇보다도 국회에서 주요 국가정책을 두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특단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최 교수는 필요한 제도적 장치 가운데 즉흥적 한시적인 대책기구가 아닌 초당적 상설기구로 국회 내에 ‘국가전략협의회’(가칭)와 ‘장기재정정책위원회’(가칭)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국정운영에 경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전략과 정책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국가전략협의회의 역할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역사적 방향과 바람직한 사회의 밑그림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차원에서 구상·제시하는데 있습니다.
 
‘정책의 장’에서 논의될 때는 심각성이 부각되나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정치의 장’에 오면 당리당략, 무책임, 인기영합주의로 점철되어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개악되고 있기에 무분별한 복지의 팽창과 최근의 무상(無償) 무료(無料) 복지로 인해 야기될 ‘한국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장기재정정책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 것입니다.”
 
최 교수는 “국가전략과 정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주축으로 공론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가 있는 사람이 정책을 결정하여서도 아니 되며, 내용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에게 국가전략의 수립을 맡겨서도 아니 된다”고 말했다. 민의를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인기에 영합한 정치권의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정책제안은 혼란만 야기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갖다놔야 성공
 
-우리나라 정치가들 대부분 국가운영이나 정책수립에 대해 평소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정치에 발을 들여 놓기 때문에 교수님의 제안이 실현되기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대한민국의 위기는 지성의 위기라고 말한 겁니다. 정치인들은 경제정책을 포함, 국가정책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막 뱉어내고, 그것이 실제 정책화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무지해서 모르고, 학자들은 출세를 위해 곡학아세(曲學阿世)합니다. 학자들이 말로는 자기가 우파라면서 온갖 시장개입 정책을 아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에 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정치가보다 오히려 지성에게 더 크게 있다고 보는 겁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능력보다는 코드인사, 보은인사로 점철되곤 합니다.
 
“조직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역사에서 성공한 조직의 리더에게는 반드시 훌륭한 참모가 있었습니다. 당태종은 방헌령과 위징이라는 훌륭한 참모가 있어서 ‘정관의 치’라는 업적을 이룰 수 있었고, 제나라 환공은 관중이라는 특출한 참모가 있어서 패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전두환 대통령은 김재인 경제수석이 있어서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갖다놔야 성공합니다. 훌륭한 인재를 찾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분야별로 집단이나 조직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은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 중에서 본인의 이념과 맞는 분을 선택하면 거의 실패하지 않습니다. 학계나 집단에서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 들어 선거 캠프에 일한 인연으로 중요 직책에 임명된 사람이 많습니다. 동료 전문가 그룹도 설득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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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4일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최광 이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선DB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 사퇴 요구”
 
-네 번째이자 마지막 공직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었는데 궁금증을 몇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우선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물러나셨는데 정확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도 누가 어떤 결정을 하여 자진사퇴에 이르게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공적 평가에서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 모두에서 A를 받은 저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기금이사에 대한 연임 결정을 두고 저는 좀 더 훌륭한 분을 모셔 와야 했기에 비연임 결정을 내렸는데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의 뜻’이라며 연임시키라 강요했습니다. 
 
연임·비연임 결정은 규정상 전적으로 이사장의 권한인데 언론에 월권과 항명이라 매도하기에 저항하다가 자진사퇴하였습니다. 그렇게 사리분별력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장관을 하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 주위에 있던 분들의 정치적 장난이 개입되지 않았나 짐작할 뿐입니다. 초기에 사퇴불가 입장이었는데, 공단 이사장의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사퇴불가를 계속 외치면 대통령에게 항명이 되기에 자진사퇴를 결심하였습니다.”
 
최 교수는 “이사장 2년 반 재임 중 106개 지사를 모두 방문하면서 직원 모두와 만나 악수를 하며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의 기관으로 도약하는 길에 동참하도록 격려했다”며 “직원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본 결과 기관평가에서 공단 역사상 처음으로 A를 받았다”고 말했다.
 
“기금운용 인력을 200명에서 350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등 1000조 기금운용 시대를 대비한 기초공사를 공고히 하는 작업은 매우 뜻있는 일이었습니다. 정부가 국민연금제도를 잘못 만들어 40년 후에 기금이 고갈되는데 그 책임이 공단에 있는 양 오해되거나, 기금운용 수익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언론에 공단의 수익률이 꼴찌라 보도될 때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이사장 재직 시 원칙주의자로 처신한 결과 공단과 사회에 누를 끼치지 않았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준 공단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삼성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었지요? 혹시 하실 말씀이라도.
 
“삼성 합병과 관련하여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의 장관과 기금운용의 실무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 자신 국회청문회에 출석하고, 두 번에 걸쳐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일련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한편으론 원칙주의자로서 산 삶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나 다른 한편으론 당시의 이사장으로서 속수무책인 자신을 한탄하면서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고 국민들께는 죄송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은 죄송스러우나 일부 잘못은 당해 개인들의 일탈(逸脫)의 결과이지 국민연금 제도운영이나 기금운용에는 기본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국민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모든 관계자가 현재의 여건과 현행 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해 몇 가지 파격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어떤 주장들을 했습니까? 기금운용의 책임자가 잘못되어 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요.
 
“현행 국민연금법 상으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의 책임자입니다. 그래서 장관이 기금운용상 가장 상위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고의 그리고 최종의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간 통틀어 15시간 미만의 시간만을 기금운용에 투입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매년 기금운용위원회가 6~7회 개최되고 1회 회의에 2시간 정도 소요되니 그 막중한 기금운용에 장관이 관심을 갖고 실제로 관리하는 시간은 총 15시간 정도에 불과한 셈입니다.
 
매일 24시간 365일 내내 투입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1년에 15시간 투입하는 현재의 관행은 참으로 문제입니다. 장관도 보좌하는 관료도 기금운용에 필요한 전문적 소양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전문적 소양이 전혀 없고 복지부 고유 업무로 바쁘기 짝이 없는 복지부 장관과 실무자에게 기금운용의 책임을 지운 것은 참으로 큰 문제입니다. 저는 복지부와 장관은 감독하는 역할만 하고 실제 기금운용책임은 전적으로 공단과 전문가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연금 별도의 기금운용공사 설립 반대”
 
-기금운용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며 별도의 기금운용공사가 필요한지요.
 
“‘독립성 전문성의 확보’와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가능성’ 등 두 가지를 근거로 국민연금 공단에서 분리된 별도의 기금운용공사 설립이 주장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에 소속된 현재의 기금운용본부도 기금운용에 있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완벽히 보장받고 있습니다. 기금운용공사 설립이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인다는 주장도 맞지 않습니다.
 
기금운용공사 설립으로 더 높일 수 있는 수익률이 존재한다면 현재의 기금운용본부가 이를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사 설립 자체만으로 새로운 수익률 제고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은 안정성 위에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므로 별도의 기금운용공사 설립으로 수익성 제고를 우선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최 교수는 “국민연금제도는 기금을 모으고(가입과 징수), 운용하고(기금운용), 지급하는(연금급여)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뤄지기에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며 “기금은 가입자의 보험료로 조성되고,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한 후 잔여 여유자금을 투자 운영하므로 제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와 기금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별도 조직에서 기금을 관리할 경우 국민의 뜻과 다르게 운용될 위험이 큽니다. 기금운용본부장을 해외로부터 초빙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국 국적으로 해외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를 초빙할 수 있고 필요하면 외국인 전문가도 검토해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중앙은행 총재도 캐나다의 최고 전문가를 영입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수준이 걸림돌이 될 터인데 5백만 달러(50억 원) 내지 1천만 달러(100억 원)의 보수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하며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요.
 
“중도 자진 사퇴 때문에 아쉬운 것이 아니고, 국민연금공단을 세계 최고의 기관으로 도약시키고자 했던 저의 꿈이 중도에 꺾이게 되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노후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제도와 당시 500조에 달하는 기금의 성공적 운영은 대한민국 전체 1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라는 것이 저의 신념이었습니다. 기금에 손실이 오는 대외적 사태가 발생할까 봐 매 순간 조바심이었고 매일 아침 기도하며 출근했습니다. 아쉬움보다 보람있게 열심히 일한 좋은 추억이 더 많습니다.”
등록일 : 2018-02-26 17:29   |  수정일 : 2018-02-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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