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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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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대사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비세그라드 그룹 4국 대사 "한반도 통일 위해 사회주의-민주주의 전환 노하우 전수할 것"

⊙ 박근혜 대통령과 시작한 한·비세그라드 그룹 교류, 차기 정권에서도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해
⊙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는 다르며, 브렉시트 이후 유럽은 더 성장했다
⊙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사회적 스킨십 늘리면, 자연스레 지역적 협의체 구성할 수 있어 …
⊙ 한반도 통일은 전략적 인내 가지고 집중하면, 어느새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다
⊙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가 말하는 사회주의의 교훈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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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 밀란 라이치익 슬로바키아 대사.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의 주한 대사를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추위가 한층 누그러들었던 지난 2월초 폴란드 대사관에서 《월간조선》은 크쉬슈토프 마이카(Krzysztof Majka) 주한 폴란드 대사, 가보르 처버(Gabor Csaba) 헝가리 대사, 토마쉬 후삭(Tomas Husak) 체코 대사, 밀란 라이치악(Milan Lajciak) 슬로바키아 대사, 4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4명의 대사를 한꺼번에 만나기 위한 사전 인터뷰 조율과정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4개국의 대사는 중앙유럽의 비공식 협의체인 비세그라드 그룹(Visegrad Group)의 회원국이다. 이 국가들은 최근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4명의 대사를 한자리에서 만난 이유다. 폴란드 대사관을 모임의 장소이자 인터뷰의 장소로 정한 이유는 올해 비세그라드 그룹의 의장국(Presidency)을 폴란드가 맡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 비세그라드 그룹은 무엇인가. 1991년은 뜻깊은 해였다. 당시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3국은 구소련의 사회주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마련, 자본주의화하기 시작했다. 이 시작과 함께 앞서 언급한 국가들은 비세그라드 그룹이라는 다국적 협력기구를 형성했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현재는 4개국이 되어 비세그라드 그룹은 비세그라드의 영문 머리글자 ‘V’ 와 회원국의 수인 ‘4’를 붙여 ‘V4’로 불린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경험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들이며, 단기간에 발빠른 경제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비세그라드 그룹의 협력구상은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로까지 확장되고 있고 그중 한국이 중요하다”는 말을 비세그라드 4국의 주한 대사들을 통해 확인했다. 인터뷰는 기자가 4명의 대사들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지면 순서에 관계없이 대사들이 자유롭게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동일한 질문에 각 국가별로 답을 하기도 했고, 앞선 대사의 답에 다른 대사가 첨언을 하기도 했다. V4 대사들과의 일문다답(一問多答)이다. 
  
  
  1335년 비세그라드 지역에서 모여 만든 협력정신 계승한 비세그라드 그룹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가 경청 중이다.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비세그라드 그룹의 배경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 “1991년은 국제관계적으로 하나의 획을 긋는 중대한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공산주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당연히 유럽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특히 유럽의 여러 나라가 외교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시작한 때입니다. 한마디로 협력 공동체의 탄생을 알린 것이지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비세그라드 그룹(V4)입니다. 이 협의체 안에는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침 작년(2016)이 우리 비세그라드 그룹의 25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지난 25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비세그라드 그룹은 매우 풍성하고 많은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대표적 업적으로는 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의 구성원이 되었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제3국과의 유대관계 형성에도 힘썼습니다. 그 예로 대한민국을 들 수 있습니다. 폴란드가 지금 반 년 정도의 의장국 임기가 남은 시점에서 비세그라드 그룹과 대한민국과의 풍성한 관계 형성을 되돌아보고 더 좋은 관계 구축에 힘쓸 예정입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비세그라드 그룹의 역사적 배경이 궁금합니다.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 : “그러시죠. 그럼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왜 비세그라드(Visegrad)인가? 이 비세그라드 이름은 13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 폴란드와 헝가리의 지배를 받던 비세그라드에서 보헤미안 회의가 열렸고 당시 양국은 협력을 하겠다는 협정(agreement)을 체결했죠. 그리고 몇 세기가 지난 1991년 2월 15일,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 헝가리의 총리인 조세프 안톨(Joszef Antall), 그리고 폴란드의 대통령인 레흐 바웬사(Lech Walesa), 3명의 국가 정상이 헝가리에 있는 비세그라드 성곽마을에 모이게 되었고, 중앙유럽의 비공식 동맹을 결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는 평화로운 과정을 거쳐 두 개의 국가로 나뉘면서 비세그라드 그룹은 현재의 4개국 협의체로 변모했습니다.”
 
  — 비세그라드 그룹이 협의체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을 협력하기로 한 것인가요.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 : “비세그라드 그룹은 궁극적으로 중앙유럽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있습니다. 중앙유럽의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가 유럽연합과 나토의 회원국으로 활동함과 더불어 4개국이 공유하고 있는 중앙유럽만이 가지고 있는 공유 관심사를 논의하자는 것이죠. 중앙유럽이 뭉침으로써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 : 유엔개발계획·UNDP가 매년 각 국가의 교육수준, 1인당 소득, 평균수명을 토대로 평가하는 국가의 삶 지수)를 끌어올리고 경제적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비세그라드 4국을 하나의 국가로 가정할 경우 비세그라드 그룹은 유럽에서는 다섯 번째이고 세계에서는 열두 번째 경제강국입니다. 그만큼 비세그라드 그룹의 협력은 중요한 것입니다.”
 
 
  2014년, 한·비세그라드 그룹 협력 체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중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가 경청 중이다.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말씀대로 중앙유럽의 연대가 중요해 보이네요. 그렇다면 비세그라드 그룹이 왜 한국과의 관계 형성을 고려하시는 것인지요. 비세그라드 그룹에 한국이 던지는 화두는 무엇인가요. 
  
  밀란 라이치악 슬로바키아 대사 : “사실 이 비세그라드 그룹의 확장성은 유럽의 지역적 그룹으로도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가령 노르딕 및 발틱 지역, 서부 발칸 지역 혹은 동부 지역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시아가 포함되는 거죠. 이런 확장적 유대 포맷을 ‘V4 플러스(Plus)’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포맷 중 비세그라드 그룹 플러스 코리아(한국)가 있는 겁니다. 이 비세그라드 그룹 플러스 한국은 그동안 저희 비세그라드 그룹이 추진해 온 ‘비세그라드 플러스’ 포맷 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성공적인 제3국과의 협력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파트너십이 성공적인 이유는 인권, 민주주의, 시장경제, 굿 거버너스(양호통치)와 같은 다양한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비세그라드 플러스 한국의 협력은 2014년 7월 17일 비세그라드 4국과 한국의 외교부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의 수도)에서 체결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12월에는 한국-비세그라드 정상회담이 프라하에서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고위급 논의를 추진해 왔고, 2016년에는 이와 관련된 협력 행사도 추진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작년 6월에는 제3차 한-비세그라드 그룹 정무차관보 회의를 진행했고, 9월에는 한-비세그라드 그룹 국방차관 회의도 진행했습니다. 이외에도 작년 11월 서울에서 비세그라드 그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 경험 및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세미나를 10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기도 했습니다.”
 
  — 앞서 언급하신 협력 이외에 문화적 교류 등에 대한 협력은 없었나요.
 
  밀란 라이치악 슬로바키아 대사 : “물론 있었습니다. 한-비세그라드 4개국의 청년 전문가들과의 문화교류 캠프를 한국의 외교부가 맡아 지난 7월에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 캠프를 통해서 역량 있는 젊은 리더들이 문화와 창조 산업분야에 대한 아이디어와 한국의 현장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 외에도 중요한 협력 사례로는 지식 공유 프로그램(Knowledge Sharing Programme, KSP)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비세그라드 그룹과 한국의 석학들이 모여 시의성이 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정하고 함께 지식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당시 주제로 삼은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이노베이티브 이코노미(Innovative Economy)’ 가 있습니다. 

  
  이 지식공유 프로그램은 작년 7월 바르샤바에서 출범식을 가지고 시작되었으며 12월 초 중간진행 과정 발표 세미나(Interim Reporting Seminar)를 서울에서 열었습니다. 이 1년짜리 연구 프로그램이 어느덧 중반부에 접어든 것입니다. 이 연구를 통한 최종보고서는 아마도 올해 3월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상호간 연구개발(R&D) 분야의 무궁한 잠재력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생각하며 향후 더 좋은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비세그라드 4국은 유럽의 중심에서 탄탄한 인프라를 토대로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져 왔습니다.
 
  특히 우리의 비즈니스는 높은 무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4국 모두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도 이런 경제적 부흥 및 우수한 결실을 맺어 오고 있습니다. 최근 비세그라드 4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사람 대 사람(People to people)의 교류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를 토대로 향후 비세그라드 그룹과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교육 분야의 교류까지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바르토크(Bartok), 쇼팽, 드보르자크(Dvorak), 수혼(Suchon, 슬로바키아 작곡가)은 한국의 안익태만큼이나 알려진 음악가들입니다. 이들처럼 한국의 젊은이들이 비세그라드 4국으로 유학을 온다면, 한국으로 지식을 가져갈 뿐만 아니라 중앙유럽의 정신을 배워 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럽연합과 나토의 회원국인 비세그라드 그룹, 유럽 내 공군력 없는 곳 지원해 줘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가 말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기자  
 
  — 그런데 비세그라드 그룹이 이런 구상을 이어 나가려면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그룹이 직면한 문제는 없나요.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 : “사실 최근 비세그라드 그룹도 유럽연합처럼 당면한 문제가 몇 개 있습니다. 현재 4국은 유럽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적 안정성과 안보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세그라드 군대(battle group)는 유럽연합이 내세우고 있는 공동의 안보와 국방정책에 보다 더 확실한 참여를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세그라드의 군대는 3000명 이상의 병력이 투입되었으며, 그들의 배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결정을 따르게 됩니다.”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 : “나토는 비세그라드 4국이 모두 가입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 안보적 조직입니다. 현재 잠재적인 위험이 내재된 국제적 안보상황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대서양(trans-atlantic)의 국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하에 나토가 추진 중인 공중통제임무(Air Policing mission)에 비세그라드 4국은 적극적으로 참여, 전투기 부대를 (공중전력이 없는) 발틱의 3국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배치한 상태입니다. 더 나아가 발틱 지역에 나토의 지역적 방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비세그라드 4국은 유사시 투입이 가능한 600개의 부대를 발틱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2017년부터 이곳에 배치된 군인들은 3개월 주기로 교체됩니다.”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 “유럽연합에서 동부 지역은 비세그라드 그룹이 눈여겨보는 지역이자 이웃 중 하나입니다. 이 지역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조지아,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젠은 2009년부터 유럽연합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협력관계를 통해서 더 민주적인 사회건설과 더 투명한 정무적 시스템이 안착하도록 하여 유럽연합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그들의 경제적 발전도 도모할 수 있게 됩니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이러한 발전을 돕고자 기금을 조성하여 이 국가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개혁을 돕고 있습니다.”
 
 
  매년 98억원 모아 온 비세그라드 그룹 기금(IVF) 만들어 참여국들의 발전에 사용해
 
  — 사실 협의체를 운영하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요. 비세그라드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재정적 기반은 무엇인가요.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 “비세그라드 그룹은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인 도구(tool)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국제비세그라드펀드(International Visegrad Fund, IVF)입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공동의 프로젝트와 개별적 프로젝트 모두를 추진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비세그라드 그룹 내 4개국 간의 사회적 이해증진 위주의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사용되며, 나아가 그 외 국가들인 서부 발칸 지역 및 동부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교류 확산에 사용됩니다.
 
  기금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 있으며, 연간 800만 유로(EUR, 한화로 98억원)를 모금하고 있습니다. 국제비세그라드기금은 지역적 협력 및 개발에 투자되어 중앙유럽을 안정화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나아가 전(全) 유럽을 위해 사용됩니다. 우리는 이 기금에 한국이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한-비세그라드 그룹 간의 관계가 돈독해질 것입니다. 
  
  비세그라드 그룹이 원칙으로 여기는 것 중 하나는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늘어날수록 더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비세그라드 그룹 간의 협력은 향후 긍정적인 결과들을 불러올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비세그라드 그룹은 동질감을 가지고 함께 일하며, 더 강해질 것이고, 이는 곧 유럽과 유럽을 넘어서까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의 협의체는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효율과 효과(Effectiveness and Efficiency)’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현재 한-비세그라드 그룹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 및 추진 중이고,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기회를 늘려 나갈 것이며 상호간 좋은 결과들을 불러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작한 협력, 한국의 차기 정권에서는 더 잘될 것”
 
밀란 라이치악 슬로바키아 대사가 이야기 중이다. 사진= 김동연 기자  
  — 유럽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정세도 궁금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한 이번 비세그라드 그룹과 한국의 교류가 차기 정권에서도 얼마큼의 추진력을 가지고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서 4개국이 고려하고 있는지요. 한국의 차기 정권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신 부분이 있으신지요.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 : “한국과 비세그라드 4국이 결성한 이 협력기조와 포맷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 주는 매우 좋은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단 이 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5개국(한국 포함) 모두는 민주국가이며, 그 민주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민주주의의 통치제도라는 것은 정기적인 국민의 투표를 통해 정권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이런 과정은 당연한 것이자, 우리 모든 참여국이 인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협력적 관계가 달라진다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에는 그 협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체코에서 이 한국과 비세그라드 그룹의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중요한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국제적 협력관계의 판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며 그 외에 여러 국가들과 맺은 FTA(자유무역협정)를 재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기조는 과거 다국가 참여적 통합적 협력방식이라기보다는 단독적이고 개인 위주라고 보입니다. 비세그라드의 4국은 이런 신고립주의적 양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또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 탈퇴 파장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이런 마당에 비세그라드 그룹은 더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는 비세그라드 플러스 정책(Visegrad Plus Policy)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입니까.
 
  밀란 라이치악 슬로바키아 대사 : “비세그라드 4국은 유럽연합 내 결성된 비공식 그룹(Informal group)입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직접적인 무역적 관계형성은 저희 비세그라드 그룹도 유럽연합의 규정과 방식을 따른다는 겁니다. 무역적 정책의 모든 권한과 결정은 유럽연합에 있는 것이지요. 이런 가운데 비세그라드 그룹은 국제적인 경제적 고부가가치 기회를 포착해 관계 형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우리 비세그라드 4국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교역(trade)의 지지자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일부에서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립주의 정책을 펼친다면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협력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전세계 전략적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렉시트의 경우는 (미국과) 조금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브렉시트는 유럽연합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던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영국 사람들의 참여로 내린 결정입니다. (영국) 사람들이 영국과 유럽 모두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대안이자, 영국이 다시 경제, 정치, 사회적 통제를 자립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저희는 영국 국민들이 그런 결정에 투표한 것을 조금은 후회스런 결정이라고 보지만, 유럽연합 내부적으로는 유럽연합의 모든 절차가 간소화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전달 및 참여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비세그라드 그룹도 이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유럽연합의) 개방성과 협력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보호주의적이거나 고립주의적 정책은 지향하지 않습니다. 비세그라드는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지향합니다. 이는 특정 국가를 위한 국수주의적 견해 혹은 감정적 결정으로 인해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비세그라드 플러스 정책은 앞으로도 더 많은 파트너 국가들과 논의하여 상호간 이득을 안겨 주는 협력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비세그라드 그룹,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사회적 스킨십 늘리면, 지역 협의체 구상할 수 있다”
 
좌측에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측에 폴란드 대사가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기자
 
  — 비세그라드는 사실상 유럽연합 내에 결성된 일종의 지역적 협의체의 개척자(pioneer)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 협의체의 개척자로서 아직까지 변변한 동북아의 지역적 협의체가 없는 한국, 일본, 중국에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동북아에도 비세그라드 그룹과 같은 협의체가 결성될 수 있을까요.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 “의미있는 협력이 여러 국가 간에 형성이 되려면 역사적으로 갈라 놓고 있는 문제를 재봉합할 수 있는 화해의 과정이 필연적입니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공식적이고 정부 주도하에 정치 지도자모두가 공감할 만한 (화해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런 정부 주도적인 화해보다는 아마도 사회 간의 교류를 통한 화해 유도가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런 사회적 화해가 먼저 왕성하게 형성된다면 동북아의 정치적 긴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곧 공식적인 발의(official initiatives)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제가 드리는 조언이라면, 젊은층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과 교류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면 미래에는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한국에서는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일종의 당근인 북한과의 대화 및 대북지원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일종의 채찍인 더 강한 압박의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두 개의 주장이 있습니다. 이 당근과 채찍 중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어떤 대북정책을 한국이 고려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 : “우리 비세그라드 그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실제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무너트릴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비세그라드는 북한의 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해 왔습니다. 우리 비세그라드 4국은 한국 정부가 여러 동맹국들과 추진 중인 평화적이고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지지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게 할 평화적인 방식의 통일도 지지합니다.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제재는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압박과 유화적인 대화 모두 북한을 다루는 데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합니다만, 때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한반도 통일 위해 노하우 전수해 줄 것이다”
 
좌측의 체코 대사가 우측의 슬로바키아 대사의 말을 경청 중이다.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비세그라드 그룹의 4국은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국가들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민주주의), 두 개 모두를 경험해 본 국가들입니다. 그 경험에서 깨달은 부분 중 한국과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 : 분명 우리 비세그라드가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분석은 한국이 통일을 하면서 향후 맞이할 위기에 도움이 될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비세그라드 그룹은 한국을 위해서 언제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난번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의 파트너들과 공유한 우리의 세미나 등을 통해서 더 많은 교류와 방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 : “우리 비세그라드가 드리는 조언이라면 통일을 위해서는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매우 작고 사소한 것들도 놓치지 말고 집중해야 합니다. 물론 드러난 도전과제들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명확히 알아두어야 할 점은 (통일은) 소리 없이 아무런 경고 없이 금세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겁니다.”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화하려면 복잡한 과정 그리고 혁신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혁신에는 분명 사회적인 고통도 따릅니다. 과거 우리 비세그라드 4국이 자본주의로 변화하기 위해서 내세웠던 3가지 방향성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자본주의 체계 기반 성립을 위한 정치적 변화
  둘째, 개인소유를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의 복구와 경제적 개혁
  셋째, 국가 행정 개혁을 포함한 정부 기능의 재구성
 
  이 세 가지 개혁은 모두가 동일하게 중요하며, 상호의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입법을 통한 추진근거 마련과 새로운 제도 마련도 수반됩니다. 나중에는 이러한 새로운 개혁이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 사회 곳곳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때가 오며, 사회적인 용기도 필요해집니다. 우리 비세그라드 4국은 위 과정을 거치면서 겪었던 독특한 경험을 한국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밀란 라이치악 슬로바키아 대사 : “한반도의 통일은 비세그라드 그룹이 겪었던 경험과는 그 형태와 단계가 일부분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4국의 역사를 통해 알게 된 다면적(multifaceted) 사실은 정치적, 경제적 기반은 물론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이 생각보다 상당히 빨랐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문제가 발생된 곳은 사람들의 생각(mindset)을 변화시키는 부분이었습니다. 사회자본의 양상이 달라지고,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도록 허용하는 정부의 시행령과 입법부가 제정한 관련 법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가진 행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한 세대를 지나고 또 다음 세대로 지나야 할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입니다.”
 
왼쪽부터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대사들이 모두 손을 모았다. 사진=김동연 기자
  — 그럼 비세그라드 4국이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자본주의)로 넘어오면서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입니까.
 
  토마쉬 후삭 체코 대사 : “체코는 지난 40년 사이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다시 자본주의로 뒤바뀌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첫 번째 변화(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는 놀라움(shocking) 그 자체였죠. 두 번째 변화(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는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각각의 변화는 그마다의 독특함이 있죠. 비세그라드 4국이 다시 자본주의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운이 좋았던 시기로 당시 국외 여건이 이를 받쳐 주는 구조였습니다. 변화하는 과정은 종합적이고, 비용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국민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유지해 개개인이 원하는 바와 그들의 관점을 알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은 다소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를 반영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크쉬슈토프 마이카 폴란드 대사 : “제가 보기에 바뀌어 가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고,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가보르 처버 헝가리 대사 : “모든 변화에는 변화를 겪고 있는 국가의 국내적 상황과 국제적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거기에 맞는 묘수들이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국민들과 함께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유럽에서 다섯 번째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이자, 독일 다음으로 무역량이 많은 국가들이다. 비세그라드 4국은 국제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비세그라드 그룹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들은 현재 폴란드 159개, 헝가리 207개, 체코 170개, 슬로바키아 375개 등 총 911개가 진출해 있다. 그만큼 한국의 입장에서도 비세그라드 그룹은 유럽의 중요한 경제적 교두보다.⊙
 
<월간조선 3월호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등록일 : 2017-03-03 08:41   |  수정일 : 2017-03-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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